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적 지배 막스 베버 선집
막스 베버 지음, 이상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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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사회학자, 역사가, 법학자, 정치경제학자였던 막스 베버는 에밀 뒤르켐, 오귀스트 콩트와 더불어 인류에게 사회학의 서막을 연 위대한 지식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프로이센 왕국의 작센 주, 에르푸르트 출신으로 괴팅겐 대학과 하이델베르그 대학에서 수학하였고 당시 사회적으로 부상하고 있던 자본주의와 근대성에 대한 고찰과 함께 경제사회학과 종교사회학을 결합한 특유의 사상으로 유명한 인물입니다. 이처럼 숙련된 종교학과 사회학을 각자 취합하여 관료제에 대한 분석으로도 명성을 쌓기도 했는데요. 더욱이 제1차 세계 대전 이후에는 자유주의 독일 민주당의 창당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후에 그가 베르사유 조약의 비준을 반대한 것으로 보아 민족주의적 보수 정치인으로 이해되기도 하나 사회민주당과 적잖이 협력한 이력도 갖고 있어 그의 정치 이력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그의 이 책은 1922년에 출간된,'경제와 사회 Wirtschaft und Gesellschaft'에서 카리스마적 지배, 카리스마적 일상화 등을 발췌해 편집한 것으로 1985년판의 원서를 이상률씨가 번역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따라서, 국내 출간은 2020년 11월에 있었습니다.

사회학의 다른 논저에서도 짤막하게 언급되듯, 이 '카리스마'라는 단어를 처음 사회학적으로 규명한 것이 바로 막스 베버였습니다. 여기에서 카리스마는 한 개인의 비일상적인 자질이나 특질로 어떤 초자연적이거나 초인간적인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받거나 혹은 신이 보냈다고 인정 받는 일종의 특수한 리더십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이 카리스마적 지도자에게는 거의 확실시 되는 추종자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와 관련해, 베버는 이들을 '행정 직원'이라는 용어로 설명하는데요. 이것의 국문 번역이 제대로 된 것인지는 약간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카리스마적 지배에 복종하는 추종자 집단이라는 보충 설명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일단 의미는 전달된다고 보겠습니다.

베버가 분류하고 분석하는 이 카리스마는 비일상적인 것으로 '합리적 지배, 특히 관료제 지배와 대비되고 전통적 지배에서 가부장제 지배나 가산제 또는 신분제 지배와도 첨예하게 대비된다고 글에서 주요하게 나타납니다. 이것은 소명과 사명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고 특히 많은 이들이 이 카리스마적 지배를 용인하고 추종하는 것으로 그 형태가 드러난다고 베버는 보고 있는데요. 이런 차원에서 합리주의 시대 이전에는 전통과 카리스마가 행위의 지향 방향 전체를 거의 양분했다고 그는 다시금 분석하고 있습니다. 결국 단편적인 이해에서 이 카리스마는 이성이라든지 합리성과는 거리가 있는 약간의 초월적이고 종교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는데요. 다음 2장에서 예시로 나오지만 전체 가톨릭 교회의 수장인 교황이나 국가의 위기에서 기발한 해결책과 나아갈 길을 개척한 많은 봉건 군주에서 카리스마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2장의 '카리스마적 일상화'와 관련해, 카리스마가 기존의 사전적 의미에서 벗어나 꽤 변질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데요. 족벌 국가화에 따른 전통주의적 통치로 나아가는 카리스마는 세습적 메커니즘과 함께 이를 지지하고 추종하는 수많은 지지자들의 정치로 규정되는 듯 보였습니다. 즉, 카리스마 지도자를 추종하는 다수의 추종자들은 합리주의와는 크게 상관없이 경제적 이익 또는 다수의 복리를 이 지도자에게 기대하고 단순히 이 지도자의 특출난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종의 제도화된 과정으로 이해되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베버는 처음과는 달리 카리스마적 일상화가 진행되면 이 모든 지배 단체가 신분제 형태 또는 관료제 형태로 발전한다고 분석합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13세기 이후의 신성로마제국과 로마의 분할된 종교-세속 권력 체계가 떠올랐습니다. 소위 하나님의 손이라고 여겨지는 로마 교황이 유럽 가톨릭을 보호하고 번영하는 의무를 신성로마제국의 황제에게 부여함으로써, 이러한 시스템 자체가 카리스마에서 변형되어 일종의 세속화 혹은 일상화가 아주 성공적으로 이뤄진 사례로 여겨졌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는 이러한 비슷한 사례를 적잖이 꼽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베버의 카리스마적 지배와 그 일상화와 관련된 분석과 논증 가운데 제가 주목한 것은 두 부분인데요. 종교적 카리스마와 관련해 이들이 세습과 선출을 함께 아우르며 사회와 국가에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나, 근대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도 카리스마를 지닌 지도자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특히, 베버는 이와 관련해, 1912년 미국에서 나타난 대통령 선거에서 보였던 강한 카리스마적 지도 유형을 그 예시로 들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연합국을 주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민주주의적 카리스마 지도자의 전형으로 생각되는데요. 대공황을 극복할 당시 그가 의회를 휘어 잡은 것이나 반대의 의견들을 특유의 카리스마로 헤쳐나간 것은 꽤 유명하고 그런 연유로 오늘날 미국 시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의 순위에 항상 수위를 놏치지 않는 배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의 뒷부분에서 베버가 우려한 대로 민주주의 혹은 민주 정체 하에서 과도하게 경제 권력이라든지 사법 권력이 사회와 국가를 손아귀에 넣게 되는 과두제 상황의 카리스마적 지배도 민주주의의 토양 아래서 시작되어 체제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겠는데요. 그래서 베버는 금욕과 남들과 우월한 도덕적인 선명성을 위해 보다 '객관화된 카리스마적 교육'을 통해 사실상 이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국가나 종교가 주도하는 카리스마 교육이 전문성을 떠나 창의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면 그것이 사회 체제에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았습니다. 다만, 종교가 과거와는 달리 엄격하게 정치 영역에서 분리되어 있듯이 지금의 종교가 가히 초월적인 지도자를 배출하여 사실상 지금의 '정교분리'에 위해를 가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과연 이것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약간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우리 교회를 보더라도 단순히 정치적 의견이나 이데올로기보다 순수한 기독교 자체가 정치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 마땅하다고 믿는 종교인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는 종교적 관용과 더불어 다수의 의견은 물론 정치적 주장을 할 권리를 보장하기 때문에 과연 그 '종교적 카리스마' 다수의 이익이 될지는 큰 의구심이 듭니다.

끝으로 전통적인 카리스마적 지배가 본질적으로 많은 추종자들을 양산한다는 점에서 이것을 오늘날 민주주의 체제하의 정당 정치나 혹은 특출난 지도력을 보이는 정치 지도자에게 대입해보면 베버의 분석들을 과도한 해석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데요. 저는 앞선 1장에서 베버가 '추종자들의 복리'라는 부분과 관련해,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아예 이를 눈 감을 수 없다는 논증에서 우려 섞인 감정이 들었습니다. 이미 앞선 진술에서 카리스마가 일상화를 통해 거의 전통적인 관료제에 준하는 체제로 변화되고 이식되는 것을 보았는데요. 그래서 베버의 논증대로 민주 체제 하에서 특출난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출현이 타협과 대화라는 민주적 가치에 위배될 수 있는 환경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과거에 히틀러가 어떤 식으로 권력을 쟁취하여 그러한 권력을 사유화 했는지는 역사가 명확하게 이를 증명하고 있는데요. 그래서 베버가 언급하는 '윤번제 원리'와 직접 민주주의 체제의 언급은 그래서 뭔가 기시감을 느끼게 해주기도 합니다. 결국 고결함과 도덕적 책무 그리고 겸허함을 결여한 카리스마와 그것을 유지하게 하는 몰개성적 추종자들의 존재는 카리스마의 양가적 측면을 여실이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왜곡된 카리스마적 지도자가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무것도 드러낼 게 없는 자가 그러한 카리스마를 연기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의미로 경계해야 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일상화가 이루어지면서 카리스마적 지배 단체는 점점 더 일상적인 지배 형태(가산제 형태, 특히 신분제 형태 또는 관료제 형태)로 발전한다

국왕의 경우에는 후계자 지명이 전통에 의해 유지되었으며, 역사시대에는 독재관,공동 통치자, 초기의 후계자 재정 임명도 그러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카리스마 힘으로 정당한 수장이 된 자는 복종자들 덕분에 수장이 된 것이다

반면에 진정한 카리스마적 지배에서는 ‘올바른‘법에 대한 논쟁이 사실상 종종 추종자 집단의 판단에 의해 해결되는데, 이 판단은 단 하나의 올바른 결정만 있고 이러한 결정에 도달하는 것이 의무라는 심리적인 압박감에서 이루어진다

전통적인 정통성은 형식적인 합법성과 마찬가지로 혁명적인 독재에 의해 똑같이 무시된다

카리스마의 혁명적인 역할과는 달리, 정치 영역과 종교 영역에서 전통적이며 친숙한 일상적인 요구는 관습, 전통 존중, 부모와 조상에 대한 효심, 하인의 개인적인 충성에 근거한 가부장제 조직에 의헤 충족된다

반면에 카리스마 복종자들은 정기적으로 지대를 받는 ‘신민‘, 세금을 내는 교회, 종파, 정당, 조합 등의 회원, 규칙과 명령에 따라 복무를 강요받고 훈련받아 규율이 잡힌 군인이나 준법정신이 투철한 ‘국민‘이 된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임무에 대해 각각의 혈족이 지닌 권리의 ‘정당성‘ 근거는 재산이나 관직을 주는 것에 따른 개인적인 충성 관계가 아니라 각각가의 가문에 내재하는 특별한 카리스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일상적이고 초자연적이며 신성한 힘으로서의 바로 그 성질이 일상화 이후에도 카리스마를 지닌 영웅의 후계자들에게는 지배권을 정당하게 획득할 수 있는 적절한 원천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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