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 그 숙명의 역사 - 주재우의 지략지계
주재우 지음 / 경계(도서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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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경희대 중국어과 교수로 재직중인 주재우 교수는 미국 동부 코네티컷 주의 예술학교로 유명한 웨슬리언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이후 북경대의 국제관계학원에서 석박사를 취득했습니다. 그는 미 브루킹스 연구소의 방문학자를 거쳐, 국내에서 중국 정치와 중국 관련 외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것만큼 중국과의 외교 및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로서의 의견을 여러 지면을 통해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의 '한국인을 위한 미중관계사'를 인상 깊게 일독했는데요. 한국전쟁과 냉전시기를 거쳐, 특히 1972년의 미중 수교와 관련한 정치적 배경과 그에 따른 저자의 분석이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 역사에 있어, 파키스탄 핵물리학자 압둘 카디드 칸의 존재를 저자인 주교수를 통해 인지하게 되었는데요. 당시의 그런 내용을 알게 되었을 때는 다소 충격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북한과 파키스탄의 핵 커넥션의 실체 또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처럼 학자로서 그리고 현재의 한반도 문제에 면밀한 자각을 갖고 있는 지식인으로서 관련 학계의 중요한 학자들 가운데에서도 훌륭한 학자라고 여겨집니다. 그의 이 글은 최근인, 2022년 2월 출간되었습니다.

우선,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에 앞서, 저자인 주교수는 앞으로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와 그리고 미국이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한 가지 전제를 언급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미국이 싫든 좋든 이제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협상의 대전제로 삼아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과 북한의 여러 입장차이와 서로 간의 몰이해를 다룬 3장의 '진정한 북한의 개혁 개방문제'와도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즉, 미국은 북한의 개방에 대한 대내외적인 선언을 선결 조건으로 보고 있으나, 이것은 흡사 과거의 서방세계가 중국을 개방으로 이끈다면 중국의 국내 정치에서 자연스럽게 민주주의의 필요성과 그 이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다소 헛된 기대와도 유사해 보이는 측면이 있습니다. 결국은 신자유주의가 베이징 컨센서스를 탄생시키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가 작금의 중국을 만드는데 일조한 '그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결과'를 이끈 것과 전자는 어쩌면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더군다나 다음 4장에서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는 곧 북한 비핵화로 국한"하는데 반해, 중국이 말하는 범위는 "한반도 전체를 포괄"한다는 저자의 분석에서 이런 외교적 함의의 간극과 각 행위자들의 정치적 동상이몽이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새삼 확인할 수 있겠는데요. 마찬가지로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네오콘들이 무분별하게 북한 붕괴론을 받아들이고 심지어 당시 한국 정부에도 이를 조장시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금쪽 같은 시간을 그냥 흘려버린 바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자의 이 글은, 과거 미국과 북한의 끝 모를 협상에서의 지나친 소모전과 거의 다름없는 역사의 기록을 꽤 면밀하게 자료로서 독자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북한을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북쪽의 정권이 일반 국가들의 외교 관념으로는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것과 이 글에서 어느 정도 그 실체를 밝히고 있는 소위 '통미봉남'이라는 김씨 일가의 전략적 노선이 그저 허무맹랑한 논법이라는 식으로 치부하는 다수의 국내 진보세력에게 나름의 자각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즉, '북한의 김씨 일가가 그토록 주장하는 미국에 의한 자신들의 안보 보장'의 실체가 정확히 무엇인지 냉정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얼마 전에 서평을 쓴 라종일 교수의 글도 그렇거니와 북한은 거의 확실하게 핵 강국으로서,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의 인장을 받고 싶어하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바로 이 핵보유국 지위를 통해 미국과 '제대로 된' 협상을 하고 싶어하는 것이겠죠. 다만, 이와 관련해 제가 아쉽게 생각했던 부분은 과거 조지 H. W. 부시 정권의 한반도 핵무기 철수가 너무 성급하게 이뤄지지 않았나 하는 점입니다. 물론 당시의 정치 외교적인 상황을 저자의 상세한 분석을 통해 그 정치적 배경은 어느 정도 이해할 만했습니다. 당시 미국은 서독과 동독이 통일을 앞두고 있던 시점에 체코와 동독을 향하고 있던 미국의 핵무기를 철수시킬 필요성을 느꼈고 그러한 맥락에서 남한에 있던 핵무기까지 미 본토로 철수시켰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물론 무엇보다 남한에 핵무기가 없다는 것을 북한에게 '핵포기를 요구하기 위한 정당한 명분'으로서 필요했던 것은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행으로 어느 정도 국내의 안보 불안을 초래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물론 그와 관련한 미국의 후속 조치도 있었지만 이는 중요하게 중국측을 향한 미국의 요구로서 "우리가 남한의 핵무기를 철수시켰는데 너희는 평양에 마땅히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설 것을 종용해야만 한다"는 것으로서 불행하게도 이는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습니다. 이는 4장과 5장에서 진술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은 중국에게는 그 입장이 다르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증거라 생각됩니다. 어쩌면 중국이 북한의 김씨 일가가 소유한 핵무기를 언제든지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와 관련해 실질적으로 우려스러운 상황은 동북부 지역에 북한 유사시 상황에 투입될 군대를 국경 가까이에 주둔시키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저자가 이 글에서 단언하는대로 북한의 핵탄두는 그들의 장거리 미사일과 함께 미국에게는 큰 위협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핵탄두를 미국 서해안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장거리 ICBM의 개발에 그치지 않고 외화 벌이를 위해 중단거리 미사일을 각국에 밀수출한 사례는 미국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분명합니다. 이것은 이스라엘과 북한 간의 수교 협상에서도 중요한 지렛대로 작용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최근까지 북한의 불법적인 미사일 수출이 국제 사회에 의해 적절하게 제한되고 있다고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파키스탄의 핵탄두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핵탄두 역시 테러 단체나 핵무기를 너무나 원하는 이란과 같은 나라에 흘러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문제를 미국 CIA가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겠지만 어느 누가 이러한 일들이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요. 다른 걸 다 차치하더라도 이 문제 하나만 가지고도 미국과 일본이 북한의 핵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는 마땅히 자신들의 안보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안보가 달려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진짜 막말로 평양의 김씨 정권이 그러한 참혹한 일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어떠한 정치적 보장도 없는 상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는 이 뿐만 아니라 우리가 맞닥뜨릴 수 있는 또 한 가지의 불안한 정치적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저자는 이에 대해 "미국이 북한의 급변 사태 개입 작전을 계획대로 실천하려면 필히 극복해야 할 내부적 장애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것은 미 연방 대통령이 "한반도에서 벌어질 모종의 유사 사태에 관련하여 의회로부터 어떠한 작전권이나 명령권, 출전권도 부여받지 못했다"는 의미인데요. 이 부분은 저자의 어떤 망상이 아니라 실제로 조약의 문구가 그러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부득 이 부분과 관련된 인터뷰는 아니겠지만 얼마 전에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만과 한국을 건드릴 시에 기필코 우리의 반응을 보게 될 것"이라는 그의 매우 강도 높은 발언을 접한 기억이 나는데요.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와 미국 간의 동맹이 대표적인 비대칭 동맹 관계로서, 유독 요 근래에 미국이 중국과의 마찰에서 우리 한반도가 중요한 입지적 조건을 갖고 있다는 것을 꺠닫게 된 이후로, 저들에게는 국익과 관련해 새삼 중요한 곳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역외 균형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평택에 있는 미군 기지는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생각합니다. 물론 혹여 북한이나 다른 국가에 의한 한반도 침략 상황에 있어 미 의회가 사탕이나 빨면서 시간을 때우려고 하지는 않겠지만 유사시에 미국 의회가 미 본토의 65만 지원군을 재빠르게 승인하게 될지 걱정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안전 장치로서 최소한의 법리적 검토나 예비 조치가 있으면 좋겠지만 이것도 결국은 닥쳐봐야 아는 것입니다. 미국의 핵우산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겠죠. 제가 여러 서평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미국이 LA와 샌프란시스코가 핵무기에 의한 지옥이 될 것을 감수하고 서울의 핵공격에 대한 반격을 자신들의 핵무기로 실행할 수 있을지는 마찬가지로 닥쳐봐야 알 수 있는 일이겠죠. 다만, 미국이 단언하고 있는 동맹국들에 대한 안보 보장이 휴지 조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들 역시 최소한 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 있을 겁니다.  

끝으로, 그동안 미국 정치권에서 몇 번이나 북한 선제 타격론이 나왔던 것으로 인지하고 있습니다. 과거 클린턴도 그러했고 도널드 트럼프도 한 때는 이를 검토하다가 제2차 한국전쟁 개전 시에 발생할 막대한 민간인 피해를 보고 이 카드를 접게 되었는데요. 이와 관련해, 최근에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북한 문제에 있어 군사적인 옵션을 먼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부분은 이러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언제까지 북한의 핵탄두를 미국이 용납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문제이며, 한반도는 직접적인 국지전 카드 하나만으로도 주변국이 참전하는 확전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에 전쟁을 너무 쉽게 생각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근래 들어 대만에서의 위기는 더욱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만든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이런 북한이 핵 개발 자체에 있어 스스로가 이미 잘 인지하고 있듯이, 대내외에 자신들의 핵무기 문제에 따른 지역 내의 광범위한 안보 문제가 향후에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해 보입니다. 저는 이러한 불확실한 환경 때문에라도 더욱 북한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사실 남북한 간의 전쟁은 누가 승리하던 간에 한민족 스스로에게는 거의 민족의 종말에 준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어떤 위기 상황에서 김정은에게 전혀 살 구멍을 만들어주지 않게 되어 그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서울과 도쿄에 핵탄두를 투하하고 마는 비극적 결말을 미연에 방지하는 노력을 모든 이해당사자국들이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북한 내부의 군 강경파들에게 어떠한 명분도 주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그렇다고 우리와 미국이 김정은에게 끌려다니는 것이 불가피한 일이라고 말하려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로지 한반도를 파멸에 이르게 할 비극적 전쟁을 함께 막아보자는 것이죠. 이와는 반대로 국내에 치킨 호크와 다름없는 정치인들의 위험한 언동이 이 같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을지 저로서는 계속 의문이 드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또한, 글 말미에 저자가 단언하는 만큼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보다 북중 관계를 좀 더 제대로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건 몇 번을 반복해도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우리의 외교 당국자들이 겸허히 인식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이 글에서 보이는 여러 정치적 수사들 가운데 4장에서 등장하는 "북한의 행태는 세계의 불안을 갉아먹으며 부단히 몸집을 키워갔다"는 표현이 실로 마음에 와 닿는다고 느꼈는데요. 이것은 거의 반박할 수가 없는 표현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평양은 무엇보다 주한 미군 철수 문제만큼은 미국 정부와 직접적인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에 사로잡혀 있었다

근본적인 문제는 북미 수교라는 과제가 미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결코 아니라는 데 있었다

반대로 미국의 정계와 사회 지도층 사이에는 북한이 전형적인 공산 국가로서 기만과 무책임한 행동을 반복하기 때문에 대화의 결과 차원에서 그들에게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마지막으로 1991년에 김일성 주석이 신년사에서 독일식 흡수 통일을 막기 위해서는 핵무기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일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이 동원해 온 외교적, 평화적 노력은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해 미국과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것 역시 그러한 지정학적 고려에서 출발한다

미국이 ‘한반도 비핵화는 곧 북한 비핵화‘로 국한하는데 반해, 중국이 말하는 범위는 한반도 전체를 포괄한다

무엇보다 중국은 신의주의 관광 개발 계획이 불쾌했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 급변사태 개입 작전을 계획대로 실천하려면 필히 극복해야 할 내부적 장애가 있다. 바로 미 의회의 승인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벌어질 모종의 유사 사태에 관련하여 미 대통령은 의회로부터 어떠한 작전권잉나 명령권, 출전권도 부여받지 못했다

다시 말해 상기한 결의안이 대통령과 의회의 의굔 불일치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즉각 개입할 수 있는 소지는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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