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충돌 - ‘차이메리카’에서 ‘신냉전’으로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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훙호펑 교수는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 소재한 사립 명문인 존스홉킨스에서 박사 학위를 수여받고 현재 같은 대학의 사회학 계열인 Henry M. and Elizabeth Wiesenfeld 정치경제학과의 교수이자 학과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는 세계 정치 경제, 민족 국가 형성론, 사회 이론 및 동아시아 개발론 등을 주로 연구하고 있는데요. 그에게 큰 명성을 가져다 준 '차이나 붐'은 전세계 7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미국 사회학 협회, 사회 과학 역사 협회 및 스위스 세계 사회 재단의 5개 부문에서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훙호펑 교수는 근래 미국과 중국 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신냉전 상황에 대해 깊은 관심을 기울이며, 마찬가지로 현재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중국의 정치 상황과 경제 문제에도 전문가로서 미국 국내에 많은 의견을 제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원제, "Clash Of Empires"로 올해 출간되었고, 국내에도 역시 최근인 10월에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저자인 훙호펑 교수는 근래 첨예화 되고 있는 미중 간의 갈등과 그런 신냉전의 도래에 대해 그 원인을 오로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이데올로기적 문제로 치부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행동과 정책에 대한 손쉬운 정당화라고 비판하고 있는데요. 이와 관련해, 우리가 먼저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은 지금 '중국의 대두'가 반쯤은 미국 정부와 경제계가 주도하여 중국을 '생산기지화'하고 이런 일련의 과정에 신자유주의가 명확하게 관여한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소위 '베이징 컨센서스'에 대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유럽이 크게 실망한 점은 중국의 고도화 된 경제 발전이 그들이 기대하던 중국내 '민주화'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애초에 훙호펑 교수의 논증대로 과거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의 '아시아 네 마리 용'이 그랬던 것처럼 중국에게도 마찬가지로 미국의 내수 시장을 개방하게 된 것이 중국의 발전에 큰 원동력이 되었다 볼 수 있을텐데요. 이 부분에 정치적인 의도가 아예 전무하다고 볼 순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따른 다국적 기업들의 이익도 크게 동반되는 흐름이었습니다. 뒤에서 더 다루겠지만 지난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연계된 중국의 최혜국 대우 Most favoured nation treatment (MFN) 문제는 중국 경제 발전의 시작점이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소련이 붕괴하기 전까지 정치외교적으로 긴밀한 관계였던 미중은 크나큰 대적이 자멸하게 됨으로써 양자 간의 관계가 그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간간히 워싱턴 밖으로 흘러나오게 됩니다.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이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조심스럽게 점치기도 했습니다. 덩샤오핑의 파격적인 개혁 개방에 있어 실질적으로 1993년은 분수령이 된 해였습니다. 훙호펑 교수의 논증에 따라 당시 클린턴 행정부는 자신의 선거 공약으로 중국에 대한 MFN과 관련해, 중국내 인권 문제와 결부시키겠다고 선언합니다. 초기에 의회와 협의하는 과정에서도 중국의 인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최혜국 대우를 해줄 수 없다고 강조하는데요. 하지만 결론적으로 빌 클린턴은 자신의 이 같은 결정을 철회하게 됩니다.

우리가 국내외에 여러 전문가들에 의해 인지하고 '기업들이 주도하는 과두제'는 바로 미국에서 '금권 정치'라는 형태로 변질되어왔습니다. 많은 로비 단체들이 미국 의회와 정치권에 막대한 로비 자금을 뿌려 가며 자신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쪽으로 관련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다소 믿기지는 않지만 미국의 기업들이 중국이 최혜국 대우를 연장하는 데 연방 정부를 상대로 강력한 로비를 펼치게 됩니다. 결국 미국의 많은 인권 단체가 요구한 중국 내의 인권 문제에 대한 이슈가 신자유주의적 기조를 필두로 중국에서 좀 더 저렴한 비용으로 비즈니스를 할 기회에 대한 요구에 처참히 무릎을 꿇게 됩니다. 아마도 이러한 빌 클린턴의 변절이 소위 노엄 촘스키가 강도 높게 비판했던 미국 내 리버럴 정치에서 '신자유주의에 대한 항복'의 다른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결국 이는 당시에 많은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했던 중국에 대한 MFN의 갱신이 중국 내의 '정치적 자유화'를 견인 시킨다는 희망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중국은 세계적 자본주의의 흐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됨으로써 덩샤오핑이 그렇게 간절히 바랐던 '진정한 대국에의 초석'을 쌓게 되었습니다. 반대로 그 와중에 미국의 기업들이 중국 당국으로 받았던 모진 취급, 즉 자본주의적 경쟁 질서와는 매우 위배되는 중국 당국의 사법권을 동원하기까지 하면서 심지어 불합리한 강요까지 받게 되는데요. 여기에는 듀퐁을 비롯해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 당국으로부터 받은 반자본주의적 조치와 부적절한 개입이 숱하게 언급됩니다. 지적재산권과 특허와 관련된 중국 기업들의 불법적인 행태에 대한 중국 정부의 무차별적인 옹호는 과거 모토로라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 같은 행태는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인질로 삼아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들의 목을 옥죈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이것을 불행한 일로 봐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말까지 중국을 생산기지화 했던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해마다 상당한 이익을 거두게 됨으로써 앞선 심각한 문제들이 몇 년 간 수면 밖으로 나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2008년 뉴욕 발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중국은 이제 미국이 패권에 있어 쇠퇴기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자신들이 보유한 막대한 미국 국채를 무기 삼아 남중국해와 같이 양도할 수 없는 자신들의 지정학적 이해 관계에 더욱 목소리를 높이게 되는데요. 이 부분과 관련해 미국도 거의 동일한 맥락으로 5장에서 "기업의 이해관계와 지정학적 이해관계가 적대적인 방향으로 일치할 때만 워싱턴 당국은 중국에 대해 더 적대적인 태도를 취했다'고 진술 됩니다. 이제는 양국이 사실상 기업의 이해 관계와 지정학적 이해 관계가 서로 적대적인 상황으로 단순히 즉흥적이고 나르시스트로 치부되었던 도널드 트럼프의 본격적인 중국 적대는 이 같은 배경을 갖고 있습니다. 훙호펑 교수의 평가대로 이런 흐름은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러서도 진행되고 있는데요. 과거 니얼 퍼거슨이 극찬했던 미중 간의 협력인 '차이메리카'가 부정되어 사실상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저자는 현재의 미중 갈등은 마치 20세기 초의 독일 제국과 영국의 첨예한 갈등처럼 흡사한 면이 있으며, 앞으로 미중 간의 경쟁은 다년간 더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해 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미중 간의 '신냉전'의 회귀는 단순히 이데올로기적 진영의 대결 양상이 아니라 일전의 리민치 교수의 분석대로 미중이 경제적으로 현재 너무나 밀착되어 있기에 소위 지정학적 대결에 국한된 것이라 할지라도 양자 간의 갈등은 그만큼 전세계에 심각한 파급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로 첨부 글을 쓸 정도는 아니지만 훙호퐁 교수가 말하는 현재의 중국 경제 발전의 시작점은 신자유주의가 마련했고 그것의 실행을 미국이 주도한 것으로 중국의 대두와 관련한 상당 부분의 억측은 현존한 미국 전문가들의 오판이라고 볼 수 있을겁니다.

-저자는 나치 법학자 카를 슈미트의 사상과 저작이 한때 베이징의 저명한 학자와 관료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고 언급하고 있는데요. 이는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80년대 위기에 대한 신자유주의적 해법의 핵심은 노조 와해와 긴축통화 정책을 통해 조직화된 노동을 길들이는 것이었다

신자유주의 세계 경제에서 미국은 항상 ‘최종 소비자 the consumer of last resort‘역할을 하고 있다

닉슨과 키신저 이후 지정학적 이유로 중국과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데 전념해온 공화당이 백악관을 장악하고 있었기에 중국의 MFN 지위 갱신에 대한 민주당의 반대는 소용없는 일이었다

사후 정당화로 클린턴 행정부는 중국과의 자유무역이 중국의 민간 기업과 중산층에 힘을 실어줄 수 있고, 이는 결국 정치적 자유화의 추진으로 이어진다는 ‘건설적 관여‘이론을 내세웠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미국의 최종적인 쇠퇴가 왔다고 베이징 당국이 판단하면서 중국은 광범위한 지정학적 문제에서 더 대담하게 대립적인 입장을 채택했다

더 중요한 사실은 중국 경제의 국가주의적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에서 미국 기업의 이익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영업 비밀을 탈취한 직원들이 해당 기업이 보유한 특정 기술을 노리기 위해 중국 기업이나 심지어 중국 정부가 의도적으로 파견한 스파이였던 사례들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19년 8월에서 2020년 1월까지의 잠깐 동안을 제외하고는 정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이들이 요구한 교정 조치를 채택하게 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들이 실패한 이유 중 하나는 중국으로 제조 부문을 아웃소싱해 낮은 중국 환율 덕에 이득을 보고 있는 미국 기업들로 구성된 대항 로비 연합이 이들의 로비 능력을 상쇄시켰기 때문이다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위안화 블록을 만들려는 베이징 당국의 시도는 지금까지 무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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