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된 위기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반도 핵위기까지, 얄타체제의 해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백승욱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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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저자인 백승욱 교수는 1966년생으로, 서울대에서 사회학 석 박사를 마치고 현재 중앙대 사회학과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는 과거에 한신대 중국지역학과 조교수와 빙엄튼 대학 페르낭브로넬센터 방문연구원을 역임하기도 했는데요. 주로 그는 사회변동론을 기반으로 20세기 후반의 특징적인 사회학을 연구하는 것으로 이해되기도 합니다. 특히 이번 논저는 좀 더 일반적인 사회학 교수가 나름 국제 정치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그의 해박한 배경 지식 만큼이나 글 곳곳에서 보이는 특유의 심도 있는 통찰은 꽤나 놀랍기도 했습니다. 특히 신자유주의와 냉전 시기의 이행과 관련된 여러 분석들은 훌륭하다고 여겨집니다. 따라서 그의 이 책은 2023년 9월 출간 되었습니다.

우선 글을 쓰기에 앞서, 저자가 2장에서 언급하는 "현 국제 정세의 심각성"은 충분히 피부에 와 닿는 현실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현재 지지부진한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금세기의 이 전쟁이 그저 국지전 정도의 파급력이 거의 없는 제한적인 전쟁이라 믿고 싶은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백승욱 교수의 이 글은 마치 그레이엄앨리슨의 '예정된 전쟁'의 색다른 시각으로 읽히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작금의 위기에서 이 글을 읽는 분들은 해묵은 '얄타체제'가 무슨 관련이 있냐고 되물을 수도 있을 텐 데요. 과거 미국-영국-소련의 정상이 계획한 일종의 전후 질서 체제라고 볼 수 있는 얄타체제 혹은 얄타 회담은 마이클 돕스가 일방적으로 해석한 것처럼, '스탈린에 이용당한 루스벨트'의 순진함을 먼저 언급하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다만, 저자가 3장에서 상세히 분석하는대로 당시 폴란드의 존재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와 관련된 복잡한 셈 법이 얄타 회담 이전의 지정학을 고찰해 봐야 할 정도로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제2차 독소 불가침 조약과 관련해, 당시 폴란드의 불법적인 분할의 역사는 아마도 얄타체제로 통해 도출된 '국제 연합'의 정치가 강대국의 영토적 야욕과 이를 부추기는 환경을 관리하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이에 저자는 이러한 논증 가운데 푸틴의 러시아가 과거 영토 야욕을 금세기에 재현하려는 의도에서 이 '얄타체제'가 사실상 위기를 맞이했다고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글의 도입인 1장에서 저자는 이런 "얄타체제의 해체는 자본주의 세계체계를 지탱해온 세계질서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다시금 분석하고, "그렇다고 해서 이를 대체하는 더 나은 세계 질서의 틀이 등장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만약 앞서 제가 해석한대로 이 얄타체제가 독선적인 강대국의 출현을 어느 정도 관리했다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면, 기나긴 냉전 시기에 신자유주의적 체제를 적극적으로 순응하여, 전후 부흥과 번영에 성공한 중국의 사례는 그만큼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저자는 이것을 중국이 신자유주의적 금융 질서에 매우 성공적으로 통합되어, 이를 바탕으로 국력의 신장과 과거 유럽 열강에 의한 굴욕적인 역사를 회복하고 싶어하는 '군사적 강국화'로 소위 진정한 유소작위가 시진핑의 열망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여기에는 중국 내부의 민족주의적 열망을 중국 공산당이 정권의 안위를 위해 이를 이용한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그동안 적잖은 서구의 이론가들이 '신자유주의가 부흥 시킨 중국의 번영'을 애써 외면해 왔습니다. 이는 지오바니 아리기의 일침과도 맞닿아 있는데요. 2장 후반부에서, "중국이 러시아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세계 경제에 통합되어 있다"는 진술은 바로 이러한 부분을 여실히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바이든이 중국 때리기에 나서다가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것은 아마도 중국 경제 자체가 그만큼 신자유주의와 분리할 수 상황이기 때문일 겁니다. 신자유주의적 금융 지배 더 나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금융 시스템에 반대하는 시진핑 조차도 미국과 중국이 경제적인 측면에서 완벽히 '헤지 hedge' 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을 텐 데요. 과연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현대적 군사 대국'인 중국을 미국과 서구 유럽이 관여해, 얄타 체제가 만든 국제 연합이라는 분권적 정치 질서로 이를 관리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우리가 미래를 위해 인지해야만 하는 불확실성은 바로 이러한 점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조심히 추측해 볼 따름입니다.


어느 정도는 윌슨의 이상을 이어받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유럽의 전체주의를 종식시키기 위해 그 누구보다 소련의 스탈린과 협력합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중국의 장제스를 포함한 전후 질서에서 이들 4개국의 위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는데요.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 얄타체제의 명암을 그저 교활한 스탈린의 정치적 술수로 대체할 것이 아니라, 전후 질서를 수립해 가는 과정에서 루스벨트가 주도한 자유 세계라는 기본적 인식 틀이 아마도 과거와는 다른 탈제국주의적 국제 질서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저자가 인정하는 대로 트루먼이 미 대통령을 승계한 이후에도 어느 정도는 소련의 스탈린이 자유 세계와 협력할 생각을 가졌을 정도로 유연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본에 대한 참전 약속도 그렇거니와, 프랑스의 드골 정부에 대한 스탈린의 조건부 인정은 이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저자의 명료한 분석대로 얄타체제에 어느 정도 지분을 갖고 있는 스탈린이 애초에 서구 유럽을 가까운 미래의 정치 군사적 대적점으로 인식했다고 보는 것은 어느 정도 어폐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특히 전후 재건을 미국의 차관을 통해 수행하려고 했던 스탈린의 희망은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결국 역사는 스탈린의 소련이 '고립적 사회주의'로 돌아서며, 양 진영간에 첨예한 대결 구도로 이어졌는데요. 아직도 얄타체제 전후로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견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결론적 운명을 너무 과신하여 너무나 단편적인 분석에 빠지는 우를 범하는 것은 피해야만 하는 것이 앞으로 연구자들의 의무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본격적으로 루스벨트는 전후 체제가 종래의 제국주의적 기조 아래, 식민 지배로 이뤄지는 체제 전반에 거의 동의하지 않았는데요. 이것은 처칠이 종전 이후, 영국의 제국주의적 이익을 유지하려는 계획에 반대했던 것으로도 드러났습니다.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새롭게 부상하는 강대국이면서 '탈식민주의' 세계에 가담할 것으로 보이는 소련을 전후 질서 수립을 위한 중요한 동맹 세력으로 판단"한 것은 그의 명확한 판단이었을 겁니다. 결국 이를 통해 드러나는 자유주의 세계라는 것이 당시 국제 체제의 새로운 지각 변동이 되었던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이러한 노정 자체는 단적으로 지금에서 보이는 러시아와 중국에 있어 확실히 이질적인 것이며, 이것을 단순히 진영 논리로 소급해, 체제의 의의 자체를 격하시킬 수 없는 문제라 볼 수 있는데요. 이런 전후를 자유주의적으로 해석한 조지프 나이의 여러 저서들도 마찬가지로 이를 증언했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지금 시진핑이 실현하려고 하는 '대만의 실지 회복'과 최근에 홍콩에서 보여지는 '일국양제' 체제의 사실상 붕괴는 부유하면서 동시에 군사 대국인 중국이 주변 안보에 어떠한 악영향을 끼치게 될 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런 연유로 주변국과 우리가 중국의 직접적 오판을 방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더욱이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중국이 학습하고 있는 서구와 푸틴의 대결은 서구가 가하고 있는 제재를 통해,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의 일당독재가 사회 내부적으로 흔들릴 수도 있는 가능성을 담고 있다는 여러 해석은 복합적이기도 합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시진핑 정권이 벌이고 있는 거대한 인터넷 통제 사회는 저자가 분석하고 있는대로 중국 공산당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적 위협을 잘 대변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아마도 중국 당국이 인민들에 의한 제2의 천안문 사태를 다시금 맞이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을 겁니다. 이에 저자가 다소 간접적으로 언급한 얄타체제의 사실상 붕괴는 아마도 자유 세계라는 틀에서 그동안 인류가 쌓아 올린 가치를 위협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단순히 '민주주의-권위주의의 대결'이 아니라 푸틴의 근원적인 영토 야욕과 더불어, 시진핑의 군사적 불확실성이라는 부분으로 우리 세대가 떠안아야 할 심각한 문제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바로 이 지점이 사회학자로서 저자가 우려하는 본질이 아닌가 추측해 봅니다.

끝으로 작금의 현실적 위기라는 우려와 체제의 위기는 이미 글의 4장에서 상세히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헨리 키신저가 베스트팔렌 체제에 대해 갖는 근본적인 인식과 마찬가지로 저자가 우려하는 얄타체제의 뒤안길은 과연 우리에게 어떤 파급을 초래할지 다소 두렵기도 한 데요. 그런 의미에서 국제 사회가 좀 더 합의의 묘를 발휘해, 푸틴이 갖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야욕을 필히 저지해야 하는 것이며, 이를 학습한 시진핑이 대만에서의 직접적 도발에 나서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미국의 안보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안보에도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상반된 시각이지만 저자는 다른 국제정치학자들과는 달리 나토의 동진에 대해서는 크게 인식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이는 2004년 초반까지 러시아가 큰 틀에서 미국에게 협조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기도 합니다. 한때 푸틴이 워싱턴에게 기대했던 것은 과거 스탈린이 루스벨트에게 협조했던 역사와 간혹 오버랩 되기도 하는데요. 이처럼 국제 외교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불확실성을 내재하고 있고 강대국이 주도하는 국제 체제에 속한 다수의 국가들은 설사 노골적이라 할지라도 실리 외교를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당위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얄타체제의 붕괴가 무조건적으로 인류에게 어떤 '아포칼립스적 종말'을 초래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저자가 논증을 통해 우려하는 국제 정치의 음울한 측면은 우리도 역시 고심해 봐야 하는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신자유주의 이행 혹은 대대적인 세계 경제 재편이 그저 경제학적인 측면의 단순 현상이 아님을 이 책을 통해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브레튼우즈 체제 이후, 미국의 세가 흔들리면서 신자유주의를 통해, 이를 만회하려고 했다고 보는 저자의 분석은 실로 탁월하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20세기 전환기는 자기조정적 시장경제라는 신화의 붕괴와 자유주의 제도의 쇠락과 파시즘 부상의 시기였다.

그런데 현재는 사회주의를 경험한 두 대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오히려 세계질서에 대한 위협적 존재가 되었으며 새로운 대안으로서 사회주의 운동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책에서 ‘얄타체제‘라고 부르는 그 구도는 해체되고 있는데, 얄타체제가 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안고 있다 해도 대안 없는 해체는 긍정적일 수 없다.

앞선 책에서 나는 한국정치가 새로운 개편의 길로 나아가지 못하면 수구적 영남당과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의 적대적 공생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 했다.

2차 대전 이후 동아시아의 냉전이 유럽의 냉전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을 이해하려면 중국 변수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정치권력의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시도(구심력)가 트럼프식 통치자의 출현, 브렉시트 같은 이탈, 다양한 포퓰리즘의 분출이나 러시아와 중국의 권위주의처럼 ‘영토적 온전성‘을 강화하려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신냉전‘적 대결을 주도하는 미국의 국제전략이 보호주의적 방식으로 자국 중산층을 육성하려는 국내 목표와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확장하려는 국제목표라는 서로 모순적인 방향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이 진영 대결적 구도는 언제든 외부적 요인이 아닌 미국의 내부적 요인 때문에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

이 신자유주의가 세계적 통합을 강화하는 대가로 개별 국민국가의 통합과 문제해결 역량을 손상시켰다는 점부터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누적된 신자유주의의 문제점, 금융을 통한 자본축적 공간의 전 지구적 확장과 국가간체계 질서의 관리 불가능성이 모순적으로 결합되어 나타난 하나의 결과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맞물려 중국의 대만 무력통일 위협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구도 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또한 2010년 이후 러시아의 대중국 무기 수출은 첨단 무기로 확대되었고, 2016년 이후 양국은 한단계 더 발전한 군사적 관계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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