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냥꾼의 현상금 견인 도시 연대기 2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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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성공적인 일러스트레이터로 자리 매김하고 있던 한 인물이 꽤 대단한 판타지 스토리를 쓰게 되고 이 역시도 어느 정도 성취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은 무척 흥미로운 일임은 분명한데요. 이 ‘견인 도시 연대기‘ 물의 처음 1편이 피터 잭슨에 의해 영화화 된 것도 작가인 필립 리브의 명성을 높이기에 충분했습니다. 다만, 피터 잭슨의 영화팀이 원작을 거의 훼손할 정도로 스토리 라인을 바꾼 것은 분명 실망스러운 일이기는 했습니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혼란한 시기와 필립 리브의 이 이야기는 뭔가 매치되는 부분이 있기도 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저 역시 이 2편을 흥미로운 마음으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Predator‘s Gold˝라는 원제로 지난 2003년 출간 되었고 국내에는 2010년 6월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제가 구입한 판본은 서지에 4쇄가 찍혀있는데요. 예상보다는 판매량이 적긴 하지만 요즘 같은 출판 시장의 불황에서 이 정도의 판매고를 올린 것을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겠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만약 피터 잭슨이 다음 작품들도 영화화를 한다면 특히 이 ‘사냥꾼의 현상금‘은 꽤 기대가 될 만하다고 여겨졌는데요. 그것은 몇가지 반전과 스토리 전반이 변화되어 가는 길목에 이 2편이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팀이 1편의 경우와 같이 원작을 훼손하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이 책에 대한 장하준 교수의 추천사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저자인 필립 리브는 아주 명확한 경제사관과 정치철학을 갖고 있습니다. 전작인 ‘모털 엔진‘과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신자유주의적인 자본주의를 비판해내는데 문학적 장치를 활용하는 점은 다소 색다른 면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들어, 약육강식의 이 시기의 견인 도시 시스템에서 개중 한 곳인 ‘아크에인절‘이 신봉하고 있는 신이 ‘대처‘라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집권기에 레이건과 손을 잡으며 ˝대안 따위는 없다˝고 일갈한 영국 보수당 총리 마거릿 대처는 정부와 기업들에게 손쉬운 정책만을 일삼으며 신자유주의를 내세워 시민들의 대량 해고와 경제적 안정성과 복지책을 그야말로 휴지조각으로 만든 인물입니다. 바로 그런 그녀를 약육강식 시스템의 전형적인 도구로서 삼고 있으니 이 내용이 들어가 있는 행간을 읽은 도중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이야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을 통해 마거릿 대처의 행적이 드러나 현재 영국에서는 레이건의 사례와는 달리 영국내에서 비판적인 인식도 있습니다만, 아직도 그 시기의 잘못된 향수를 갖고 있는 일반 시민들이 많을겁니다. 그래서 이 ‘아크에인절의 대처신‘ 이라는 문구에서 시대의 교차되는 감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글의 번역된 제목은 다소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사냥꾼의 현상금˝이 아니라 ˝약탈자의 현상금˝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약탈자의 전리품˝ 정도가 이 전 시리즈를 옳게 치장하는 제목이라고 생각됩니다.

많은 소설가들의 스토리라인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성격과 인품의 주인공인 톰 내츠워디는 비정상적인 시대, 강한 자들이 약한 자들의 것을 쟁취하는 이 시대의 대비적인 구도로 놓고 봐도 지나치지 않은 대립의 결과물입니다. 많은 견인 도시들이 내부에 노예 제도라는 계급주의적인 시스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썰매도시‘ 앵커리지의 수장인 프레야가 그를 평민 수습 역사학자로 되새기는 장면의 삽입은 명백합니다. 오늘날의 자본주의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이죠. 단호하게 계급주의를 부정하는 민주주의에서 사실상의 돈과 지위에 의한 계급주의를 조장하는 자본주의의 이식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수많은 지식인들만을 제외하고 다수의 시민들은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시대 뿐만 아니라 이 극이 증명하고 있는 과거의 자본주의적 시기를 과학의 뒷받침과 반대로 정치의 많은 희생이 살찌워 왔습니다. 이를 통해 평범한 사람들도 잘 살수 있었다는 일종의 확인되지 않은 나레이션을 저자가 감행하는 점도 그 가리키는 바가 지극히 명확합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오히려 이 소설에서 말하는 과거와의 단절에 따른 소위 ‘올드-테크‘ 유물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태도가 우리에게 어떤 반면 교사가 돌 수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적절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역사를 가르치는 황현필 선생은 ‘그 시대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다 사라지고 나면 그 역사는 왜곡된다‘고 말한 바가 있습니다. 필립 리브 역시 과거 참혹한 전쟁 이전의 꽃피운 자본주의적 문명이 어떻게 순식간에 잿더미로 끝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단절로 인한 후세대의 사람들이 과거의 역사를 어떻게 그리 왜곡해 받아들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것은 어떻게 보면 E. H. 카의 그 유명한 구절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일찍이 모든 윤리철학자들이나 정치철학자들이 첨단 과학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정치와 도덕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면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한 바가 있습니다. 이 견인 도시 연대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이와 일치합니다. 이 연작 소설의 첫편인 모털 엔진에서 시장의 옥죄는 명을 받아 발렌타인이 벌인 일들은 앞선 부분과 거의 일치합니다. 고삐가 전혀 없는 과학 문명이라는 것이 어떨지는 충분히 상상할 만한 문제이고 여기에 고삐풀린 과학과 견제 없는 자본주의는 얼마나 환상의 궁합인지 이 부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죠. 이러한 저의 이해 가운데에서 아직도 일부 정치인들은 자본주의를 전복시키는 폭력 혁명에 대한 경고를 운운 하고 있으니 정말 기가 찰 따름입니다. 사실 정치인들이 고삐풀린 과학과 규제 없는 자본주의를 양 손에 들고 할 일이란 것들은 모두의 상식 바깥에 있는 것들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도덕주의적인 부활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지 주인공인 톰 내츠워디를 통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보면 톰과 상처받은 영혼 헤스터의 단순한 러브 라인의 수용 방식 정도로 이 둘의 영향력을 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큰 의미에서 톰과 헤스터의 결합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과거와의 화해랄까요. 이 서평에서는 이 정도선에서만 언급하겠습니다.

끝으로, 개인적으로 약간 놀랐던 안나 팽에 관한 두 가지 반전이 있었습니다. 한가지는 어떻게 보면 작위적인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다른 한가지는 작가의 스토리 라인이 변화되는 분기점이라고 느껴질 만큼 대단한 장치이기도 했는데요. 살아남은 런던의 엔지니어의 연구로 인해 더욱이 다른 일도 벌어졌다면 (불행하게도 3권과 4권의 알라딘 상세 페이지를 보는 바람에 저는 스포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여러분은 절대 알라딘의 페이지는 방문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냥 시리즈 4권을 전부 구입하셔서 쉬지않고 쭉 읽으시길 권유해 봅니다) 꽤 흥미진진한 장치라고 할 수 있을텐데요. 마무리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예상되는 대결구도가 그려지기도 하는데요. 어찌됐든 저는 오늘 퇴근하고 이 연작의 3권을 구하러 중고서점에 가봐야 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페니로얄 박사의 술취해 혀 꼬부라진 대화 한토막을 역자가 꽤 재밌게 번역하셨던데, 이런 노력을 보이는 역자는 꽤 오랜만인 것 같기도 합니다.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상세한 주를 삽입하고 있기도 한데요. 개인적으로는 꽤 훌륭한 노력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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