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 Meritocracy 와 관련된 단상이랄까요

과거 자본주의와는 약간 성격이 다른 꽤 성공적인 현대 자본주의화의 노선에서 하이에크와 프리드먼 류의 학자들과 엘리트 계층 및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이 능력주의는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 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인간의 능력에 따라 다른 처우와 댓가를 받게 된다는 이러한 교조가 민주주의 가치와는 상반된 개념이기도 합니다. 스미스를 곡해한 경제학자들이 과거 전통주의적인 자본주의 체계에서 도덕주의적 공공성을 제거하기에 이르는데요. 사실 지식을 비롯해 사회적 자본의 수용과 활용은 사람에 따라 매우 다릅니다. 특히 자원 자체에 접근이 용이한 사람의 능력은 그렇지 않은 계층의 사람들과는 확연하게 차이가 있는 것이죠.

우리의 민주주의는 바로 이 지점에서 조화로운 사회화와 각 개인들의 기본적 평등을 위해 노력하기로 결정합니다. 이것은 자본주의와는 완전히 다른 길이고 견고한 사회학자들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서로 완벽한 균형을 이루면서 발전하는 것이 매우 필수불가결한 요소임을 깨닫게 되죠. 다만, 경제학자들은 이에 찬성하지 않습니다.

결국 1980년대 이후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언급대로 케인스식 자본주의의 토대에 각종 시민들을 위한 자원을 국가가 초래하는 비용이라는 명목으로 손쉽게 제거에 나선 ‘신자유주의의 승리‘로 능력주의 자체에 대한 맹신이 시작됩니다. 아주 간단히 말하면 거세된 사회 부조 상황에서 모든 것은 개인의 능력으로 치부되기 시작한 것이죠. 저는 과거 유럽의 계몽주의적 역사에서 이러한 경제사회적 급변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 생각합니다. 어차피 사회계약 자체가 모두가 잘 살고 모두가 안전하게 살기 위해 마련된 것인데 거의 300년 가까운 공화주의적 가치가 신자유주의에 의해 부정된 것입니다.

자본주의 하에서 개인이 자신의 자아실현과 성취감을 위해 자본의 축적과 상위 계층으로의 진입 노력이 무조건 부정당할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토크빌의 경고대로 타인과 다른 시민들의 마땅한 권리까지 짓밟으며 개인의 이익과 영달을 찬양하고 정당화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죠. 이 부분은 퇴임한 도널드 트럼프가 평생을 오로지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살아온 인물이라는 점을 대변하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사회 구조 자체가 이미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 거대한 부유층에게 큰 이익이 되는 상황이고 도덕과 평등이 없는 능력주의화에 대한 선호가 자신들의 탈세 노력과 더불어 이익을 대를 이어 구축하는 작업에 있어 또한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작업들은 하위 계층에 있는 사람들에게 까지 주입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이 맹종의 능력주의가 무엇보다 해악인 것은 우리의 민주주의를 더욱 위축시켜 나간다는 점에 있습니다. 앞으로 민주주의의 위협은 파시즘이 아니라 ‘과두제‘인 것은 아주 명백합니다. 모두가 그저 자신의 능력대로 돈을 벌어 먹고 사는 관성의 이념은 너무나 뿌리 깊어서 많은 시민들이 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놓치고 있는 실정이죠. 매번 제가 신자유주의를 비판할 때마다 강조했던 것은 시장 자체가 민주적 통제 바깥에 있었고 그것을 몇 십 년 동안 강요한 하이에크 류의 담론이 민주주의 자체 뿐만 아니라 아주 개인적인 삶들의 안정성까지 위태롭게 했다는 점입니다. 모든 것은 개인들의 책임이라는 이데올로기에 이 능력주의가 한몫 챙겼으며 궁극적으로는 사회를 파편화 시키는 데 큰 원인이 되었던 것이죠.

따라서, 이 능력주의는 많이 볼 수 있는 극우적 포퓰리즘과 같은 극단주의와 그 인식적 궤가 유사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적당하지 않은 막대한 능력과 기반을 가진 소수 부유층의 탄압이라는 민주주의의 해악을 부르짖는 극우 보수적 시장주의자들에게는 민주주의 자체가 달갑지 않을 것입니다. 무지하고 기반이 빈약한 다수의 시민들이 주도하는 민주주의가 사회를 후퇴시킨다고 생각하고 있죠. 이것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이 글은 거의 즉흥적으로 쓴 것인데요. 아까 개인 톡으로 대학 강단에 있는 제 지인 가운데 한 사람과의 설전(?)에 영감을 받게 되었습니다. 일차적으로는 전도되어 있는 능력주의는 위험한 것이며, 자본주의 만큼이나 민주적 가치 또한 현실화시켜 지켜나가야 할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누구보다 민주주의의 강고한 신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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