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은 왜? - 반일과 혐한의 평행선에서, 일본인 서울 특파원의 한일관계 리포트
사와다 가쓰미 지음, 정태섭 옮김 / 책과함께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 출신의 기자인 사와다 가쓰미는 게이오기주쿠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해 이 업계에 뛰어든지 30년이 넘은 소위 민완 기자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한국과는 인연이 깊어 보였는데요. 이 글에서 소개되는 1988년경부터 이어진 한국과의 만남은 기자의 청년기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도 보입니다. ˝그 나라의 언어와 역사도 모른채 상대방을 온전히 알기란 어렵다˝는 나레이션은 꽤 공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만약 일본어에 능통했더라면 야후 저팬 등지에서 글쓴이에 대한 다른 정보를 얻을 수도 있었겠는데요. 이 부분은 글을 읽는 분들의 양해를 부탁드려야 할지도 모르겠군요. 이 책의 저자인 사와다 가쓰미의 다른 글들 중에 제 눈길을 잡았던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한 글이 있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글은 원제, ˝反日韓國という幻想˝로 2020년 일본에서 출간되었고, 국내에도 발빠르게 올해 12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약간 특이 사항은 원서는 마이니치 신문사에서 출판된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이미 서문에서 저자는 이 글을 한국을 아는 어느 외부인의 시선으로 담은 글이라 밝히고 있듯이, 앞서 언급한 ˝그 나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언어와 역사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과 그 취지가 유사해 보였는데요. 이를테면 일종의 진정성이 느껴진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제가 이 지점에서 진정성을 운운했다고 저의 평가가 일관된 관점이라고 오해하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여기에서 속았다는 표현을 쓰기 보다는 명확한 한계가 존재한다고 밝혀두고 싶습니다. 저자는 다른 일본인들과는 달리 현재의 한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주의가 지금 유지되고 있는 한국 정치 상황에서 진보와 보수의 격렬한 갈등 상황에서 나타나고 있는 일종의 양가적인 산물이라고 보는 듯 했습니다. 한국 정치 내부의 보수가 저자의 입으로라면 ˝현실적인 반면에˝ 진보는 올바름이라든지 정의라는 가치에 주목하면서 국내 정치 뿐만 아니라 대일, 대미 관계에서 문제를 일으켰는데 이를 작금의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여 나름대로 분석하고 있는 부분은 꽤 신선하다 할 만했습니다. 물론 제가 저자의 관점에 동의하고 있는 것은 전혀 아닙니다. 사실 글 내내 저자의 생각 보다는 인용된 내용이 많아서 사와다 가쓰미 본인의 주장이나 생각인지는 약간 불명확한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만 이를 간단히 한국 정치 상황에서 진보와 보수의 갈등의 산물이라고 ‘반일주의‘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기본적으로 일본의 국익을 최대한으로 이어갈 수 있는 요건은 강력한 미일 동맹 체제하에서 한국을 옵저버 수준으로 끌어들여 대 북한 대중국 공세 내지는 연합전선에 나서는 것일겁니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과의 경제적 문제 부분이 돌출되겠습니다만 일반적인 국제정치적 관점에서는 이렇습니다. 사실 저자는 1장부터 4장까지 구구절절하게 한일관계에 대한 과거와 현재를 (어느 독자들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인식의 궤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국력이 어떻든, 어떻게 선진국이 되었든‘과 같은 현재의 한일 관계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물론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애초에 일본에게 있어서 한국의 존재가 미국과의 동맹 관계에서 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물론 교린의 입장에서 중요한 이웃 국가일수도 있지만 애초에 일본 국내에서 과거 역사 문제와 패전에 따른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은 일본이 독일과 같은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보이기는 매우 어려운 이치였습니다. 왜냐하면 전후 국가 자체가 완전히 해소되었다기 보다는 세계 유일의 강대국에 의해 과거의 모든 문제가 봉합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이 부분을 저자는 국제 정치의 현실이라 보고 반대편에 한국이 너무 이상주의적으로 앞서 가려고만 하는 것으로 판단하는 듯 한데요. 그런 일본의 봉홥된 과거사가 올바른 현실은 아니겠지요. 더욱이 현재 이 과거사와 관련해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의도적인지 아니면 몰라서 그랬는지 2013년 당시에 아베 정권은 과거 고노 담화를 철회하거나 그게 안된다면 수정하고 싶어했습니다. 뒷 얘기로 나오는 바에 의하면 당시 미국 백악관이 압력을 넣어서 아베가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요. 아미티지와 같은 저팬 핸들러에게도 이런 문제는 민감했을 겁니다. 사실 이러한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대하는 태도 하나를 보더라도 양국간의 인식차이가 얼마나 좁힐 수 없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을 그동안 한일 양국이 민간 차원에서의 교류만은 어떻게든 붙잡고 정치와 외교 그리고 역사 문제에 관해서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는 식으로(일본이 한국 정부가 더이상 꺼내지 않고 물밑에 뒀으면 하는 가릴 수 없는 욕망으로) 치부해 왔는데요. 바로 그것이 국제 사회에 불거진 위안부 문제 등으로 인한 ‘본질에 대한 입막음‘으로 졸속으로 한일 위안부 협의를 추진함으로써 자신들의 국익에 이바지 하게 된 것이죠. 마찬가지로 저자가 언급하는 1965년 체제도 그러하고 더 나아가서는 한국내 정치 분열에 따른 소산으로 보는 반일주의 자체도 그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사실 이런것을 서로 이해하자고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소리죠. 저들이 한국과 중국 나아가서는 동남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본의 역사 인식 운운을 피곤하고 짜증나고 구태의연한 문제로 바라보는 것 자체를 ‘현실주의적인 국제정치 환경‘정도로 넘어가자는 것은 어차구니가 없는 게 아닐까요. 더욱이 얼마전 있었던 대법원의 강제 징용과 관련된 판결에서도 우리 정부가 명확히 삼권 분립에 의한 민주주의적 가치로서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결에 가타부타 할 수 없다는 것을 수차례 표명했음에도 한국 정부에 압력을 넣으려한 일본의 행태는 정말로 어디서 본 것 같지 않습니까. 미국이 자신들의 정부에 하는 것과 매우 유사하죠. 미국 국무부가 여러 선을 투입해 일본 내각에 압력을 넣는 것과 같은 문제입니다. 이것은 내정 간섭의 수법이 미국의 행태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국제적 환경에서의 현실은 중견국이라 할 수 있는 한국이 국익을 추구할 수 있을 정도의 수월한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다고 현실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자포자기식 태도나 일본의 이익을 나서서 추종하는 행태는 한국인들로서는 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문제죠. 그래서 저도 ˝친일파에 대한 책임 추궁이 현재의 일본에 적의를 표출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저자의 인식에 동의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런 것들을 서로 이해해보자 받아들여보자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이런 ‘예식장 수사‘ 터무니가 없는 것이죠. 이런 측면에서 아베 정권이 한국에 대한 수출 관리에 들어간 것을 현재의 한국의 국력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해석으로 끼워 맞추려고 하는 저자의 태도 또한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죠. 따지고보면 국가 대 국가에 있어서 전근대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것은 일본입니다. 강대국의 아량이라든지 포용을 떠나서 재발 방지에 따른 사과와 참다운 역사 교육을 시행하는 것 조차 ‘국격의 하락‘이라는 것으로 만드는 일본을 우리가 그들의 입장을 이해해 줘야 하는 것일까요. 흔히 일본 내부의 리버럴 지식인들에 대해서 우리가 어느 정도 기대를 갖고 있었지만 저들 조차도 한국의 사과 요구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하지 않습니까.

끝으로 저는 일본과의 관계에서 민간 교류야 그렇다 치더라도 국제 관계 내지는 외교에서 제반의 일본 태도와 인식을 굳이 애써 이해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을 다룰 수 있는 지렛대는 현시점에서 너무나도 많은데 대일 관계에 그토록 진을 빼야 할까요. 서로간의 국내 정치와 관련된 부분에서 모른척하고 무슨 동반자 관계라든지 협력 관계라든지 이 걸 굳이 추진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한국에 대해 그동안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지 명확함에도 우리가 먼저 나서서 손을 내밀거나 기존의 입장에서 몇 걸음이나 후퇴하는 태도를 보여야할까요. 이렇게 말하면 저를 무슨 국수주의적인 민족주의자로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만 현재의 일본 정치나 일본 국민들 조차도 한국을 제대로 이해해 보려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도쿄 신주쿠에 있는 대형 서점에 ‘혐한 섹션‘에 들어가 있는 수많은 서적과 매번 베스트셀러를 오르는 저 문화적인 저급한 행태가 이미 정상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또한, 이 글을 쓴 배테랑 일본인 특파원 조차 한일 관계에 대한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있다고 볼 수 없음에도 이런 책을 찾아 읽는 저에게 자조의 심정이 들 정도이니 말입니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자가 법치주의와 법의 지배 및 헌법을 익히 알고 있으면서도 앵무새처럼 한국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종래의 의견만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점은 대체로 실망스러운 부분이었습니다.

친일파에 대한 책임 추궁이 현재의 일본에 적의를 표출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반일은 한국 정치 상황에서 진보와 보수의 격렬한 대립의 산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