노르트스트림의 덫 - 러시아는 어떻게 유럽을 장악하려 했나
마리옹 반 렌테르겜 지음, 권지현 옮김 / 롤러코스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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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옹 반 렌테르겜은 1964년생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습니다. 그녀는 역사 교사였던 부친의 영향으로 알자스에서 교육을 받고, 프랑스의 2년제 대학 프로그램인 카그네를 거쳐, 문학 수업의 독립 교육 과정 이후, 정식으로 프랑스어 교사 자격을 취득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르 몽드 지의 문학 자료 관련, 인턴쉽을 수행합니다. 1993년에 그녀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이주하여, 1년 동안 르 몽드 지의 특파원이 되었으며, 1998년까지 르 몽드의 선임 기자로 활동합니다. 특이하게도 그녀는 2014년에 헝가리의 극우 포퓰리스트인 빅토르 오르반 내각의 법무부 장관이 운영하는 법률 회사에서 일하기도 했는데요. 이 때의 경험은 그녀에게 '유럽 극우 포퓰리즘 원천'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게 됩니다. 또한 2003년, 당시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벌이던 시기에, 캔자스 주의 주도인 토피카에서 칼럼을 기고해, 프랑스 최고의 기자상인, "알베르 롱드르 상"을 수상했고, 2017년 3월에는 2016년 유럽 저널리즘 부문 "루이스-바이스 상"을 수여 받습니다. 특히 그녀는 유럽의 몇 안되는 전 독일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의 전문가로 마찬가지로 독일 정치권에도 탄탄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는 언론인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그녀의 이 책은 원제, "Le Piège Nord Stream"으로 지난 2023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24년 11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렌테르겜의 이 글은 일종의 르포르타주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또한, 러시아의 제안과 동시에 독일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탄생한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송로 즉, "노르트스트림"을 둘러싼 푸틴의 장기적 계획과 그가 보이는 서유럽의 정치적 분열 대한 명확한 의도를 폭로하는 글이기도 합니다. 저자인 그녀는 러시아의 통치자 블라디미르 푸틴을 가리켜, 명백한 "수정주의자"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그녀가 말하는 수정주의자란, 전후 미국과 서유럽이 탄생시킨 '자유주의적 세계 질서'를 자신의 입맛에 맞게 '수정'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 것을 말합니다. 과거 레닌그라드 출신의 KGB 요원이었던 푸틴은 구 동독의 드레스덴에서 그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구소련이 붕괴를 목도하게 합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저자는 푸틴을 사실상 '러시아 제국주의자'로 논증의 여러 곳에서 평가하고 있었는데요. 이러한 저자의 논법에는 지금의 푸틴이 과거 소련의 영향력 하에 있던 위성 국가들을 다시 러시아로 향해 정렬시키는 동시에, 유럽과의 정치외교적 관계를 '마더 러시아'의 입맛에 맞게 변화시키는 것을 마찬가지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국 그런 의미에서 렌테르겜의 이 책은, 푸틴이 최초로 외교무대에 등장했던 2001년 전후로 지금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외교 당국이 푸틴과 러시아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오판하고 있었는지를 르포르타주의 형식으로 세상에 낱낱이 드러내고자 하는 목적이 담겨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앞서 푸틴의 변화된 러시아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독일 언론인인 후베르트 자이펠의, '푸틴 치하의 러시아'라는 그 기묘한 수식어를 좋아해 자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푸틴 치하의 러시아 만큼 금세기 최악의 독재 국가를 설명하는 문구는 거의 없다고 보여지는데요. 독재자라는 정치적 용어 자체가 지금 우리 세대가 보기에는 무척이나 역겨운 것이기도 하지만, 거대한 중앙 집권적 국가, 특히 거대한 핵무기 보유 국가가 전직 스파이의 손아귀에 놓여 있는 것은, 그 국가가 포함된 주변의 국제 질서에 심대한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가능성을 쉽게 생각할 수 없을 겁니다. 더욱이 전후, 자유주의적 질서라는 큰 틀에서 전세계를 시장 자유의 담론으로 묶은 작금의 지배적인 자유 경제적 질서 자체는 이 푸틴에게 있어서는 새로운 기회로 여겨졌던 모양인데요. 독일이 과거 빌리 브란트 수상의 집권 이후, 소련과 고르바초프와 정치적으로 밀접하게 가까워지면서 자신들의 숙원인 통일을 이룩하게 되고, 그들의 주요 정치 세력인 '사민당'이 마찬가지로 러시아와 정치적 밀월 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러한 관계들의 파급은 아주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는데요. 물론 저는 독자들이 저 사민당이라는 간판만 보고 당의 정치적 색과 관련지어, 푸틴의 관계를 그저 표면적으로만 이해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양자의 관계는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지향과 같은 정체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인 개인의 사익과 국가의 이익이 서로 혼재되어, 의도하는 자의 손짓에 따라, 유럽을 사실상 정치적 난맥상에 빠트렸다는 보다 확실한 진실에 닿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7대 독일 연방 총리였던 게르하르트 슈뢰더와 얼마 전에 퇴임한, 앙겔라 메르켈 사이에는 독일을 위한 그 거창한 에너지 해법, 더 심하게 말하자면 독일 만을 위한 '중상주의적 기법'인 '노르트스트림'이 그 사이에 놓여져 있습니다.

<지도는 발트해를 가로질러 독일에 이르는 노르트스트림 가스관의 개요입니다.>




독일은 전유럽을 통틀어 가장 발전된 산업 국가입니다. 전후 그들이 이룩한 경제 발전은 정말로 눈부시다는 표현 밖에는 달리 말할 수가 없는데요. 그들의 기초 산업은 물론,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는 첨단 산업들은, 'EU내에 정치는 프랑스, 경제는 독일'이라는 정당한 권력 함의의 원동력이되기도 했습니다. 바로 이러한 가운데, 독일 국내 정치 상황에서 '녹색당'의 연정 참여와 함께, 그에 따른 '탈원전'의 움직임은 지속되어 왔고, 2011년의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의 붕괴로 그 우려는 정점을 찍게 됩니다. 상대적으로 프랑스는 여전히 원전이 국내 주요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독일은 그러한 흐름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이해 관계가 맞물려, 독일이 주도하는 '노르트스트림 사업'이 2010년대 이후 추진되는데요. 이에 저자인 렌테르겜은 10장에서, "천연가스에 중독된 독일이 환경주의자가 된다면, 가스프롬에게는 이익"이라는 비판으로 이를 가늠하고 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러시아의 국영 가스 업체, '가스프롬'이 푸틴의 소유물임은 역시나 주지의 사실입니다. 특히 전직 독일 총리인 슈뢰더가 푸틴과 더 없이 밀착했고, 여기서 보여지는대로 그가 퇴임 이후, 가스프롬의 고위 임원이 된 것은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않은 사실이기도 한데요. 여기에 과거 에마뉘엘 마크롱과 경쟁했던 프랑수아 피용 역시, 푸틴과 아주 밀접한 관계입니다. 이에 시의적절하게도 저자인 렌테르겜은, KGB 시절의 푸틴이 스파이로서 적에 대한 회유와 포섭에 얼마나 능통했는지를 글 서두에서 이미 밝히고 있었는데요. 구 동독 시절의 비밀 경찰인 슈타지와 협력하여 서독의 정보를 빼내려 한 것이나, 그 당시의 인맥을 통해 아주 유창한 독일어를 구사하는 장면은 이를 여실히 드러낸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자신과 같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인맥의 인물을 가스프롬의 회장에 앉히고,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던 회사의 돈과 자원을 그가 수시로 부릴 수 있게 된, 독재자의 가용 자원이란 그야말로 엄청난 것으로 여기에 드러납니다. 그렇게 푸틴에게 현혹된 인사들이 이 글에만, 거의 십 여 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앞선 자들은 유럽 정재계 엘리트 및 고위 관료를 역임한 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11장에서, 렌테르겜은 2015년 러시아의 불법적인 크림 반도 병합 이후, 즉각적으로 노르트스트림 계약에 서명한 앙겔라 메르켈에 대해, 투마스 헨드릭 일베스 전 에스토니아 대통령의 입을 빌어, 논증 가운데, 아주 강도 높은 비판을 가하고 있었는데요. 일베스 대통령은 메르켈의 독일을 향해, "도덕성을 잃은 중상중의적 모습"의 전형이라고 강조합니다. 물론 자신의 정치적 결단에 대해 별로 사과하지 않는 메르켈 조차, 나중에 푸틴의 이러한 노르트스트림 책략에 대해 "악마와 같았다"고 12장 말미에서 고통스럽게 회고하고 있습니다만, 2022년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의 책임이 어느 정도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메르켈은 당연히 인식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서유럽에 제공되는 천연가스는 우크라이나에 매설된 가스관을 통해, 공급되고 있었는데요. 우크라이나에게 있어 결코 적지 않은 '200만 달러'의 가스 통과 비용과 더불어, 이 매설된 가스관으로 말미암아, 우크라이나의 실낱 같은 안보가 역설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인데요. 다만 우크라이나 내부의 오렌지 혁명과 국내의 나토 가입 요구는 독재자 푸틴에게는 대단히 모욕적이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저자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역을 손아귀에 넣으려고 했다는 점은 분명했다고 폭로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노르트스트림과 관련된, 러시아의 일부 인사와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바이든에 의해, "임기 말을 앞두고 있던 메르켈의 정치적 선물"로 해제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에게 있어 비극적인 전환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이든의 나약함인지, 메르켈의 위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훗날, 2014년 유로마이단 이후 우크라이나 포로셴코 대통령의 총리였던 야체뉴크에 의해 중용된 코볼리에우는 노르트스트림 2가 완공되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면전에 돌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불길한 역사는 결코 어긋나지 않았습니다. 저자인 렌테르겜 역시, '나약한 서구 유럽 동맹'을 푸틴은 매번 여실히 비웃었고, 그것을 기화로 그는 전격적인 우크라이나를 침공을 감행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복합적인 결과물 때문인지, 바이든 대통령은 젤렌스키에 대해 아낌 없는 군사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바이든은 젤렌스키에 대해, 그 자신의 안전한 국외 탈출을 제의하지만, 젤렌스키는 그런 바이든을 향해, "지금 택시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총알이 필요하다"고 화답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결국 서유럽은 자신의 안보 만큼이나 노르트스트림과 그에 결부된 우크라이나 문제를 정치적으로 세심하게 관리해야만 했으나, 안보를 경제 논리에 희생시킨 독일과 그것을 가능케 한 수많은 엘리트들이 앞서 언급했던 대로 유럽 내부에 자리하고 있었던 것은 모두가 알다시피 끔찍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막대한 돈에 대한 유혹, 거기에 적당한 직위까지 제공하는 이익의 제공자인 푸틴이 이들을 능수능란하게 관리했던 것은, 유럽의 정치가 그만큼 미국의 금권 정치와 닮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약간 논외지만 어쩌면 이런 것들이 소위 새로운 자유주의가 판을 깔아놓은 노골적인 개인의 이익 추구라는 결과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대로 지난 역사에서 이전의 수정주의자가 권력을 잡고 전면에 나서서 과연 어떠한 참혹한 일이 벌어졌는지, 전유럽인들이 이를 인지하고 있다는 점은 타당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그 역사가 일부에게는 처절한 반면교사가 되기에는 상당히 부족했던 모양인데요. 최근 독일과 러시아의 노르트스트림 계약에 이르러, 일부 지각있는 인사들이 이것을 보며, "2차 대전 당시, 독소 불가침 조약"과 어떠한 차이가 있냐고 되물은 점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여겨지는데요. 이제야 저는 독일과 러시아의 그 이상한 관계에 대해 비로소 이해가 되었고, 탈원전 이후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이 어떻게 전유럽을 옥죄는 결과가 되었는지도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는 5장에서, 이런 푸틴과 밀접한 친분이 있던 인사들을 나열하고 있었는데요.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고문이었던 스티브 배넌, 독일 극좌파와 프랑스 극우파 포퓰리스트들, 이탈리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와 마네오 살비니, 헝가리 오르반 빅토르 등이 바로 그들입니다.

-독일 전임 총리였던 앙겔라 메르켈은, '접근을 통한 변화', '교역을 통한 변화'가 러시아를 민주주의 국가로 나아가게 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지만, 그 결과는 아주 명백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국가 안보가 결코 시장 논리에 좌우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푸틴은 잠재적 테러 공격을 빌미로 대규모 군사 공격을 감행해 체첸을 초토화하고 체첸 독립을 거부했다. 전쟁이 휩쓸고 간 도시들의 모습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조였다.

공식적으로 동방 정책(빌리 브란트)은 핵 강대국이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었고, 그 좋은 의도는 독일의 이익을 해치지 않았다.

노르트스트림AG 이사회에서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이 러시아를 올바른 길로 이끌었다"고 말했다. 독일은 충격에 휩싸였다. 정당들도 불편함과 역겨움이 뒤섞인 감정에 빠져들었다.

2023년 6월 1일 통과된 의회 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마린 르펜과 블라디미르 푸틴은 10년 동안 야합했으며, 국민 연합 전신인 국민전선은 "러시아 공식 담화를 직접 중계"하는 "러시아 권력의 전달자"였다.

슈뢰더는 독일이 러시아와 얽힌 오래된 정치적 역사, 그리고 특히 메르켈과 서너 번 연립 정부를 구성하며 권력을 놓지 않았던 독일 사민당이 낳은 부도덕하고 부패한 부속물일 뿐이었다.

훗날 역사학자들은 트빌리시를 차지하려는 푸틴을 사르코지가 막았는지, 아니면 반대로 사르코지 때문에 푸틴이 계속 제국을 확장할 수 있었는지 평가할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가 유럽으로 가는 매우 광활한 가스관 연결망을 펼쳐놓은 것이다. 유럽인들이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선호하는 이유도 그래서인데, 이제는 그 의존성에서 벗어나려는 것이다.

푸탄은 전쟁이 통치의 한 방식이라는 점을 증명했다. 그가 생각하는 정치 개념을 체첸의 수도 그로즈니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보여줬다.

크림반도가 병합되고 겨우 1년이 지난 시점인 2015년에 독일이 거기에 서명한 사건운 제가 마주친 일 중에 가장 어처구니없는 경험이었습니다. 도덕성을 잃었고 절대적인 중상주의를 보여줬죠.

발트해 해저에 우크라이나 가스관과 천연가스 수송력이 동일한 두 번째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면 우크라이나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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