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급이란 무엇인가? - 갖가지 불평등의 원인을 이해하는 열쇠
린지 저먼 지음, 최병현 옮김 / 책갈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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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 저먼은 영국의 좌파 정치 운동가입니다. 그녀는 영국 반전 조직인 전쟁저지연합 Stop the War Coalition 의 창립 멤버였고, 영국 사회주의 노동자당의 월간지인 소셜리스트 리뷰의 편집자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저먼은 영국 유수의 사회과학 전문 대학인 런던 정경대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스스로 여성 운동에 대한 의지를 갖고 1975년 4월 영국 최초의 전국 낙태 캠페인에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그녀의 정치 이력 대부분은 영국 노동당과 밀접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로 SWC에 참여한 것만 봐도 그녀의 정치 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후 2007년 4월에는 런던 시장 선거에 참여하기도 하고 스스로 노동당을 개혁하기 위해 움직이기도 했습니다. 현재 그녀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정치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은 원제, "A Question of Class"로 지난 1996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21년 2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서평을 쓰기에 앞서 우선 개념적인 접근에서 현재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 이행 과정에서 저자가 분석하는 '노동자 계급'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사회 전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정도로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먼저 언급하고 싶습니다. 특히나 여러분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가 사회경제적 주도권을 쥐게 되면서, 노동 조합에 의한 사회적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이를 구조적으로 강화하여 왔다는 점을 인식하시는 것이 좋읗 듯 합니다. 즉, 사회 전반에 노동 조합에 대한 터무니 없는 부정적 영향은 바로 신자유주의가 시작되면서 강고화 된 것인데요. 이것의 전반적인 체제적 움직임은 결과적으로 자본가들의 요구와 그에 대한 정부의 응답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신자유주의자들의 작은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강력한 동의는 체제 안에서 소수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정부'가 우선적으로 포함된, 작은 정부임을 우라는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마르크스가 해석한 자본주의에 대한 함의는 일부 오류를 제외한다면 기본적으로 현세에 까지 일관된 설득력을 답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일부 분들은 '노동자들의 착취'라는 개념에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겠는데요. 이 책의 1장과 2장에서 논증되고 있는 노동자 계급에 대한 분석과 사회적 기원에 대한 저자의 전반적인 진술은 대체로 정확한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글에서 영국 사회의 여러 사례들이 근거로 제시되고 있고, 흔히 자본주의가 계급주의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여러 일설에 대해 1장의 논의들은 충분한 반론으로 읽히는데요. 더욱이 저자가 강조하는 "계급은 객관적 관계다"라는 주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계급에 대한 주관적인 평가보다도 자신이 생존하려면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여부를 두고 고심해야 된다는 부분에서 실로 이론과 사례 양쪽 모두, 적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여전히 많은 자본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신봉하는 체제가 결국은 인간의 계급적 해방을 추동했고, 현재의 건전한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를 제공한다고 맹신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계급을 논하는 것 자체가 자본주의에서 무의미하다고 여기는 듯 한데요. 하지만 노동자 계급이라는 어감의 마르크스주의적 반감을 조금 차치하고 이 글을 본다면, 현재의 노동자 계급이 처한 실체 자체가 우리와 뗄래야 뗄 수 없는 상황임을 자각할 수 있을 겁니다.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을 끊임없이 혁신하는 특성이 있다"는 2장의 서두는, 그만큼 자본주의를 잘 설명하는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의 인식하에 과거와는 달리 비숙련 노동자들의 채용이 오늘날 자본가들에게 선호되는 것은 현장에서 비숙련 노동자들을 고용해 그만큼 생산 단가를 줄이려는 일련의 노력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950년대 이후 변화된 영국 사회에서의 노동자 계층의 전반적인 상황이 저자의 분석대로 "결코 균일하지 않다"는 주장은 이 같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세계 2차 대전 이후. 전통적인 제조업과 서비스직으로 분화되기 시작하면서 사무직 노동자들이 일선에 등장하고, 자본주의가 성장함에 따라 동시에 규모가 커진 서비스업은 자본가들의 새로운 요구였던, "읽고 쓸 줄 얼고 잘 교육받고 건강하고 상대적으로 장수하는 노동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처럼 노동 형태가 변화되고, 노동 계급 자체를 포드주의 시대보다 고분고분하게 만들었던 사회적 체제는 제조업과 서비스직의 분화라는 중요한 포인트를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2장 중후반에 논증되는 노동 계급의 본질적인 사회적 삶의 변화는 정부가 이들의 삶에서 양육을 책임지지 않는 것으로 시작해, 전반적인 사회적 부조를 신자유주의가 성공적으로 제거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화이트 컬러 노동자들이 일반 제조업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자신들은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으로 급격한 분화가 이뤄졌습니다. 또한 사회가 보다 평등한 삶을 위해, 서로 간의 처한 입장과 자본주의가 강요하는 여러 모순들에 있어 근본적인 방해가 되는 노동 계급의 분열이 초래된 것인데요. 다소 불편한 이해일 수 있겠지만, 이들 화이트 컬러들이 자본주의에 사실상 매수 되었고, 비숙련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주의 자체의 선호로 말미암아 대다수의 제조업 노동자들이 저자의 분석대로, '언더클래스'로 취급되기에 이릅니다. 사실상 이들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사회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신자유주의자들로 하여금 철회된 시점에서, 많은 시민들이 이런 분열된 의식 가운데, "무엇보다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고 멍청하거나 어딘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라는 터무니 없는 편견이 뿌리 내리게 됩니다. 더욱이 극우에 있는 자들은 "물질적 빈곤 자체는 개인이 자초한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는데요. 2장 말미에서 언더클래스 이론은 결국, "취업자와 실업자, 훌륭한 사람과 쓸모없는 사람, 검소한 사람과 무절제한 사람으로 노동자들을 분열시켰다고 판단됩니다.

이어지는 3장은 소위 '선택 받은 자들'이라는 자본가들을 설명합니다. 다수의 자본가들은 다른 시민들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보다 많은 선택의 기회, 더 자유로운 선택'으로 표현되는 사실상 사회 지배 계급입니다. 이들에 대한 저자의 분석 들은 대부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인식들입니다. 이번 장의 가장 중요한 분석은, "정부 자체, 경찰 군대 같은 국가 기구, 사법부, 공무원 조직은 모두 자본가 계급을 대신해,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조직이다"는 저자의 주장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가 구축되어 왔고, 이들의 이익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전무하다는 것이 이 장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만약 자본주의가 계급의 자유로운 이동성을 보장하는 건전한 체제 그 자체라면 자본가들의 특권 만을 위한 사회의 재편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더욱이 일부의 경제적 활황에서 일부의 '떡고물'을 노동자 계급과 공유하겠다는 일종의 경제적 배려 같은 것도 어쩌면 계급적 인식의 한 증거일 수도 있겠습니다.

생산 수단에 대한 자본주의적 조치에서 비롯된 사회의 계급적 분열은 이처럼 결과적으로는 자본주의적 모순 이전에 우리의 정치를 포함한, 고질적인 문제로 귀결되었습니다. 시민 사회가 분열되어 있다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노동자 계급을 포함한 중위 계층과 그 이하 계층의 분열, 그리고 이것을 거의 조장하는 듯한 자본가들을 위한 이익 증대의 토대는 우리가 어떠한 현실에 놓여 있는지 깨닫게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자인 린지 저먼의 새로울 것 없는 체제 전반의 비판은 역시나 우리가 귀담아 들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이 지점에서 너무나 당연한 소리인지도 모르겠지만, 저먼의 이 글을 찬찬히 읽다 보니, 지금은 없는 지그문트 바우만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모두가 아주 쉽게 '시민의 각성'을 밥 먹듯 언급하지만 자본주의가 가져다 준 본질적인 체제 구속은 쉽게 개선될 수 없는 지극한 현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저와 오래된 북플 이웃님이 이 책에 대한 짧은 평가를 남기셨는데,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


노동자는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의 소외‘때문에 ‘노동과정‘뿐 아니라 삶의 모든 측면에 대한 통제력이 없어 무력감을 느낀다.

개인의 실제 계급 위치는 자신이 어느 계급에 속한다고 생각하는지가 아니라 생존하려면 노동력을 팔아야만 하는지 여부에 달린 것이다.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을 끊임없이 혁신하는 특성이 있다. 자본주의 초기부터 구조조정은 자본주의의 중요한 특성이었다.

자본주의는 읽고 쓸 줄 알고 잘 교육받고 건강하고 상대적으로 장수하는 노동력이 필요하다. 그래야 노동생산성을 높여 잉여가치를 최대한 쥐어짜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가가 양육의 짐을 부담하길 원치 않았기 때문에 시간제 일자리가 적합했던 것이다. 이런 일자리는 여성이 기초적 양육을 책임지면서 병행할 수 있어 국가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화이트 칼라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을 노동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객관적 지위가 무엇이든 간에 소득과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고 멍청하거나 어딘가 문제가 있기 때문에 가난한 것이라 생각했다.

정부 자체, 경찰 군대 같은 국가 기구, 사법부, 공무원 조직은 모두 자본가 계급을 대신해, 자본가 계급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조직이다.

경제 성장기와 호황기에 자본가는 상당히 만족해하고 약간의 떡고물을 자신이 착취하는 노동자들에게 주기도 한다.

특권층을 위한 이런 제도와 단체 등은 자본가 계급의 구성원을 교육하고, 계급의식과 응집력을 높이고, 지배계급 출신이 아니지만 부나 지위를 통해 지배계급이 된 이들을 포섭하는 구실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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