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작한 미래 - 기후재난과 인공지능, 대학과 강의실, 민주주의와 기본소득, 그리고 코로나19
강남훈.송주명.안현효 지음 / 다돌책방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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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대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국민 기본 소득'과 관련해, 제안과 설계를 맡은 학자인 한신대 강남훈 교수와 최근인 2월에 경기도 교육감 출마를 선언한 같은 대학의 송주명 교수, 그리고 오늘날 대학 교육의 위기 상황에 있어 언론을 통해 꾸준히 의견을 피력한 대구대 안현효 교수가 모여 아주 얇은 분량의 글을 출판했습니다. 여기 이 책은 최근 전세계의 큰 고통을 안겨준 펜데믹 사태와 더불어 그동안 전지구적 위기로 경고등을 밝혀온 지구 온난화와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해 독자가 보다 이해하기 쉬운 논법과 대안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총 3장의 분량의 이 책에서 공저자들이 어떻게 글에 관여하고, 어느 정도의 분량을 개인의 역량으로 채웠는지는 불명확하지만 그럼에도 글은 평이하면서도 논점은 얕지 않은 수준을 답보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의 펜데믹 사태로 인한 사회 변화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이 일말의 이해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따라서 이 글은 지난 2020년 6월 19일 출판 되었습니다.

이 글은 초입에서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레이워스의 이 글은 전반적으로 설득력이 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오늘날 신자유주의화로 악화된 '시민들의 경제적 불평등'과 그에 따른 사회 구조의 변화 등을 담고 있지요. 이러한 문제가 제기된 상황에서 갑자기 촉발된 펜데믹은 그동안 이론적으로만 인지하고 있었던 경제적 불평등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데요. 우리가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들을 통해 인식하고 있었던 자본주의의 천국인 미국이 그리 인간다운 국가가 아님을 극명하게 알게 되었고, 가진자와 못가진자의 불합리한 의료 보건적 차별은 펜데믹 사태로 말미암아 더욱 두드러지게 됩니다. 이 글에서도 역시 펜데믹 상황에서 미국의 주요 카운티 별로 흑인과 백인, 유색인의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비율을 현지 자료로 인용하고 있습니다. 거의 압도적인 흑인 인구의 사망률은 현재 미국이 어떠한 지경에 있는지 깨닫게 되는데요. 물론 이 자료를 보고 백인이 흑인에 비해 바이러스 면역력이 월등히 좋아서 그런 것이라고 오해하는 분은 분명 없을거라 믿습니다.

미국은 우리와는 달리 극명하게 자유와 공동선 즉, 공동 안전에 대한 관념에 있어 이념적으로 혹은 선동적으로 아귀 다툼을 벌인 국가입니다. 물론 중요한 사실은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은 둘 다 중요하다는 관점이죠.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마스크를 쓸 필요는 없다고 방송에서 일갈한 전직 대통령의 전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공동체 이전에 자신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자유 지상주의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파행은 장 자크 루소가 개념적으로 만들어 놓은 공화주의에 큰 타격이 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공화주의 3.0이나 민주주의 3.0을 대비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무슨 소설적 언급을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 글 3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바와 같이, 역시 신자유주의가 민주주의를 사실상 침해한 것이 미국의 사례로 보아 거의 사실로 판명되었다는 점이죠. 일전에 대니 로드릭은 민주주의의 기본적 관념과 가치를 그저 자신의 위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자들이 너무 많다고 언급했었죠. 시장에 대한 민주주의의 역할에 대해서도 로드릭의 관점은 그와 같습니다. 파리드 자카리아 역시 현재의 전세계 민주주의의 위기는 민주주의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제도의 방만한 운영 혹은 제도의 본질을 무시하고 기득권과 엘리트들이 멋대로 자의적인 해석을 취하는 데 있다고 보았습니다. 오늘날 러시아의 푸틴을 비롯한 권위주의의 대두가 이러한 맥락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부패'라는 것은 어느 정도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민주주의가 그 속성이 부패의 연결고리를 갖고 있어서가 아니라, 방만한 시장 자유가 민주주의에 강요 되면서 발생하는 '견제의 원리' 자체가 소멸된 것으로 봐야겠죠. 더욱이 오늘날 강화된 능력주의적 관점도 이에 한 몫을 했을 겁니다. 하여튼 이렇게 진행된 민주주의의 위기,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는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할 텐데요. 특히, 우리나라에서 경제적 불평등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부동산 문제는 거의 사회 안전망을 뒤흔드는 원인으로 심화되어 왔습니다. 저는 일전에 작금의 부동산 거품은 언제든 꺼지게 마련이고 호주와 스페인과 더불어 부동산 거품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우리나라도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었는데요. 아마도 강남훈 교수의 의견으로 여겨지는 부동산 문제의 실질적 해결 방안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미 여러 기사를 통해 '토지 기본 소득'에 대한 개념을 접할 수 있었는데요. 이 책에서는 "토지 보유세를 늘리는 것이 부동산 문제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국민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지금의 은행 대출 제한이 돈 없는 사람들의 부동산 투기만 제한하는 것에 그치고 있기에 풍부한 여유 자금을 갖고 있는 중상위층의 견제는 사실상 실효가 없었던 것이죠. 이미 미국 알라스카 주는 석유 수입에 대한 주민 기본 배당제를 실시하고 있는데요. 앞선 사례를 토지세에 적용한 것이 강남훈 교수의 제안입니다. 어차피 정기적으로 정부가 전국 토지 조사를 하고 있기에 토지세 부여는 꽤 객관적으로 실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한 토지세 수입을 바로 국민 배당으로 하자는 강교수의 제안은 크게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었는데요. 다만 이렇게 하려면 기존 경제학계의 이념적 공격을 물리쳐야만 하지만 충분히 불평등한 부동산 불로소득에 대한 대안이 될 수는 있었을 겁니다.

여기에 공저로 참여한 세 명의 학자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간의 펜데믹 사태로 인해 무엇보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심각한 존재 위기를 겪었던 점은 모두가 부인하기 어려울 겁니다. 사회 내부에 도사리고 있던 반민주주의자들이 '민주적 의견'이라는 미명 하에 정권을 쟁취하는 등의 권위주의화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폴란드 우익이 헌법 재판소를 손에 넣으려는 시도나 헝가리의 의회 장악 기도, 그리고 오스트리아와 프랑스의 사례 역시 우리의 정치가 위중한 상황임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의견대로 대다수의 시민들은 정의로운 사회에서 자신 본연의 삶을 영위하고 싶어합니다. 이것은 이념적인 의견 따위가 아닙니다. 따라서, 이러한 맥락 하에 정치인들과 언론 모두는 '공공선'과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그런 충분한 의지를 피력해야 하며, 자본주의가 우선이냐 공공선이 우선이냐 이런 문제에 자신들의 이익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펜데믹 사태가 종료되고 나서도 많은 신자유주의자들은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실시된 마땅한 민주주의적 통제가 지속될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광범위한 안전 사회라는 분명한 가치를 위해, 민주주의의 정당한 부활을 강조했던 많은 민주주의자들에게 있어 펜데믹의 종말은 또 다른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견제, 그리고 민주주의의 확대가 왜 당위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고찰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본문 58페이지에 인용된 영화 엘리시움에 대한 영문 철자가 오기 되어 있었습니다. 본문 136페이지에는 조사 하나가 탈락 되어 있었습니다. 매번 하는 말이지만 이런 편집 오류는 정말 실망스런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신자유주의로 비롯된 불평등은 코로나19 전보다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이 불평등은 다시 미완의 민주공화국, 우리의 역동적 민주주의를 내부로부터 심각하게 침식할 것이다

그런데 제도적 민주주의가 여전히 약하고, 가장 신자유주의화되어 있는 한국에서, 권위주의적이고 강제적인 통제가 아닌 민주주의적 방법으로 코로나19 방역에 독보적인 성과를 냈다

민주적 시스템과 시민성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곳에서 집행권력이 지나치게 과도해지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안전,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으면서 함께 막히는 개인의 권리, 단호한 방역 전문가의 처방과 이에 대한 민주적 합의, 어제까지의 민주주의에서 당연했던 것들과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감염병이 더 자주, 더 강력하게 나타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는 사회적 방어가 성공해 자본주의의 덩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 보유세와 토지 기본소득은 불로소득을 걷어내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며, 불평등을 줄여 한국 경제에 오랜 부담이었던 큰 숙제를 풀어줄 수 있다

공식에서 부동산 소유 수익을 줄이는 효과적인 대책은 보유세를 늘리는 것이다

앉은 자리에서 3년 만에 20억 원 가까이 자산이 늘었다면,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 정도의 부동산 불로소득은 사회를 분열과 붕괴에 빠뜨릴 만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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