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붐 - 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
훙호펑 지음, 하남석 옮김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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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출신의 저명한 사회학자인 홍호펑은 홍콩 중문 대학을 거쳐 미국 뉴욕주의 빙엄턴 대학에서 석사를 그리고 존스홉킨스에서 박사학위를 수여 받고, 2004년부터 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사회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세계 정치 경제와 국가 형성 이론 및 동아시아 개발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관련 강의와 저작 활동을 해오고 있는 학자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홍호펑 교수가 작고한 지오반니 아리기에게 학문적 영향을 받지 않았나 판단해 보는데요. 이 책에서도 지오반니 아리기의 자본주의 발달 이론에 대한 전반적인 인용이 나타나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번역서에 대한 한가지 소감을 미리 말씀드린다면 얼마전에 서평을 쓴 리밍치 교수의 글과 마찬가지로 중국 정치와 경제에 관한 꽤 객관적인 논저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이 글은 ˝The China Boom˝이라는 원제로 2015년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21년 4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굳이 비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번역한 출판사가 적당한 판매고를 위해 첨부한 것으로 보이는 부제, ˝왜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수 없는가˝에 대한 저자의 명쾌한 답변으로 서평을 시작하고 싶은데요. 이 글의 결론에서는 다음과 같이 이 질문에 대해 답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전지구적 신자유주의 질서를 변화시킬 의지나 능력이 없기 때문에 중국 자신이 미국을 대신할 세계 패권을 차지하기란 어렵다˝는 평가인데요. 사실 그동안 미국 패권의 쇠퇴와 그로인한 중국의 부상이라는 주제에 있어서 많은 지식인들과 학자들은 중국이 소위 미국이 주도하는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척점에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논법의 대표적인 학자는 조슈아 쿠퍼 레이모라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얼마전에 서평을 쓴 리밍치 교수의 글에서도 거의 확실하게 서구 국가들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이익과 중국의 경제 발전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 있다는 해석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 논저의 저자인 홍호펑 교수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의 논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를 좀 더 면밀하게 서술하자면 1970년대 미국 닉슨 정권에 의해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한 이후, 중국은 꽤 밀접되어 전세계의 신자유주의적 헤게모니에 자신들의 국가 경제 발전에 대한 막대한 보상을 받았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3장에서는 ˝미국은 주요한 아시아 동맹국들 (일본과 네 호랑이)이 무너져서는 안 될 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 동아시아 정부들이 산업 성장을 유도하고 활성화할 수 있도록 풍부한 금융과 군사 원조를 제공하는 한편, 미국과 유럽 시장을 아시아 제품에 활짝 개방했다˝고 독자들에게 인식시키고 있는데요. 물론 중국과는 약간 다른 경우지만 미국은 베이징에도 이러한 기회를 주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 신자유주의적 세계 경제 기조가 정치적으로는 중국이 세계에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메시지를 전하게 됨으로써 이를 미 클린턴 행정부가 일정 부분 오판하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중국의 국익이 무조건 상충되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없기에 사실상 미국 뿐만 아니라 전세계 경제 발전에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실로 이득이 되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1장 전반과 2장 초반부에서 밝혀내고 있는 초기 중국 대륙의 자본주의 발전사에 있어서 당시 영국처럼 청나라가 다수 농민의 이익을 축소하여 국가 발전의 거름으로 삼은 것이 아니었기에 정치적으로 유교 정치의 이데올로기 하에서 서구에 비해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고 저자는 주장하는데요. 이것은 어떻게 보면 중상주의를 비판하고 농업 경제를 보호하자고 했던 애덤 스미스와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구조 자체가 서구와 유럽에 비해 거의 상반된 조건이었기에 중국이 주도하는 동아시아 질서가 결국 붕괴되기에 이릅니다. 반대로 이 시기의 일본은 강력한 중앙 집권의 자본주의적 정책으로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서구식 지배체제 및 경제 제도를 정착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패권을 쟁취하기에 이릅니다. 물론 일본의 이러한 역사를 제가 긍정하는 것이 아님을 다들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리고 3장에서는 ˝중국 국유기업의 지속적인 경제적 지배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자본주의적 호황이 주로 자본과 무역의 자유롭고 초국가가적인 흐름을 보장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 질서와 가장 통합되어 있는 경제 부문에 의해 추동되어 왔음을 보여준다˝고 비슷한 맥락으로 서술하고 있는데요. 거듭 강조하지만 우리가 실로 오해하고 있는 인식인,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대적하는 중국 경제라는 도식은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6장에서 논하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기업들이 이윤을 회복하기 위해 선택한 한가지 해결책은 자본을 제조업 부문에서 금융과 부동산 부분으로 재배치하면서 투기 거품을 부채질 하는 것이었다˝고 말함으로써 현재 중국 경제가 채택하고 있는 부동산 보유 및 투자와 동일한 내용입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전자와 같은 투자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알파와 오메가이며, 중국 역시 막대한 흑자를 기반으로 차입된 달러를 미국의 맨하탄을 비롯한 부동산 시장에 재투자한 것은 이를 증명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중국이라는 국가가 이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타파하기 위해 나선다? 이것은 거의 허구에 가깝다는 것이죠. 다만, 이러한 흐름에서 날로 심화되고 있는 중국 국내의 경제적 불평등 상황은 좀 더 나아가 전세계 경제 기조에 암울한 영향을 끼친다는 저자의 주장에 설득되는 것처럼 전세계적 빈곤과 지역적인 차별의 심화는 중국이 세계 경제에 호황을 선물해야 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있어서 금융 자본의 자유화 뿐만 아니라 실물 경제 자체도 중국이 세계 경제에 많이 편입되어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생각합니다.

반면에 저자는 명청 시기 동안 지속되었던 조공 관계 및 조공 무역에 의한 중국의 동아시아 지배 질서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고자 하는 숨은 의도나 정책 등에 대해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홍콩인도 중국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도광양회를 거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과거 지배 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내심으로 원한다고 여기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라고 봐야하겠죠. 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는 한계에 대해 저자는 꽤 명확한 이유를 들고 있는데요. 아세안 국가들과 동아시아 국가들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지만, 정치군사적으로는 아직도 미국의 패권에 기대고 있으며, 중국은 미국과는 달리 지정학적 지배 고리가 약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지위 회복은 사실상 어려운 문제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이 지배하고 있는 기축통화로서의 달러 패권과 관련해 저자는 예상대로 비판적인 인식을 보이고 있는데요. 물론 비판은 충분히 여지가 있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달러로 인한 소위 안전 자산 투자와 미국 채권의 보유 등을 동맹국들을 포함한 미국의 교린국들의 관계를 그저 21세기의 조공 관계로 판단하는 것은 다소 실망스런 부분이었습니다. 저는 달러의 기축 통화를 논하기 전에 그동안 미국이 자신의 시장을 많은 개도국들에게 열어 제껴 수출 시장으로서의 역할을 한 것에 대해 그것 자체가 미국의 국익에 부합된다 하더라도 충분히 기축 통화국의 일부 책임을 지는 결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복잡한 국제정치적 환경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속할 것입니다. 다만, 그점은 마찬가지로 중국에게도 거의 유사한 소득을 거두게 하였으며, 세계 시장을 적극적으로 중국이 이용해 국가 발전의 토대를 쌓은 점은 서구의 신자유주의적 이익과는 별개로 충분히 중국 국익에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귀납적 추론으로 세계 경제와 중국의 경제 발전을 도식적으로 해석할 수는 없겠지만 이 신자유주의적 질서가 마땅히 비판 받아야 하고, 이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수반되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중국이 어떤 건설적인 구호로 치장해 더 나아가 이 질서를 타파하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어불성설임을 우리는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중국은 현재 자신들이 사회주의 국가임을 표방하면서도 그 내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자본가들 자체가 자본주의적 엘리트로서 고착화 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수 있겠습니다. 마오쩌둥이 기여한 자본주의적 발전의 토대나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은 역설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기조와는 맞지 않은 자본주의적 기업인들을 양산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더욱이 이러한 전개과정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대로 농민들에게 후커우 (호구) 제도를 강요해 이들의 경제적 희생을 바탕으로 국가 발전을 꾀한 점은 이 공산 정권이 그저 독재 정권에 지나지 않음을 사실상 증명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어떤 계층의 희생을 통해 국가 발전을 이룩한다는 논법 자체가 독재자들이나 할 법한 언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국유 기업들은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했던 지도자들의 자식 혹은 손자들로 ‘태자당‘으로 알려진 당-국가를 좌지우지하는 신봉건 엘리트들의 ‘현금인출기‘가 되었다˝는 점은 구조적 모순 자체가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이런 거대한 모순들을 안고 있는 국가가 전세계의 지도 국가가 된다는 것은 상상이 되질 않으며, 미국의 패권이 점차 축소된다 하더라도 아프리카 대륙 등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차이나 아웃 현상‘을 보더라도 중국의 부상은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작고한 지오바니 아리기 교수의 ‘불완전한 강대국‘으로 분화되거나 혹은 그보다 못할 가능성도 존재하기에 오늘날의 중국 경제를 감안하더라도 좀 더 현실적인 연구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중국의 자본주의는 중국의 특정한 사회관계, 국가제도, 지정학적 이익과 결합되어 특정한 양상을 보이는 동시에 세계 질서에 특정한 결과를 가져온다

중국의 호황은 상품과 자본의 초국적 유통의 고삐 풀린 확장에 기반한 신자유주의적 세계 질서에 의존해왔으며, 비록 중국이 이러한 배치 속에서 세력 균형의 변화를 모색해오긴 했지만, 중국의 기득권자들은 현상 유지에 힘써왔다

1989년 민주 운동 기간, 학생들과 자유주의 지식인들은 경제적 혼돈과 부정부패가 과감한 경제 개혁과 소신한 정치 개혁 사이의 불일치에서 비롯된 것이라 판단했다. 그들은 정치 자유화가 개혁으로 생겨난 부정부패와 권력 남용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처럼 중국은 화폐 소득의 격차가 모든 형태의 불평등, 특권, 차별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자본주의 사회와 큰 차이가 없어졌다

계급 불평등의 확대 외에도 농촌-도시간 불평등의 확대는 중국의 전반적인 소득 불평등을 증가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서구가 쇠퇴하고 이와 동시에 중국의 권력이 부상하고 있다는 견해가 지속되어 인기를 얻게 되자 미국 정치인들은 서로 상대편이 미국의 쇠퇴와 중국이 이 나라를 곧 지배하게 될 것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는 정치 광고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중국이 조만간 세계의 새로운 헤게모니가 지배 권력이 되지는 않겠지만, 개발도상 세계에서 점차 영향력이 증가하면서 다른 개발 도상국들에게 힘을 실어줌으로써 세계 정치의 동학을 이미 변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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