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를 죽여라 - 온라인 극우주의, 혐오와 조롱으로 결집하는 정치 감수성의 탄생
앤절라 네이글 지음, 김내훈 옮김 / 오월의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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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쓴 안젤라 네이글은 커뮤니케이션학 학자이자 논픽션 작가로 최근에 대안 우파 alt-right 및 인셀 incel 연구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중입니다. 특히 그녀는 친 샌더스적인 좌파로서 기존 우파와 리버럴의 다소 안일하고 타협적이었던 문화정치에 상당한 비판적 시각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이 글을 통해 드러나고 있듯이 그녀의 주된 관심사는 리처드 스펜서가 주도한 대안우파에 대한 해박한 분석과 따른 비판에 있는데요. 뒤에 계속 논증하겠지만 이 대안우파가 인종차별주의 및 백인우월주의를 표방하고 더 나아가 기존의 남녀간 가부장적 갈등을 넘어 반페미니즘과 사실상 여성의 지위를 계몽주의 시기 이전으로 돌리려고 하는 반지성주의적인 행태를 보이기까지 합니다. 최근 5~6년간 이들의 대두는 극우 포퓰리즘과 다름없이 이러한 '분노의 정치'를 확대하여 도널드 트럼프를 주류 정치에 등장시키는 혁혁한 공(?)을 쌓았습니다. 네이글의 이 책은 온라인 상에서의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결코 관심을 두지 말아야할 인종차별과 백인우월주의 그리고 이슬람 혐오을 포함한 이민자 배척, 여성 혐오, 반페미니즘 운동 등을 내세우면서 어떻게 온라인에서 음지가 아닌 양지로의 조직화를 이루었는지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목적으로 출판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원제, "Kill All Nomies"로 지난 2017년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22년 2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우선 번역된 책 제목과 관련해, 다소 정리가 필요해 보입니다. 여기서 인싸는 일반적인 nomie 를 가리키는데요. nomie의 의미는 사회생활과 경제활동을 하면서 건전한 인간관계를 통해 주류 관습이라든지 문화 전반을 향유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여기에 약간의 인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가 인정하는 보편적인 삶을 영위하는 평범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인싸를 죽이자는 대안우파들은 인터넷에서 가히 사회 전체를 향해 '트롤링'을 하는 동시에, 자신들과는 완전 다른 삶의 지향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이들이 진정으로 눈을 뜨지 못하고, 소위 매트릭스의 상황에서 노예가 되고 있다는 식의 상상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과장론을 바탕으로 체제 전반을 거부하는 것이죠. 그래서 인싸를 죽이자는 것은 대안우파들이 기존의 체제를 전복시켜 순수 백인 남자들이 주도하는 체제로 바꿔야한다는 내용을 은연중에 담고 있는 것이라 여겨집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네이글의 이 책에 실명으로 등장하는 리처드 스펜서(대안우파의 소위 매파적 인물)나 트럼프주의 우파의 정치를 대변하는 '브라이트바트'에 실명으로 글을 기고 하고 있는 마일로 이아노풀로스의 사례가 대안우파의 실상을 드러낸다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들을 통칭하는 대안우파 alt-right 라는 용어조차 개인적으로는 저들의 근본적인 해악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들은 파시즘에 기반한 극우 포퓰리즘과 거의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에 이 지점에서 그에 걸맞는 새로운 용어가 필요해 보입니다.

현재 미국에서 넷상으로 두터운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대안우파는 기존의 보수 정치가 그 힘을 다했다고 선언하고 자신들이 보수주의의 정치적 제3지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공공연하게 홍보하고 있는데요. 앞서 네이글의 분석을 통해 저들의 본질을 간략하게 나마 소개했는데요. 이를 좀 더 풀어본다면 대부분의 대안우파들은 노골적인 인종차별적 가치관을 기반으로 백인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더불어 이슬람을 비롯한 유색 인종들을 배척하는데 이릅니다. 다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페미니즘과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깡그리 거부하며 이들을 극도로 혐오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보수에 대해 좀 더 논의를 해본다면, 원래 전통적인 보수주의는 에드먼드 버크식의 기독교 보수주의에 기반한 사회와 이를 지탱하는 건강한 가족주의가 주가 됩니다. 동시에 문란하고 방만한 문화들을 비판하고 사회의 건강한 토대를 지키려고 하는 그러한 정치적 감수성을 포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보수주의는 시장 자유 자본주의를 맹렬히 지지하는데 이르렀고 그에 반해 도덕주의를 교묘한 언설로 피해가면서 지금 시점에서는 과거의 보수주의와 달리 극심하게 변질되었습니다. 과거 보수주의에서 도덕주의적 가치관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는데, 이것이 유명무실해 진지는 꽤 오래되었죠. 그래서 현재의 보수는 본질적으로 엘리트 기득권의 권리와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는 가운데 민주주의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다루는 형태로 변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말입니다. 이와 관련해, 일전에 노엄 촘스키는 현재 미국에 "진정한 보수는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그의 말은 이를 명확히 뒷받침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진술한대로 기존의 정치로서의 보수는 노골적인 자기 이익화가 진행되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이 표면적에 불과할지라도 PC, 즉 정치적 올바름을 대놓고 적대하지는 않습니다. 민주주의적 가치 아래서 표현의 자유가 '정치적 올바름'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지금의 자본주의적 보수주의에서도 여러 진지한 의견이 나올 정도인데요. 그렇다고 보수 정치가 이 PC를 노골적으로 폄훼하거나 백안시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와는 상반되게 대안 우파들은 이 PC를 극도로 혐오하는 중이죠. 아마도 이들은 "밖에 나가서 여자들을 강간하고 싶다"는 말들을 표현의 자유 안에 들어간다 여기는 모양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논증이라고 볼 수 있는 6장, "페미니즘이 세상을 망친다"에서 남성 정치와 관련한 대안 우파들 가운데 한 사람인 폴 엘람이 사회적으로 명백한 범죄라고 할 수 있는 '강간'에 대한 발언은 아주 심각한 수준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를 다소 요약해보자면, '당할 여자가 당한 것'이라는 그의 논법이 정상인의 범주에서는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고 볼 수 있는데요. 강간 당할 여자, 혹은 강간 문화와 같은 논법들이 남자의 권익 확대와 어떠한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하위 문화 내지, 지향들이 반문화적이자 반사회적인 행태와 다름없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PC의 정치적 의미와 과도한 존재론에 대해 물론 이견이 있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자를 강간하고 싶다는 저러한 범죄적 발언이 화자들 자체가 극도의 남성우월론에 젖은 채로 폭력적으로 발현되고, 심지어 여자들이 남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원인으로 강간의 당위성을 찾는 저들의 발언을 과연 기존의 우리 사회가 이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지 오히려 여러분에게 되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대안우파의 정치적 본질과 관련해, 글 4장 말미에서는, "대안우파는 무언가를 하겠다는 약속하는 것보다 무언가를 부숴버리겠다고 약속하는 것이 더 많다."는 저자의 규명은 저들이 자신의 입으로 정치적 대안을 외치며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알맹이가 없다는 명백한 사실일겁니다. 거의 파시즘과 다름 없는 엄청난 주장들을 노골적으로 외치면서도 근간에는 일반 남성들의 분노를 양분 삼아 결국 기존 정치 무대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를 등장시키는데 일조했습니다. 즉, 여러 언론이나 심지어 학계에서 저들을 극우 포퓰리스트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만약 미국 정치에서 대놓고 저들을 포용할 수 있다면 저들의 본질은 극우 파시스트와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스티브 배넌의 사례는 실질적 증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디 우리는 지난 양차대전의 잿더미에서 정치와 민주주의를 어렵사리 지켜낸 바가 있습니다. 계몽주의를 그저 철지난 관념으로 몰아 부치고 인간 다운 삶을 영위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너희들이 정신을 차려야한다" "너희들은 좌파의 음모에 빠져있다",혹은 "페미니즘이 너희들의 권리를 갉아먹고 있는 중이다"라고 증오의 문법을 아무런 이성의 작용 없이, 기존의 정치 무대에 소리 높여 표출하는 것이 과연 이 사회에 어떠한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모두가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입니다. 저는 이쯤에서 존 듀이를 인용하여 시민들의 적극적인 정치적 분별력이 필요할 때라고 제언하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저 저들의 방만한 트롤링은 둘째치더라도 일반적인 여성주의 작가나 온건한 페미니즘 사상가를 온라인 상에서 공격해, 신상을 털어 심지어 죽이겠다는 협박을 하는 행동이 어떻게 남성 권익을 신장시키는 방편인지, 진정으로 저들에게 되묻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처럼 노골적인 대안우파적 논법이나 저들의 얼토당토하지 않는 주장에 다소 생소한 독자들은 우리의 현실에서는 쉽게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 텐데요. 최근 우리의 대선에서도 저런 현상을 노골적으로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혹자들은 트럼프와 같은 말도 안 되는 포퓰리스트가 한국에서 출현하기는 정치 지형상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우리도 이미 극우와 보수의 구분자체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희망적인 전망을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우리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민주주의가 조만간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한데요. 펜데믹의 상황이 정치 전반을 변화시키기도 했지만 이런 인터넷 기업이 마땅히 저 밑의 음지에 있어야 할 자들을 양지로 끌어올린 매개가 된 것은 더욱 우리의 정치 전망을 어둡게 만든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순수 백인들이 주도하여 이룩한 문명의 미래가 자신들에게 달려 있다는 식의 대안우파들의 가증스런 논법은 파시즘과 아주 절묘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저들을 정당한 정치세력으로 인정하는 것은 이처럼 어려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비자발적 독신이라는 인셀들이 평범한 여성들에게 극도의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는 것도 대안우파의 하위 문화적 현상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대안우파라는 용어는 로마제국을 참고해 미국 백인 민족국가와 범국가적 백인 제국의 건설을 주장하는 리처드 스펜서 같은 인물이 대표하는 노골적인 백인분리주의와 백인 민족주의 운동 및 온라인 하위문화의 새로운 물결만을 가리킨다

대안우파라는 이름이 시사하듯 이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득권 우파 보수주의자들을 대체하는 대안 세력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서구 남성성의 쇠퇴를 우려하며 몇몇은 ‘자신의길을가는남자들 Men Going Their Own Way, MGTOW‘와 같은 남성분리주의를 옹호하는 한편, 어떤 이들은 보다 공격적인 사회다원주의적 관점으로 픽업 아티스트의 기예로서의 ‘여자사냥‘을 권장한다

이러한 반페미니스트 진영을 주 이용자로 삼는 게임들은 대체로 전쟁과 폭력, 테크놀로지를 미화했다

이들은 또한 자유지상주의와 권위주의 사상을 받아들이면서도 극단주의를 지양하고 사회질서와 공공선을 중심으로 하는 버크주의의 점잖은 품격과는 거리를 두고 대처주의의 가혹함을 추구하며 극우 사상을 만지작거리기도 했다

레이건과 대처 집권기에 봤던 것처럼 노동조합을 궤멸할 수만 있다면 안정된 공동체나 가족의 가치를 파괴하는 정책일지라도 언제나 환영이었다

오늘날 대안우파의 서구 문명 쇠락에 대한 집착은 유구한 보수주의 사상에 기원하는데, 이들이 주로 참고하는 문헌은 로마제국 몰락의 원인을 성적 퇴폐에서 찾는 18세기 에드워드 기번의 저서 ‘로마제국 쇠망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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