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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과 자본주의 세계경제의 종말
리민치 지음, 류현 옮김 / 돌베개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중국 출신의 사회경제학자이자 경제사학자인 리민치(혹은 리밍치) 교수는 현재 유타 대학의 경제학과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는 베이징 대학을 거쳐 민주주의에 심취해 있을 때, 당국에 반체제 활동 혐의를 받아 2년간 투옥되기도 했는데요. 그의 이력에 대한 출판사의 짤막한 이력에 나와 있는 ‘마오주의로의 전향‘이 사실일런지는 모르겠지만 감옥에 있을 당시 읽었던 마르크스와 마오쩌둥의 저작에 어떠한 영향을 받았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다만, 개혁적 운동을 표방하는 중국 내부의 신좌파 흐름에 긍정하는 것으로 보아 그가 스스로 중국 공산당에 투항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 암허스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수여 받은 뒤, 여러 논문 등을 통해 중국인 학자이지만 미국 내에서 큰 존경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은 원제, ˝The Rise of China and The Demise of The Capitalist World Economy˝로 지난 2009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이듬해인 2010년 4월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우선, 리민치 교수는 이 글을 통해 세계사적 접근에서 지난 16세기 이전의 중국의 경제적 선도가 18세기 중후반 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서구의 대두와 함께 몰락했으며, 양차 대전 이후 중국을 재건에 이르게 한 중국 공산 정권의 부활은 바로 서구의 경제적 필요성에 중국이 신자유주의적 체제에 적극적으로 편입한 결과물로서 바라보고 있는데요. 이는 또한, 과거의 중국을 침탈해 거대한 이익을 얻은 서구의 자본주의가 오늘날 신자유주의적 논리로 무장한 중국의 대두가 반대로 세계 자본주의 체제의 몰락 내지는 새로운 체제의 탄생을 초래하는 일종의 경제사적 추동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사실 이러한 리민치 교수의 논리적 접근을 뭔가 허무맹랑한 이론으로 보기에는 그 틀이 제법 견고해 보였는데요. 여기에 통용되고 있는 자료들이나 논리적 전개 과정이 일정 부분 설득력을 답보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일차적 사형 선고는 이미 2008년 뉴욕 발 세계 금융위기 이후 내려졌다고 생각됩니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의 부상은 리민치 교수의 말대로라면 ‘세계사적 맥락‘에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왜냐하면 레이건과 대처로 대변되는 당시 신자유주의적 보수 정권들이 ˝글로벌 자본가 계급˝이 절대적으로 옹호하던 신자유주의적 경제 기조에 적극적으로 순응하였고, 이 글에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있는 이매뉴얼 윌러스틴의 ˝자본의 무한 축적 욕구˝를 인정한다면 그러한 맥락에서 중국의 부상을 바라봐야 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즉, 자본주의 세계체제에서 중심부 국가들이 사실상 주변부 국가들을 계급적 착취 상황으로 몰아가는 자본 축적의 과정에서 중국이 저렴한 노동력을 서구에 무한정으로 제공했다는 점은 이를 증명하는 사건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이러한 중심부와 주변부간의 소위 ‘불균등 교환‘은 약자에 놓여 있는 주변부 국가들을 착취하고 중심부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사실상 강제로 봉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자본주의 자체가 착취를 당하는 쪽과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불평등한 관계와 즉각적인 모순 상태가 원할히 보장되어야만 자본의 축적이 원할히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론 자체가 보증하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따라서, 제가 리민치 교수의 어떤 주장들보다 긍정할 수밖에 없었던 점은 ˝중국의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데 한 몫을 했다˝는 평가입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받아들여야 하는 객관적 사실은 이 서구 자본주의가 중국을 개방시켜 중국의 모든 인민들이 전세계가 바라마지 않는 민주주의 체제로 동인하려했던 것이 아니라 중국의 값싼 노동력이 저들의 이익에 아주 급진적으로 부합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워싱턴과 런던이 ˝민주주의가 없는 중국의 경제 발전˝에 좌절을 맛 본 것은 분명합니다만 이것을 어떤 심리적 타격으로 보기 보다는 지오바니 아리기의 언급대로 ˝그런 한계로 인해 중국의 부상과 가까운 미래의 중국의 강대국화는 스스로 불완전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던 것은 선명한 통찰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 한 술 더떠 리민치 교수는 중국의 중심부 국가화 내지는 헤게모니를 추구하는 과정 자체가 신자유주의의 운명과 맞닿아 있다고 본 것은 아리기와 마찬가지로 리민치 만의 통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에 동의하지 않을 분들이 있겠지만 최근의 중국과 인도의 부상은 그동안 신자유주의적 모순(신자유주의의 완전무결성을 지지하고 있던 사람들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에 신음하고 사회 구조 자체와 노동력 전반의 타개책을 서구 자본주의에 제공한 것으로 봐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죽을 병에 빠졌음에도 이를 치료한 의사에게 시간이 가면 갈수록 고마운 마음이 퇴색되어 가듯, 지금의 미국과 유럽 자본주의가 중국에 대한 복잡한 감정은 이와 유사하다고 봐도 지나치지 않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의 3장, ‘중국과 신자유주의 세계경제‘는 집중을 해서 봐야되는 부분으로 여겨졌습니다. 특히 이 장에서 요약하고 있는 ‘신자유주의 모순‘과 관련해, 당시 서구 민주주의 정권이 금융 자본주의의 신뢰를 얻기 위해 서로 모순되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앞다퉈 선택하게 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기본적으로 자본가 그룹이 노동자 계층의 단결과 그를 통한 자신들의 이익 침해를 눈뜨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기에 정부를 등에 업고 소위 국가와 사회를 개혁시키고자 하는 명목상의 주장들이 앞선 저런 모순을 안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상황하에서 ‘인간에게 이로운 자본주의‘라는 논법 따위는 뜬구름 잡는 소리에 불과하기에 최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은 하지 말았어야 했지만 이 신자유주의 시기에 ˝전방위적인 개인의 이익 추구가 나쁜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것이다˝라는 주장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는 모두가 유념해봐야 하는 부분이라 생각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리민치 교수 역시 중국 내부의 권력자들 역시 중국 노동자들의 착취를 사실상 방관했다고 봐야 하며, 이 잉여 노동력에 대한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았던 점은 이들 스스로 부르짖는 인민에 대한 가치와는 전혀 상관없는 신자유주의적 논리를 신봉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를 아주 간단히 말하면 중국 공산당의 정책과 신자유주의는 외견상 거의 한몸이라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끝으로, 역설적이게도 세계 경제체제로서 자본주의가 외적인 자본 축적과 거대한 소비주의를 기반으로 몰입해 왔지만 이러한 배경이 되는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수입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으로 반응해 온 것은 거의 자기 모순에 가깝다고 보여집니다. 지금까지 일관되게 많은 경제학자들이 본격적으로 금융 자본주의로 이행하기 전의 1990년까지 대규모 공장을 값싼 노동력을 보유한 주변부 국가들로 이전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은 운좋게도 중국과 인도의 부상으로 그 반대의 모순을 수월히 해결할 수 있었지만 중국이 앞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경우 과연 서구 자본주의가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매우 불확실합니다. 리민치 교수도 동의하고 있듯이, 지금까지의 세계 체제로서의 자본주의가 숨을 붙잡고 있었던 것은 미국이 막대한 적자를 감당하면서 세계의 시장 역할을 자임했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신자유주의와 통화주의는 거의 한몸이라 미국이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었지만 현재의 미국 경제가 그 자정 능력을 상실할 경우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한 자본주의 국가가 몰락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전세계에 엄청한 파급 효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헤게모니를 가진 소수의 국가들의 권력 비대화가 미래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면밀히 인식하고 국제 정치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적 측면에서도 민주주의적 시스템을 수용해 모든 국가가 정상 국가화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몰락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중요한 기로에 섰다고 여겨집니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이 혁신의 길을 제시하기도 하였지만, 현재의 미국 경제의 불안성은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더욱 악화되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리민치 교수의 말대로 신자유주의가 미국의 운명과 같이하게 될지는 작금의 사태로 인해 아주 터무니 없는 일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이것은 결코 즐길 수 없는 일임은 모두가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마오주의 시기가 이런 가시적인 경제 수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1980년대 들어 중국이 기적과도 같은 엄청난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자본 스톡과 기술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토대를 놓았다는 사실이다
통화주의는 원래 인플레이션을 잡는다는 미명 아래 실업률을 높게 유지하여 노동자 계급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도입된 자본주의의 전략적 프로그램이다
1990년대에 신자유주의 제도 및 구조가 자본주의 세계경제 전반을 주도하고 지배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중국과 인도가 시장을 개방해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았다면, 신자유주의는 노동자뿐 아니라 자본가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을 것이고, 아마 그 수명도 오래 지속되지 못했을 것이다
세계체제의 지배 엘리트들은 체제 이해을 자신들의 계급적 관점에서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다
마지막 문제는 탈자본주의 체제 또는 체제들이 어느 정도 평등하고 민주적일 것인가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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