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구하기 - 어떻게 미디어는 '생존'하는 동시에 '민주주의'의 보루가 될 것인가
줄리아 카제 지음, 이영지 옮김 / 글항아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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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 카제는 프랑스에서 근래 각광받는 여류 경제학자로, 개발 경제와 정치 경제학, 경제사를 주로 연구하고 있는데요. 파리 1대학과 파리 경제 대학 수학한 후, 도미해 하버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수여 받습니다. 그녀는 하버드에서 다니엘 코헨의 지도를 받았습니다. 2012년에는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을 공개지지 했던 9명의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었고 2017년 대선에는 사회당 후보인 베노이트 하몬을 지지했습니다. 그녀의 개인사와 관련해. 한가지 유명한 점은 현재 전세계 경제학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토마 피케티의 배우자라는 사실입니다. 두 사람은 2014년에 정식으로 부부의 연을 맺게 됩니다. 이 책은 지난 2015년 원제, "Sauver les Médias"으로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7년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우선, 저자인 줄라이 카제가 이 책을 통해, 명확히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은데요. "진정한 민주주의는 극소수 부유층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돈만으로는 유지되어서는 안 되고, 양질의 민주적 토론을 책임지는 미디어는 부호의 독점적 영향력 아래 있어서도 안 된다"는 서론의 주장입니다. 사실 그동안 많은 미디어 전문가, 언론학자들의 입을 통해 언론이 어느 정도로 자본주의의 영향력 하에 있는지 설왕설래에 가까운 평가가 지속되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 재벌들 가운데 꼭집어 언급되는 루퍼트 머독의 행적에 있어, 그와 코크 형제와의 긴밀한 관계는 보수주의자들의 단순한 연계를 떠나 정치 자체에는 해악이 될 만합니다. 더욱이 머독은 과거 대처 영국 총리와 긴밀한 관계이기도 했는데요. 이들이 단순히 함께 커피나 마시자고 가까이 지냈던 것은 분명 아닐겁니다. 또한, 아마존닷컴의 설립자이자 CEO인 제프 베저스가 2013년에 미국 저널리즘의 기반인 워싱턴 포스트를 인수한 일은 그러한 과정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간에 자본에 의한 언론지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될 만합니다. 이미 미국 정부는 꽤 오래전부터 언론의 소위 경제적 독립을 위해 세금 감면을 비롯한 적잖은 지원을 하고 있기도 한데요. 민주주의에서 언론의 독립적인 기능은 무척 중요하다는 점은 모두가 알고 계실 겁니다. 카제는 이러한 명시적인 전제 뿐만 아니라, 1장에서 "실제로 기자의 일이란 부분적으로는 지식경제의 다른 주역들이 생산한 지식과 문화재화를 최대한 많은 이가 접할 수 있도록 보급하는 것"라고 첨언하고, 오늘날의 언론의 위태로움이 각 언론사들의 경영 문제로 인한 기자들의 대폭적인 해고에 원인이 있다고 보는 듯 했습니다.

아예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대부분의 언론 사주들은 돈을 벌고 싶어 합니다. 앞선 문단에서 인용된 아마존닷컴의 거부 제프 베저스는 보유자산이 대략 300억 달러에 이르는데, 그의 사례는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소 돈에 구애받지 않는 사주의 존재는 언론사를 보유해 경제적 이익을 얻으려는 것보다는 저자의 언급대로 약간은 취미 생활로 혹은 자신의 사회적 영향력을 위해 언론사 사주가 되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들은 급격한 광고 수입의 하락과 기존의 신문 영향력의 축소로 상당히 어려운 현실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단순히 언론사를 일반 사기업처럼 설정해 본다면, 소모되는 각종 부대 비용이 마찬가지로 상당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그래서 최근에 언론사들이 거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과 같은 '네이티브 광고'의 제공 의미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어느 언론사나 전혀 돈이 되지 않는 기사를 쓰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비용이 소모되기 마련입니다. 특히, 공익을 위한 목적의 기사들은 기자들에게 거의 돈이 안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적지 않은 기자들이 견고한 윤리관으로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긍심을 갖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현실은 또 이런 이상과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기자들에게 과거 전통적인 언론의 책무와 사명감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수 있을정도로 최소한의 경제적 보장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물론 기자들과 비교하여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의 경제적 보장에 있어 사회적 동의가 부족한 측면도 분명 있습니다. 정부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해 언론사들이 각종 공적 자금을 지원받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 그러한 독립적인 위치를 견지할 수 있어야만 민주주의를 떠받칠 수 있게 되는 맥락일겁니다. 더욱이 기자들 스스로 시민의 이익과 권리에 힘써야 하는 것은 더는 강조할 필요가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글의 1장에서 "미디어 한 곳이 탐사보도 전문기자 한 명을 고용하고 업무를 지원하려면 연간 25만 달러 이상을 지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2002년에 미국 보스턴글로브지가 가톨릭 성자의 성추행 사건을 8개월 동안 취재하면서 100만 달러를 지출했다"는 점은 기사 자체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세간의 선입견을 날리기도 하는데요. 현재 우리의 탐사보도만을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언론사의 경제적 자립이 왜 중요할 수밖에 없는 가에 대한 앞선 미국의 사례는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듯합니다. 특히, 사회의 각종 비리와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언론사일 경우 경제적 자립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사주의 영향력을 거의 받지 않는 소위 독립 언론사의 존재는 작게는 사회 안전과 크게는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런 독립 언론사들은 눈엣 가시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수록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지원은 마땅히 당위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저자인 카제는 3장에서 '비영리 재단'에 의한 언론 설립을 지지하고 있었는데요.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방안이라고 여겨집니다. 국민주를 모집해서 언론사를 운영하는 방법도 한 방안이 될 수 있고, 시민들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고 그에 따라 소규모 계좌 지원을 하는 것처럼 언론사를 그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가능할겁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도 얼마 없는 그런 소규모 독립 언론의 존재가 얼마간 머릿속에 떠오르기도 합니다.

끝으로, 개발 경제와 경제사를 중점적으로 연구한 경제학자가 그다지 고유하지 않을 수 있지만 언론 독립의 명료한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는 점은 꽤 귀담아 들을 만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와 관련해, 여기에 인용되고 있는 프랑스 언론계의 상황이 상당히 우려스러워 보이기도 했는데요. 현재 러시아의 푸틴이 자신의 권력으로 언론들에게 재갈을 물리고 있는 것처럼 사실 시민들에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정치적 보장은 언론 자유와 독립 경영일 겁니다. 지난 역사에서 권위주의 정권이 제일 먼저 언론을 제압하려했던 부분은 이와 비슷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이에 한가지 아쉬운 점은 기자라는 직업군의 다수가 돈벌이에 치중하고 있고, 어떤 부류는 정치 권력에 너무 닿아 있어 한 사람의 기자가 언론의 독립을 보호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라면 현재 우리의 현실은 아무래도 낙관적인 기대를 할 수 없다고 여겨지는데요. 저는 기자들에게 전문직에 준하는 보수를 보장하여, 이들이 어느 이익 단체나 어느 정권, 어느 경영자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어, 스스로 원하는 기사를 쓸 수 있는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약간의 극약처방으로 기자들의 경제적 독립성이 시급하다는 요지의 주장이기도 합니다. 어찌됐든 언론에 대한 여러분들의 많은 의견 개진과 관심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의식하는지 못 하는지 모르겠으나, 사람들은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점점 잃고 있다. 프랑스인들은 미디어가 제공하는 뉴스 자체에는 늘 관심이 많지만, 프랑스인의 약 4분의 1은 이제 더 이상 미디어를 믿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대체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 국가에서 살고 있는 것인가? 미국의 부호들이 점점 쇠약해지는 신문사에 거액을 내놓는다는 이유로 미국 미디의 새로운 ‘도금 시대‘가 도래했다고 환호할 수 있는가?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는 자기자본의 안전성과 투자의 영속성을 통해 미디어의 품질을 보장할 것이다

부호 (또는 대기업)들이 미디어에 쏟아부은 거액은, 독립된 양질의 뉴스를 최대한 제공하는 것에 기반하는 미디어의 기능마저 악화시키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언론사들의) 수익성 증가는 민주주의를 대가로 치르고 얻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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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3 07: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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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3 07: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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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3 0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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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03 09: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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