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와 소셜 스낵 - 소셜미디어, 연결되지 않으면 불안한 중독자들
최영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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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외국어대학의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로 일하고 있는 저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서 저널리즘으로 석사를 뉴욕 주립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는 인터넷 기반의 소셜미디어와 관련하여 한국 내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는 학자로 2020년에는 자신의 다른 논저인 '허브와 커넥터'로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을 받은 바가 있습니다. 더불어 그는 현재 신자유주의적 기반의 넷 미디어 시스템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기도 합니다. 국내에도 대형 포털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시점에서 이러한 식견을 보이고 있는 학자의 존재는 우리 사회에서는 꽤 귀중하다고 여겨집니다, 따라서, 이 책은 지난 2021년 8월 출간되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저자의 이 글은 기존의 로버트 맥체스니와 더글라스 러시코프의 여러 글들과 함께 그 인식을 함께하고 있다 볼 수 있겠는데요, 일전의 마누엘 카스텔이 희망적으로 그린 바가 있는 소위 인터넷 시대가 우리의 민주주의에 있어 극명한 명암을 안긴 바와 같이, 정치적인 영역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에 있어서도 구글과 같은 인터넷 거대 기업이 주도하는 '주목 산업'으로 인해 시민 사회가 파편화에 이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부분의 인식적 맥락은 마치 점차 고도화 된 자본주의가 시민의 노동력을 착취하여, 가진 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계급적 모순으로 치닫게 하고 이를 신자유주의가 민영화와 복지 삭감이라는 시도를 통해 더욱 강화시켜 나간 행보와 거의 유사한 체계라 보이는데요. 사실상 인터넷 거대 기업들의 성장이 신자유주의적 이행과 맞물려, 시민들의 민감한 데이터 수집을 이윤 추구에 이용하는 등 과거 구글 창업자들이 우려했던 미래와 오늘날의 현실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은 분명 '감시 사회의 함의'와 맞물려 회의적인 시선을 거둘 수가 없어 보입니다. 

이전에도 러시코프가 언급한 바와 같이, 구글이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여 기업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이 글에서 저자가 언급하는 '주목 산업'과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와 같은 소위 주목 경제 attention economy는 허버트 사이먼이 처음 언급한 개념이지만 지금의 페이스 북과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미디어 기업들에게는 그만큼 친숙하고 용이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이들 소셜 미디어 기업의 성장 이면에는 자본주의적 인간의 강화로서 소비와 과시를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수많은 개인들의 숨겨진 기여가 있었습니다. 주목 받는 인간과 그렇지 않은 인간 사이에 사회적인 주목도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간을 그저 단순히 관심의 동물로 치부하는 것은 상당히 어폐가 있기도 합니다. 이 주목 경제가 광고와 콘텐츠 그리고 미디어로 강화된다는 점과 동시에 오늘날 넷 미디어의 발전은 앞선 소셜미디어 그룹들의 양적 발전을 가져다 주었는데요. 이 지점에서 한 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구글과 같은 인터넷 포털과 소셜미디어가 축적한 빅데이터의 핵심이 데이터가 단순히 크고 많은 것이 아니라,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조작과 통제가 가능하다는 우려일 겁니다. 빅데이터에 대한 모든 사람의 인식이 앞선 본질을 먼저 염두해 놓고 이해해야 한다는 점에 저자의 통찰을 얼마간 엿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 연유로 저자는 이 책의 1장을 통해 수많은 시민들을 향하여 "당신들의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중독은 설계된 것이다"라고 거의 단언하기에 이르는데요. 여기에 덧붙여, 그는 닐 포스트만을 인용하여 '테크노폴리'를 언급하는 점도 마찬가지의 맥락으로 보이는데요. "현재의 기술 기업이 그 통제 범위를 소비자 개인의 심리까지 넓혀 본격적으로 소비자의 뇌를 공략한다"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인지학자들도 내심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뇌는 의외로 나약한 측면이 존재하는데요. 특히나 "인간의 취약한 본능과 연결되어 있는 가변적 보상 장치는 수많은 벤처의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한 요소로도 활용"되는 부분도 이런 우리의 뇌의 보기보다 허술한 측면에 기인합니다. 따라서 소셜미디어 중독은 오늘날 대표적인 '행위 중독' 가운데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소위 첨단 기술의 중독적 특성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서비스 설계와 구축 단계에서부터 세심하게 고안되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크다는 저자의 경고는 가볍게 넘길 만한 사항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런 기술적 중독이 초래하는 폐해에 대해 일전에 티모시 스나이더는 시민들을 정치에서 더욱 멀어지게 하고 심지어 타국의 정치에 거짓과 날조를 주입하는 공작까지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었다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역사학자인 스나이더 역시 작금의 인터넷 기반의 기술 중독 현상을 우회적으로 경고한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기술 중독의 핵심적인 장치들을 비롯 현재의 사회 문제화 되고 있는 이들 주목 산업들의 문제점은 과연 그것의 원인이 개인의 책임인가 아니면 사회 문제에 준하는 심각한 모순인지에 대해 앞으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사회적 인정 욕구를 넘어서 모두가 자신의 성공만을 갈망하고 그로인해 주변의 삶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개인주의화 된 능력주의 사회가 교육과 산업 연계 시스템에서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저자는 2장에서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 능력주의는 1980년대 들어서 대처와 레이건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의 영향력 하에 강화된 가치체계로 저자는 분명하게 이 능력주의 안에 '사람이 있는지' 강한 의문을 표하기까지 합니다. 전통주의적인 엘리트주의가 사회 전반을 우리의 이익과 안전을 위해 엘리트 계층이 기여하는 것으로 개념화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모두가 사적 이익에 골몰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민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배타적 이익을 얻는 것을 긍정하는 시대에서 과연 건강한 엘리트 계층을 배출할 수 있는 능력주의가 신자유주의하에서 과연 가능한 일인지 저로서도 의문을 갖고 있는데요. 따라서, "신자유주의 문화에 둘러쌓인 황폐한 세계를 살아가는 데 유용한 심리적 대응 기제로서 소셜미디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는 쉽게 선택되고, 중독으로 이어진다"는 2장의 평가는 그런 의미에서 모두가 새겨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전반에서 도출되는 개념인 중독 사회와 기술 중독과 관련해 조금 과장을 섞어 본다면 오늘날의 시민의 파편화와 더불어 극단주의 계층의 뜻모를 혐오주의는 바로 앞선 중독 현상과도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진정한 자신을 위한 자기 계발과 성찰의 시간은 '고독'이라는 이유로 기피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데요. 독서와 사색 그리고 건강한 산책 등은 인간은 수많은 관계들과 연결되는 것만큼 비례하여 혼자만의 시간이 가히 필수적인 요소라 여겨집니다. 장 자크 루소는 이에 대해 진실로 자유로운 인간은 고독을 즐기는 인간이라고 언급했고, 많은 사상가들 역시 시민들의 성찰의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서 저자도 이제는 모두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동의하고 있었는데요. 소셜 미디어 자체가 인간과 인간의 자유로운 관계를 위한 매개체라는 명목으로 모두에게 쉽게 용인되었지만 개인의 일탈이 날로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 인터넷 기업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여겨집니다.



- 저자는 글 서두에서 오늘날의 소셜미디어에 따른 심각한 기술 중독을 인문, 사회과학의 태만으로 인해 심화되었다는 식으로 논지를 펼치고 있었는데요. 저는 여기에 쉽사리 동의를 할 수 없었습니다. 요즘처럼 인문사회과학이 힘을 잃게 된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요. 아주 극명하게 말해서 그것은 돈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문사회과학의 태만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의 만연한 이익주의적 관점에 먼저 비판을 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공지능은 거창한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이데올로기라고 단언한다

소셜미디어의 다양한 자극은 ‘소프트 테러‘로서 개인의 사유를 정지시키고, 특정 행위를 유도하고, 특정 콘텐츠를 주목하게 함으로써 개인을 고립시킨다

사실 기술에 의한 변화는 단순히 더하거나 뺴는 문제가 아니라 생태학적 문제이다

현재의 기술 기업은 그 통제 범위를 소비자 개인의 심리까지 넓혀 본격적으로 소비자의 뇌를 공략한다

또한 ‘좋아요‘와 같은 장치는 데이터를 모으는 최적의 장소로서 이른바 빅데이터 비즈니스의 샘물과도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의 취약한 본능과 연결되어 있는 가변적 보상 장치는 수많은 벤처의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한 요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기술의 중독적 특성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 서비스 설계와 구축 단계에서부터 세심하게 고안되어 만든 것이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더욱 커진다

능력주의의 핵심은 교육을 통해 엘리트를 형성하고, 이들 엘리트가 졸업 후 다양한 분야에서 선도적 지위를 누리면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시스템의 형성이다

과거에는 대학을 안 가도 적당한 일자리와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미국의 저학력 백인들이 세계화의 물결에 따라 이른바 유색 인종들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기고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추락하면서 느끼는 수치심으로 인해, 국회 의사당 난입 무법자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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