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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길 수 있는 권리 - 국가권력과 공공의 이익만큼 개인의 사생활도 중요하다
대니얼 J. 솔로브 지음, 김승진 옮김 / 동아시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미국 조지 위싱턴 대학을 거쳐 예일 대의 법학전문대학원을 마친 대니얼 J. 솔로브는 사생활과 기술 발전과의 관계에 대한 전문 학자로 미국 내에서도 큰 인지도를 갖고 있습니다. 지금은 모교인 조지 워싱턴 대학의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 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는데요. 그는 근래 미국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시민들에 대한 헌법에서의 사생활 보호와 관련된 이슈에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월 스트리트 저널 등지에서 자주 인용되는 학자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 책은 ˝Nothing To Hide˝라는 원제로 지난 2011년 출간되었으며, 국내에는 2016년 11월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에 앞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제목을 원제와 가깝게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 의미심장한 원제는 현재 미국에서 무비판적으로 지지되고 있는 ˝숨길 것이 없으면 떳떳하다˝는 괴상한 논리를 비튼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우선 솔로브의 이 글은 총 4부의 구성으로 오늘날 미국의 사생활 문제와 2001년 9월 11일 이후 급격하게 변한 안보 구조 속에서의 비대해진 첩보 조직과 시민들의 자유와 사생활에 대한 침해 문제, 헌법상에서 이 사생활 문제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와 시시시각각 변하고 있는 기술 발전으로 인한 가까운 미래의 시민들의 사생활 보호를 예측해 보는 것으로 글은 짜임새 있게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모두가 알다시피 미국의 건국 이념은 대통령이라는 행정 수반이 과거 전제 왕권의 국왕과 같은 무소불휘의 권력을 휘두르지 않게 하기 위해 균형적인 삼권 분립을 기초한 건국의 아버지들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금까지도 미국 시민들이 대단히 중요시하게 여기는 자신들의 ‘자유‘에 대해서도 함축되어 있는 의미가 가볍지 않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아주 큰 틀에서 조망해 본다면 시민들의 ‘자유‘와 ‘사생활‘은 매우 불가분의 관계임을 알 수 있을텐데요. 양자 간에 어떤 하나가 희생하여 다른 하나가 더 강화되고 보장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며, 오로지 양자가 서로 건전하게 보장될 수 있어야 시민의 권리가 유지되는 일종의 체계적 당위성일 것입니다.
사실 2001년 9월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의해 FISA, Foreign Intelligence Surveillance Act 가 강화되었는데요. 이미 1978년에 기초한 이 해외 수집 정보와 관련된 법원의 비밀 영장을 보장하는 법은 그 이전에도 많은 논란이 있어 왔습니다. 더욱이 얼마전 영화화 된 ‘스노든‘에서도 이 FISA에 대한 실체가 잘 드러나 있기도 합니다. 많은 학자들에 의해서 한 국가의 안보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임이 밝혀지기도 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현재의 미국 정치 안에서의 비대해진 안보 권력이 과연 어떤 식으로 귀결 될지에 대해 관심이 큽니다. 물론 미국이 구 소련 시절의 국가 시민 전체를 옥죄는 식의 독재 국가로 발화되지는 않겠지만 이 글 7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의회가 안보로 함의된 행정부의 독단을 견제하지 않고 있는 현재의 실정에서 다가오는 미래에 어느 누구도 전방위적인 시민 감시 체제에 책임을 지지 않는 형태로 공고화 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일찍이 존경받는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인간이 굳이 신이 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었는데요. NSA와 외부로는 파이브 아이즈로 통용되는 미국의 전세계 감시 체제가 에셜런 프로그램 등으로 에드워드 스노든에 의해 폭로된 바도 있습니다. 전세계를 감청 및 감시 하겠다는 발상은 마치 미국이 신이 되겠다는 말과 다름 없는 주장이기도 합니다.
미국은 세계의 어느 민주주의 국가들보다도 진지하고 심각하게 시민의 사생활을 중요시하게 여겼던 나라입니다. 이것은 초기 헌법 체계로부터 시작되어 상위 권력층에게 조차도 지켜야만 될 가치였기도 합니다. 많은 헌법학자들과 강단의 지식인들이 현재까지도 이 문제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과거 독일 시민을 불법적으로 납치한 CIA나 정당한 미국 시민을 불법 감청을 했던 FBI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헌법 체계에서 개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사법 체제 전체가 나서는 것은 어찌보면 피곤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안보라는 명목으로 행정부의 결단이 시급한 시점에서 사생활 운운하다가 적절한 해결책의 시점을 놓칠 수 있다는 행정부 관료들의 주장도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만, 저자인 솔로브는 이에 대해 ˝법치는 민주국가와 독재국가를 구별해주는 핵심 요소이다˝라고 일갈합니다. 사실상 적절한 안보 정책이라는 것은 거의 허구에 가깝다는 것을 모든 행정부 관료들이 이를 인정하고 최대한 법을 수호하고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는 쪽으로 반대의 ‘행정 편의주의‘를 강화하지 않게 하는 것이 앞으로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사생활 자체를 개인들의 폭넓은 비밀주의 정도로 왜곡하는 일부 지식인들과 미국 내에서 암약중인 안보강화론자들의 요구를 어떻게 물리칠 수 있겠는가도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전반적으로는 이러한 안보 강화 체제에서 이득을 얻고 있는 자들의 로비가 대폭 강화되고 노골화 됨에 따라 미국 행정부 자체가 어떤 자정 능력을 상실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일말의 불안감도 갖게 되는데요. 특히, 저자인 솔로브는 FBI와 CIA가 무고한 미국 시민을 어떻게 도청하고 감시하는지 더 나아가서는 불법 납치에 나서게 되었는지 몇몇 사례들을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습니다. 소위 이 콜래트럴 데미지에 대한 어떠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앞으로의 안보 국가화는 어떻게든 막을 수 없는 것임을 많은 미국 시민들은 인지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끝으로 이 글 2부에서, 다수의 영장에 대한 무분별한 협조를 보이고 있는 구글과 같은 인터넷 기업들에게 보편적인 법을 무시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막대한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지시키는 것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저자는 확신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보다도 FISA 체계 자체를 공개해서 의회의 면밀한 감시를 받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고 여겨지는데요. 이 점은 공화당 정부보다는 민주당 행정부가 이를 구축하는 것이 표면적으로는 이치에 맞다고 여깁니다만, 현재의 미국 안보 강화 체제가 과거 아이젠하워가 염려한 ‘군산복합체‘의 존재와 사뭇 유사해보여 개혁에 상당한 저항이 있을 것으로 예견됩니다. 또한 이것에 대한 시민들의 감시와 견제가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사뭇 불확실한 감정이 드는 것은 저만의 불안감으로 그칠 문제가 아닌 것으로 여겨집니다.
-본문에서 FBI가 파쇄해서 버린 서류나 영수증 같은 것을 붙여서 증거로 제출한 어떤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이것은 사생활을 기대할 수 있는 어떤 권리에 들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 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행정부 뿐만 아니라 사법 체제 조차도 일종의 편의주의에 잠식되어 있는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되는데요. 저는 안보가 시민의 권리 위에 있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근래 30년 이상의 미국 헌법 체계에서의 개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 변화는 이토록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해 보입니다.
법치는 민주국가와 독재국가를 구별해주는 핵심 요소이다
사생활은 비밀이 드러났을 때에도 침해될 수 있고, (비밀이 드러나지 않더라도) 누군가 당신을 엿본다는 사실만으로도 침해될 수 있다
국가기밀특권은 CIA가 그런 짓들을 저질러도, 그것도 불법적으로 저질러도, 사실상 면죄부를 받을 수 있게 만든다
정부의 활동이 아무런 제약없이 비공개로 유지되면, 국민이 정부활동을 파악하거나 평가할 수 없게 된다
국가안보 사안과 일반범죄를 구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현실을 보면 자유와 권리가 희생되어야만 안보가 달성될 수 있다는 가정은 잘 들어맞지 않는다
행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관행은 사생활과 안보의 이익형량 분석에 커다란 문제를 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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