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은 죽음의 처방전인가 - 불황, 예산전쟁, 몸의 정치학
데이비드 스터클러 외 지음, 안세민 옮김 / 까치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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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시니어 리서치 리더를 역임한 데이비드 스터클러는 본디 옥스포드에서 정치경제학을 수학했으나 의외로 보건 의료쪽에 관심을 보인 학자입니다. 현재는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 있는 사회과학과 경제학 전문 대학인 보코니 대학에서 경제학, 정부조직 및 헬스 케어 등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같은 공저자로서 이름을 올리고 있는 산제이 바수는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의학과 조교수로 만성 질환에 대한 연구와 동시에 역학자로서 명성을 알라고 있는 학자입니다. 앞선 데이비드 스터클러가 바수와의 이와 같은 혐업에 큰 만족을 느꼈다는 소회를 비친것으로 보아 그가 해당 분야에 상당한 역량이 있는 사람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한 바수는 유엔을 비롯해 세계보건기구, 세계심장연맹, 미국심장협회 등에 전문가 조언을 비롯한 자문 패널로 일하고 있으며, 의외로 의료인치고는 경제 불평등과 빈곤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번에 소개해 드릴 이 책은 원제, "The Body Economy : Why Austerity Kills"로 지난 2013년 출간되었고, 국내에도 동년 11월에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도 국역된 책 제목을 다소 자극적으로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동일하게 책에 대한 이슈와 판매고를 위해, 원제와 거의 상관없는 맥락으로 번역된 제목들의 사례가 우리 출판계에 많이 널려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의 국역 제목은 아주 상관이 없다고 말할 수 없을정도로 일정 부분 책의 전반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도 한데요. 이른 결론일수도 있겠지만 거의 의문형이라 봐도 다를바 없는 제목의 문법에 대한 답변은 역시 '그렇다'입니다. 요즘 아예 외래어의 의미로 정착한 '밸런스'라는 단어에 제가 일절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경제학자와 의학 분야의 권위자가 함께 노력을 기울인 이 책의 가치는 실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체적인 글의 형식은 각국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일종의 '보건 의료 르포르타주'라 지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에 공저자들은 약간의 겸손의 의미로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논저가 사회와 출판계에 혁명적인 문법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고 있지만 분명 이 글은 충분히 출판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 입장에서 1997년 당시의 IMF의 '독약 처방'에 대한 일종의 사회경제학적인 본질을 다시금 되새김질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익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선 부분에서 제가 '독약 처방'이라고 한 것은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2012년에 IMF 측에서 인정한 부분을 언급한 것입니다. 자신들의 경제적 처방이 상대국에 가혹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을 말합니다.

2008년에 시작된 전세계적 금융 위기의 원인과 결과 모두 익히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여기에 시대적 배경으로 등장하는 경제 위기들은 1997과 1998년 전후에 시발된 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의 동아시아 사태와 2007년 전후 아이슬란드와 그리스를 그리고 공산권 붕괴 이후, 진행된 전방위적인 자본주의화에 따른 과거 폴란드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의 사례인데요. 당시 경제 위기속에서 해당국들의 보건 의료의 추이를 분석함에 있어 이들 공저자들은 실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을 써내려가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보이는 논증들의 대부분은 사실적이고 한 국가의 경제 붕괴와 그로 인한 강제된 개혁의 상황에서 어떻게 국가의 보건 의료가 사치제의 범주에 들어가 시민 보건 자체를 극단으로 내모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시민들을 위한 광범위한 보건 의료 지원에 대해, 아이슬란드의 경제적 개혁을 주도했던 IMF가 정부의 의료 지원 자체를 사치제로 규정하고 비용 절감과 같은 개혁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이후 어떠한 결과를 초래될 수 있는지에 대해 예측할 수 있는데요. 물론 아이슬란드의 경우는 여기서 논의되는 그리스와는 달리 외부의 개혁 논법에 대한 실행 여부를 '국민 투표' 넘겨 개혁 전반이 해당국의 여건과 상황을 고려하는 쪽으로 반전되기도 하는데요. 이것은 1997년에 말레이시아가 IMF의 개혁 프로그램을 일절 수용하지 않았던 사례와 대척점에 있기도 합니다.

일전에 밀턴 프리드먼은 자신의 입으로 "소련 체제의 소멸 이후, 앞으로 러시아인들이 무얼 해야하는지에 대해, 첫째도 민영화, 둘째도 민영화, 셋째도 민영화"라고 대답합니다. 이는 후에 자신이 틀렸다고 소회를 보이기도 했습니다만 "위대한 민영화주의자"라고 이 글에서 강조되는 대처의 수식어를 보더라도 신자유주의적 개혁이라는 것이 얼마나 다수의 이익과 동떨어져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여전히 '신자유주의적 개혁이 사회 보장 프로그램과 공중 의료를 삭감시키며 공공 기업들을 민영화하여 전반적인 시장 자유 체제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아주 일관된 매커니즘을 다시금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금융 자본주의하에 주주적 자본주의의 배타적 이익을 강요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강고한 신자유주의에 어떠한 민주적 토론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폐쇄성을 엿볼 수 있겠는데요. 대처의 '대안은 없다'는 이것의 또다른 의미로서 자리하는 것이고 자유주의 사상 전반이 변질되고 왜곡되어 특정 계층만을 위한 이데올로기로서 강화되어왔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들 경제 엘리트들에 의한 공중 보건 의료의 대대적인 후퇴는 일차적으로 공익과 공공성에 대한 일개 분야의 엘리트들의 과도한 권한이라 볼 수 있으며, 금융 위기 당시 그리스의 많은 국민들이 경제적 고통에 처해있으면서 다수의 시민들이 하루하루 마약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는데요. 제가 마약의 터무니없는 유용성을 여기서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불안 계층이 비위생적인 주사기 사용으로 말미암아 HIV 바이러스까지 그리스 국내에 만연하게 된 것은 순차적으로 이러한 파행이 기름을 부은 결과라고 할 수 있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저자들은 이 글의 결론에서 이렇게 강조하고 있었는데요. "민주주의의 진정한 회복, 즉, 소수가 아닌 모든 이들을 위한 회복을 달성하기에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고 말하는 것에 작금의 보건 의료 사태의 중요한 함의가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마도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 이들이 미국의 보건 의료 체계의 전반적인 민영화에 따른 사기업들의 엄청난 수익에 감명을 받은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미국 정부 당국에 의한 '각 제약회사들의 특허권 보장과 배타적 권리'등을 옹호하는 것을 자본주의적 개혁으로 보는 관점에는 이와 같은 졸견들이 기반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미국 의료 체계를 순전히 '개인의 문제'로 만들고 자신들의 오래된 '개인의 자유라는 함의'에 몰빵해서 어떠한 반론이나 토론을 거부하고 오로지 의료 민영화의 장미빛 상황을 확고부동하게 유지해 온 사회적 역사가 외형적으로는 이러한 쳬계에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리는 의료 사기업들의 안정적인 무대로 자리매김했는데요. 사실상 많은 의료인들 조차 "의사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대체 뭐가 문제냐"는 개인의 직업 선택권에 완전히 매몰되어 의료 체계 전반이 그 사회나 국가에서 차지하는 특수한 위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스스로 사회학적 편협함과 이와 같은 사회 안전 보장이 결국 무엇보다 엘리트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망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적 빈곤과 사실상의 기회의 박탈 상황에서 삶의 의미를 상실한 사람들이 술을 구입할 돈이 없어 공업용 알콜로 하루를 연명하거나 앞선 그리스의 사회 문제화가 된 시민들의 마약 중독 상황이 '무엇보다 중요한 민영화'의 이행 가운데 발생한 '부수적 피해'로 치부해야 되는지 소위 IMF와 같은 신자유주의적 경제 엘리트들에게 다시금 되물어 보고 싶군요.

그레이스 블레이클리는 자신의 지난 논저에서 금융 시장의 안정을 위해 투입된 공적 자금이 수십억 파운드에 달하는데, 왜 그보다 더 중요한 사회 보장과 보건 의료에 그 만큼의 돈을 투입할 수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언급했습니다. 여기에 소개되어 있는 1997년 당시 우리 한국의 사례에서 제대로 된 사회보장 프로그램이 준비되지 않은 한국은 IMF의 강력한 개혁 프로그램에 사회 안전망이 유명무실해졌으며, 이 당시에 유아사망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점을 일례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들 IMF 관료들조차 당시의 한국 국민들을 고통에 이르게 한 것을 뒤에 인정하기도 했는데요. 이러한 개혁 프로그램과 시장에 대한 규제를 철폐하는 등의 이 '워싱턴 컨센서스'를 역사의 사례로 남아 베이징이 이를 회피하는데 온 힘을 기울였으며 이러한 맥락에서 오히려 중국이 미국에 준하는 국력을 서서히 갖추는데 이득이 되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즉, 이 시대의 중국의 굴기라든지 중국의 열망은 거의 반절 이상은 신자유주의가 조장한 것이며, 초반 중국의 본격적인 자본주의적 공장화에 미국을 연고로한 막대한 다국적 기업들이 이득을 취한 것을 거의 부정할 수 없을겁니다. "이익이 되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소위 명징한 가치주의는 그 국가의 군사와 보건 및 전반적인 시스템 전반에서 오늘날까지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공저자들 역시 이와 같은 배타적 관념에 대해 저항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민주적 통제와 종래와 같은 시장에 대한 터무니 없는 자유는 이제는 시급한 토론과 그것의 주제로서 정상적인 정치경제적 차원에서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만 한다는 점을 명확히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발트해 연안 국가의 애주가들은 남성용 로션, 구강 세정제처럼 알코올을 함휴하지만 음용에는 부적합한 제품에 이용되는 알코올로 만들어진 술을 마셨다

공산주의의 몰락은 "이례적인 정치학"의 시가를 낳았다. 세계은행의 이행기 경제팀에 따르면, 이 시기에는 정치인들이 국민들에게 커다한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고 했다

민영화 프로그램은 논란을 가장 많이 일으키고 고통이 따르는 정책이기도 했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를 시장 경제로의 이행의 핵심으로 간주하고 있다

영국의 위대한 민영화주의자 마거릿 대처 총리는 충격요법이 무엇인지를 실제로 보여주기라도 하듯이, 자신의 재임 기간이 11년 동안에 약 20개에 달하는 영국의 거대 공기업을 민간에 이양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부패는 급진적인 민영화 이후에 더욱 만연했다

IMF의 처방은 워싱턴 컨센서스에 근거한 것이었으나, 동아시아의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이후에 나타나게 될 결과를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의 태도는 17세기 철학자 존 로크와 도처에 존재하는 밀턴 프리드먼과 같은 사람의 사상을 대변했다

아이슬란드 은행업자들은 "대마불사"를 믿었으나, 아이슬란드 정부는 그들의 이런 믿음을 외면했다

기자들은 그리스 정치 지도자들이 그리스가 지난 10년 동안 EU로부터 실제로 빌린 금액의 규모를 감추기 위한 거래를 주선하는 조건으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에 수억 달러를 지급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스 스위대는 아이슬란드와 마찬가지로 구제 금융에 관한 국민투표를 요구했다

2012년아 되자, 동아시아와 아이슬란드의 금융 위기에서와 마찬가지로, IMF는 긴축 정책이 초래할 피해를 과소 추정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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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8 00: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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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8 18: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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