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데이션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1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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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는 일종의 장르 소설이라 볼 수 있는, SF 소설계에 있어, 로버트 A. 하인라인과 아서 C. 클라크와 더불어 빅3로 불리는 거장입니다. 그는 미국 뉴욕 출신으로 뉴욕시 공립학교에서 수학했고, 잠시 뉴욕 시립 대학에 다니기도 했는데요. 그는 당시 미국 대학계의 복잡한 사정으로 인해, 컬럼비아 대학의 의학 과정에 지원했지만 두 차례나 거절 당한 끝에 동 대학 화학 대학원에 받아 들여집니다. 이후 종신 부교수에 이를 정도로 그는 해당 학과에 큰 기여를 했는데요. SF 소설의 초기 경력이라고 볼 수 있는 그의 작품 활동은 1939년과 1950년의 창작으로 시작됩니다. 그 중에 아시모프에게 가장 큰 명성을 가져다 준 작품은 파운데이션이라 볼 수 있겠는데요. 기존 소설에 대한 속편과 전편에 몇 편을 더 출판해 모두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통일된 시리즈로 자리매김한 파운데이션은 집필 시기상의 차이로 인해, 몇몇 매니아들에 의해서 각각의 편이 독립된 장편으로 인정을 받기도 합니다. 이런 SF 소설 작업 외에, 아시모프는 일반 대중들에게 열린 강연으로도 명성을 떨친 지식인기도 한데요. 특히 대학에서 일할 때, 간간히 강연한 일화들이 아직도 회자되기도 합니다. 이외에 아시모프는 과거 뉴딜 정책 기간의 민주당 정부에 대한 확고한 지지자였고, 이후에도 정치적 자유주의자로 남게 됩니다. 그는 말년에 위험한 심장마비를 겪게 되는데요. 1983년 12월, 뉴욕대 메디컬 센터에서 삼중 우회 수술을 받다가 수혈로 인한 HIV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개인사에 있어 상당히 불행한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1992년 4월 6일 맨해튼에서 사망했을 시, 사인은 신부전이었습니다. 그의 이 장편 시리즈는 1951년과 1979년에 기획되어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여러 판본의 번역 작업 끝에, 2013년10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파운데이션을 지난 2009년 경에 읽기 시작하다가 끝내 완독은 하지 못했는데요. 이 황금가지 판 이전에 나온 현대정보문화사판(2003)을 갖고 있음에도 새로운 번역으로 읽고 싶어 이 판을 구입해 읽게 되었습니다. 조금 이른 평가일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에서 위대한 예언자이자 선구자로 등장하는 해리 셀던을 고찰해보니, 작가인 아시모프가 귀스타브 르 봉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나 추측해 보게 되었는데요. 아시모프에게 영향을 받은 폴 크루그먼이 이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의문이기도 합니다만 이 작품으로 관통하는 역사심리학이라는 주제는 귀스타브 르 봉의 사회심리학과 닮아있고, 또한 그가 군중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해왔던 점을 감안해 본다면, 파운데이션에 보이는 군중심리학의 일부 흔적도 마찬가지로 이런 분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도 읽힙니다. 물론 이 작품이 종래에 알려진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에 영향을 받은 것도 사실인데요. 제국의 멸망이 예정되어 있다는 논법은 뭔가 '역사적 종말론'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것의 본질은 아마도 역사가 증명하는 완벽하고 영구적인 체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 1편은 '파운데이션'의 기초 작업으로, 앞서 언급한 해리 셀던이 준비하고 활약하게 되는 부분은 좀 더 뒤에서 나오게 됩니다. 그렇지만 이 도입부에서는 국가를 유지하는 것은 무엇보다 '과학이 가져다 주는 광범위한 이득'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광대한 영역의 제국조차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이 바로 과학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종교와 과학 또한 그저 맹신에 이르게 되면 인류가 어떠한 결과를 받아들이게 될지 예측해 볼 수 있는 장면들이 여럿 나오는데요. 이것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국가의 영향력은 생산 수단과 동시에 무력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한 자원'에 달려있고 그것이 설사 중앙과 지방에 따르는 다소 느슨한 중앙 체제라고 할지라도, 큰 형태로서 엘리트 지배 체제 전반을 포함한 귀족주의적 신분 체제 역시도 앞의 진술과 밀접하게 관련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따라서 아시모프가 이 장편 시리즈의 큰 줄기로서, 정치 체제의 기본 맥락을 시민 혁명이나 공화주의에 주안점을 둔 것이 아닌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물론 초기 터미너스 정착 과정에서 파운데이션 조직과 소위 시민 정부 사이의 원초적인 정치 갈등이나, 무섭게 등장한 샐버 하딘의 그 놀라울 만한 정치적 수완은 어떻게 보면 보편적 시민주의 와는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눈을 크게 뜨게 만드는 개인의 위기 상황에서의 능력은 어떻게 보면 셀던이 극적으로 예견한 위기의 긴장감을 더욱 증폭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바로 이 '셀던 위기'가 어떤식으로 규명되고 분석될지는 좀 더 읽어봐야 알겠지만 인류 역사의 영속성이라는 대의를 위해, 자신을 바치는 인물들의 서사는 마치 역사의 주(主)가 인간이 아닌 것만 같은 느낌까지 들게 합니다. 보편적 인간보다 체제 자체가 숭고하다고 항변했던 수많은 파시스트들이 떠오를 정도로, 지금까지 아시모프가 보인 도입은 뭔가 불명확한 부분이 있습니다.

끝으로 그것이 정치적 술수나 연막인지는 모르겠지만 과학의 교조화와 국가를 지탱하는 주요 권력인 전력에 대한 파운데이션 측의 개입은 실로 소름끼치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과학을 일부 소수의 전유물로 만들어 파운데이션이 이것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고, 이번 편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인간 자체에 대한 극심한 호불호와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서사는 혹여 작가 본인이 갖고 있었던 인간에 대한 부정적 평가인지는 아직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인간에 대한 아시모프의 분석을 좀 더 살펴보기 위해 저는 다음 편을 연이어 읽어보려고 합니다. 뭐 통렬한 서스펜스 정도의 감상을 이 작품에서 기대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에 있어 뭔가 어두운 분위기가 흐르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데요. 그래서 한편으론 더 읽기가 두려워지기까지 합니다.


시회조직이 붕괴하면서 과학은 수백만 조각으로 산산이 부서질 것입니다. 개개인은 마땅히 알아야 하는 극히 작은 지식만 알게 될 것입니다.

"석유와 석탄으로 돌아갔단 말인가?" 하딘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다음에 있다르는 생각은 마음속에 묻어두었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 태양계였는지에 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네. 유구한 역사의 안개에 파묻혀 버렸다고나 할까. 하지만 학설은 여러 가지가 있지. 시리우스였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알파센타우리, 솔, 또는 시그니61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네. 그런데 한 가지 공통되는 점은 모두 시리우스 성역에 속한다는 사실일세.

"사실 지금 정부는 원자력의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규제 방안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네."

"인슐린은 칼 없이도 당뇨병을 치료합니다만 맹장염은 수술이 필요합니다.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지요."

"결코 그렇지 않네. 해리 셀던은 시간 유품관에서 이렇게 말했네. 위기가 닥치는 순간마다 우리가 누리는 행동의 자유는 단 한 가지 행동만 취할 수 있도록 범위를 제한시켜야 한다고."

"또 원자력은 그 이상의 위력을 가진 원자력에 의해서만 정복되지."

"우리는 해리 셀던이 미래의 역사적 개연성을 계산해 놓은 걸 알고 있습니다. 또한 언젠가 우리가 제국을 재건하게 된다는 사실도 이미 알고 있고요."

"내가 파운데이션의 보스가 되면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여. 100퍼센트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라고. 바로 그게 이번 위기를 극복하는 비결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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