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도 잘 모르는 미국 선거 이야기 한겨레지식문고 2
L. 샌디 메이젤 지음, 정의길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루이스 샌디 매이젤 (혹은 마이셀) 은 1971년부터 미국 메인 주에 소재한 콜비 대학의 정치학 교수로서, 콜비 대학의 골드파브 공공 및 시민 참여 센터의 창립이사 (2003~2012)로 활동한 바가 있습니다. 특히, 미국 정당과 선거를 포함한 17권의 논저를 쓴 연구자이기도 한데요. 이와 달리 그의 색다른 경력에는 1978년에 메인주 의회 예비선거에 민주당 후보로 지명되어 출마한 이력도 갖고 있습니다. 1989년에는 올해의 메인 주 교수를 수상받을 정도로 여러 다른 이력들을 포함해 꽤 인정을 받은 학자라도 볼 수 있겠는데요. 콜비 대학의 홈페이지에 가보니 현재는 교수를 은퇴하고 여러 언론사 기고와 집필활동에 매진하는 것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원제, "A Very Short Introduction : American Political Parties And Elections"로 2007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지난 2010년 5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이 책은 절판되었습니다.

우선 샌디 메이젤의 이 책은 얇은 팜플렛과 같은 소책자로 현재의 미국 선거제도 및 양당 제도와 관련해, 일반인들을 위해 꽤 명료하게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역시 그 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미국 연방 대통령 선거에서의 선거 인단 제도를 위해 이 글을 고르게 되었는데요. 매이젤의 이 책이 아주 전문적인 정치 논저라고는 볼 수 없지만 평소에 미국 선거 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원하는 분들께는 적잖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에 앞서, 조금 이른 결론이기도 하지만 메이젤이 이 책의 말미에 이르러 의미심장하게도 현재 미국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피력하면서 얼마간 선거인단 제도의 개혁을 포함한 제도 개혁이 있어야 믿고 있었습니다. 이 중요한 부분에 있어서 현재까지 왜, 미국 정치 제도하에서 아직도 그와 같은 선거인단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지에 대해 몇가지 원인들을 인식하게 된 것은 마찬가지로 일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언급하고 싶습니다.

이 글의 1장에서 저자는 지금의 선거인단 제도에 대해, "선거인단은 건국의 아버지들이 자신들이 직면했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했다"는 개인적 평가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다수가 소수의 권리를 억압하게 되는 상황을 우려깊게 본 것이 그들이었고, 영국 정치와 자신들에게 건전한 공화주의 맥락으로서 이러한 미국의 제도적 기틀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겁니다. 사실 그동안 여러 보수적인 미국 학자들에 의해, 전통적인 제도적 측면에서 자신들의 고유한 역사라는 이유만으로 오래된 선거 제도에 대한 일말의 개선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수렴하지 못했습니다. 최근에 미국에서 헌법을 수정하는 작업에 착수하는 일도 있었지만, 연방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인단 제도 만큼은 그동안 여러 여론들이 있었음에도 개선의 의지를 갖기가 다소 쉽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미국 의회제 내에서의 특별한 제도인 상원제도와 맞물린 선거인단 제도가 소수 주(state)에 대한 최소한의 권리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이유이기도 한데요. 사실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상원보다 더 문제가 있는 것은 하원의 선출 상황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글 6장에서는 "하원의원 선거에는 거의 경쟁이 없다. 2006년 선거를 포함해 지난 30년간 선거 때마다 재출마한 현직 의원의 90퍼센트 이상이 재선해 성공했다"고 언급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기존의 권력이 고착화되어 있는것이 자신들의 민주주의에 과연 이로울 것인가에 대해 짐작해 보건대 거의 회의적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많은 미국인들이 희화화해 마지 않는 현재 일본의 자민당이 주도하는 의회 민주주의가 실상 자신들의 하원과 별 다를 것이 없다는 측면은 아이러니하다는 말로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일각의 보수주의적인 시각에서 기존의 시스템을 잘 유지하는 것도 충분히 공감을 살 만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글에서 계속 언급되고 있는 "민주주의의 효율적인 측면"에서 특히나 시민들의 정치적 의사 표시의 실효적인 관심사를 수렴해, 정치인들과 정당인들은 마땅히 이를 수용해 제도의 누수된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요. 하지만 이 글 1장과 2장을 거치며 논증되는 소위 미국 정당 정치의 연원이 과거 정치에서 "엘리트들의 부업"이라는 것과 지역 내의 보스들이 해당 정치를 좌지우지 해왔다는 측면으로 지금도 상원을 저명한 정치 가문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오랫동안 독점하고 있는 실정은 민주주의의 효율적이고 다원적인 범주 바깥에 있다고 여겨집니다. 즉, 정치 제도에 대한 개선과 기존의 제도 유지라는 양자의 대결이 민의의 수렴이라는 대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고 '정치의 이득 추구'라는 측면에 거의 메몰되어 있는 것이 현재 미국 정치의 심각한 문제일 것입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도 저자는 현재의 정당 정치와 이익 단체가 거의 상명하복과 다름없는 매커니즘을 갖고 있는 것을 건조하게 진술하고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을 공생관계로 밀착하는 양자간의 관계가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것은 모두가 짐작할 만합니다. 이는 5장에서 미국 선거 내에, 연방 정부 보조금인 하드 머니 (Hard Money)와 일종의 사적 모금액이라고 볼 수 있는 소프트 머니(Soft money)의 격차가 정치 신인들이 등장하기 여려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연방 정부의 보조금이 증액되어 왔지만 아직도 후보자들에 따라 비대칭적인 막대한 소프트 머니의 존재 여부는 미국 선거판 뿐만 아니라 미국의 민주주의의 시적 이익화된 측면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처럼 정치를 본업이라고 봐도 무방한 정당인들과 그들의 밑에서 경력을 쌓으려는 여타 신진들이 기존의 시스템에 순응하면서 강고한 제도하에서 자신들의 개혁 성향을 잃게 되는 것은 현 상황에서 미국 선거 제도의 최소한의 개선 필요성은 차고 넘친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미국 대선에 출마한 힐러리 클린턴의 경우, 미국의 각 주에 이미 구성되어 있던 남편인 빌 클린턴의 선거 조직을 이어받고 이로 인해 다른 민주당 내의 정치 신인들보다 더 수월하게 선거를 치뤘던 것은 본선 무대에 등장할 수 있는 참신한 주자들의 의지를 꺾는 것으로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예비 선거 도중에도 과거 빌 클린턴의 사례와 같이 당 지도부의 소위 과감한 선택을 수락하는 식의 밀실 정치가 미국 정당 정치내에서도 분명 존재하고 있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말하는 미국 양당 제도의 어두운 측면이 바로 이 부분을 뜻한다고 생각되는데요. 결국 현재에 민주당 혹은 공화당 지지가 아닌 무당파가 거의 40%가 넘는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양당 제도의 꽃이라는 국가에서 무당파가 저런 수치로 나온다는 것은 단순히 정치 불신의 문제라고 보기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대선에서 선거 인단을 뽑는 주 투표에서, 자신들이 월등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주에는 당의 관심과 정치적 지원이 전무하고 치열한 경합주에 대해선 막대한 물량과 인력을 투입하는 양태는 미국 정치가 도저히 건전해 보일 수 없는 일면이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미국 대선 자체가 승자 독식의 일종의 치킨 게임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기존의 정치 기득권들이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는 것에 대한 부정적이라는 의견과 이를 통해 거의 새로운 얼굴들의 정치 입문을 막고 또한, 시민의 정치적 요구를 이익 단체들의 사적 이익보다 부차적인 문제가 된 것은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큰형이라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과연 어떤 본질을 갖고 있는지 진지하게 고찰할 수 있게 해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정치 지형상 다수의 남부 백인과 기독교 근본주의자들 및 다수의 히스패닉 계열의 지지를 받고 있는 공화당과 소수의 유대인들과 근로 노동자들, 그리고 흑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민주당의 이 양당 체제는 단순히 기득권 정치의 돌이킬 수 없는 강고함을 넘어 어떻게 민주주의의 실효적인 측면에서 최소한의 변화마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지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데요. 그동안 정치학계 내에서 이런 미국의 양당 제도가 민주주의 하에서 비용을 그리 많이 지출하지 않는 효율적이고 더불어 국가 전체를 소모적인 정쟁에 빠트리지 않는 최소한의 장치를 갖고 있는 정치라고 여겨왔는데요. 사실 이 부분에서 중요하게 비판해야 할 부분은 소위 튼튼한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의 정치적 불신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 선거 제도의 플레이어들이 이러한 정치 불신을 오히려 반기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들이 입으로 표현하는 일종의 정치는 자신들만이 참여하고, 시민들은 스스로의 삶에 충실하라는 극단적인 모토라고 이해됩니다. 그래서 이들이 오히려 중도층의 주장과 요구에 귀를 귀울이면서 기존의 정치를 개선시켜 나가는 것도 제도 자체를 개선시킬 수 있는 의지를 미연에 막아왔던 것도 사실인데요. 또한, 선거인단 제도의 개혁과 관련해, "일반 투표의 득표수에 비례해 선거인단 투표를 나눠주는 방식"이 기존의 미국 대선에서의 직접 선거 보다는 크게 거부감이 적은 방안일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강하게 맞물려, 인구 수가 적은 주들의 권리를 어떻게 하면 다른 방식으로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심도높은 고려와 현재의 상하원 제도를 민주주의의 진정한 효율적인 측면에서 어떻게 하면 실용적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전문가들과 시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미국의 민주주의가 자유 진영에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했고 이를 바탕으로 각 국에서 경제적 번영을 추동했던 것은 분명 미국의 직간접적인 노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미국인들 스스로 기존의 가치 체계가 과연 현재에도 유효한지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자신들의 민주주의를 위해 개선시킬 의지를 갖는 것이 미국 정치 뿐만 아니라 전세계 민주주의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본문 86페이지의 '사회화'는 앞뒤 맥락으로 봤을 때, 사익화가 맞는 표현 같은데요. 원서를 보지 못해 국문 번역으로 추측해 본 점은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기존의 선거인단 제도를 지지하고 있는 계층들 가운데, 미국 내에 히스패닉과 같은 소수 인종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도 한데요. 이는 인구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주들도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저자가 인식하고 있는 미국 정치의 나레이션이 꽤 객관적이고, 소위 미국 만세가 거의 들어가 있지 않아서 미국 정치 시스템에 대한 한계점이라든지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에서 일반 독자들이 꽤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재간행 이야기 들려오지 않는 이 책을 광고나 하려고 쓰는 글은 아니지만 다른 분들의 느낌과는 달리 기본적인 번역도 크게 나쁘지 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양당제는 일단 성립되기만 하면 자신들의 계속적인 지배를 보장하는 추가적인 대책들을 강구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군소정당과 그 후보에게 현저한 불이익을 주는 선거운동 비용 제도이다

특정 선거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당의 결정은 이익단체에도 그 선거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신호이다

미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의원내각제의 정치인들과 달리 당 정강에 충실하지는 않지만, 당 정강은 유권자의 입장에서 정당들을 규정짓는 좋은 방식이다

가톨릭 교도는 민주당의 정치연대에서도 거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공화당 정치 연대에서도 민주당원의 30퍼센트에 이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흑인은 전체 민주당원의 30퍼센트에 이르나, 공화당에서는 1퍼센트 남짓이다

특정 당이 지배하는 지역의 공직자는 여러 당이 경쟁하는 지역의 공직자보다 논쟁적인 이슈에서 더 당파적이고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

선출 공직자(특히 그의 동료 공화당 주지사들) 등 각 당 지도자, 아버지의 선거 운동 지지자, 텍사스 부유층 주민들의 협조를 얻어 부시는 첫 예비선거 투표가 있기도 전에 7,000만 달러를 모금했다

작은 주에는 두 명의 상원의원 수만큼 선거인단을 그대로 배분해 약간의 혜택을 주는 현 제도는 그대로 유지하되, 일반 투표의 득표수에 비례해 선거인단 투표를 나눠 갖는 것이 최선의 제도라는 주장도 있다

이런 주에 집중한다는 전략적 함의는 무언인가? 2000년과 2004년 격전지 주에 살고 있던 미국인은 대통령 후보와 러닝 메이트, 그들의 부인, 대리인들의 방문을 질리도록 받았다. 다른 35개 주에 살던 미국인은 그런 선거운동 방문을 거의 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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