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에 대한 두려움 - 분노의 지리학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로컬리티 번역총서 4
아르준 아파두라이 지음, 장희권 옮김 / 에코리브르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인도 뭄바이 출신의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인 아르준 아파두라이는 전 지구화 (혹은 세계화) 연구에 자신의 인생을 바친 학자이기도 한데요. 그는 미국 메사추세츠 주의 사립 명문인 브랜다이스 대학을 거쳐 우리에게도 전세계를 통틀어 경제학과 사회학 요람으로 잘 알려져 있는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수여 받고, 그 이후에도 미국에 남아 후학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는 예일대를 비롯 뉴욕대 등에서 출강을 하기도 했고, 뉴욕시의 연구 전문 대학인 뉴스쿨대학에서 영예로운 ‘존 듀이‘ 석좌 교수직을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읽게 된 구체적인 계기는 최근에 논란이 된 김봉건 작가 사건이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는 그의 논저들 가운데 먼저 번역된 ‘고삐 풀린 현대성‘이 좀 더 많이 읽히기도 했는데요. 이 글은 그런 전작 가운데서 ‘전 지구화에 따른 인종적 및 종교적 소수자들에 대한 비관용과 다수의 폭력‘을 따로 책으로 엮은 것으로 여겨도 무방해 보입니다. 따라서, 이 책은 ˝Fear of Small Numbers˝라는 원제로 지난 2006년에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1년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더불어,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의 로컬리티 번역총서들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전 지구화 (혹은 세계화)와 근대성을 다룬 학자 답게 저자가 바라본 오늘날의 전세계적 소수 그룹에 대한 인식 문제에 대해 꽤 높은 설득력을 이 글은 답보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 글 6장에서 언급하고 있는 ‘포스트베스트팔렌 세계 post-Westgahlen world‘가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존의 종족적 국민주의가 이질적인 이민 유입에 의해 벌어지고 있는 기존의 사회 체계에 대한 도전과 혼란 등을 문화인류학적인 관점과 또한 사회학적인 인식론을 기반으로 한 훌륭한 논리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이러한 저자의 인식을 바라보면서 한가지 들었던 생각은 급격하고 광범위한 세계화에 따른 소위 전세계의 경제 구조의 변화가 사실상 단일한 인종의 국민국가주의에 파급적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상 우리의 민주주의가 베스트팔렌식의 국민국가주의에 거의 대부분 기대고 있는데, 현재 유럽의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그동안 30여년간 각 지역에서의 이슬람인들 유입은 이러한 국민국가주의에 토대를 흔드는 영향을 끼쳤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노골적으로 과거 베스트팔렌주의적 국가주의 토대에 오늘날의 국민국가화를 판단하고 있는 헨리 키신저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로버트 달과 찰스 틸리 역시 이러한 역사적 과정을 기본적으로 국가 정치의 초기 흐름으로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베스트팔렌주의적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이 책을 정독하고 나서 드는 의문이기도 했습니다.

사실 저자는 스스로가 인도 출신이어서 인도 내부에서 독립 과정에서 벌어졌던 힌두교도들과 이슬람인들의 유혈 충돌을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인도의 독립과정에서 이행되었던 동파키스탄과 서파키스탄의 분리와 그 이전에 거대한 인도 반도에서 힌두교와 이슬람의 분리가 현 시점에서 어떠한 의미를 갖고 있는지 그는 잘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파키스탄인들에게 있어서 인도 내의 이슬람인들은 일종의 ‘트리거 장치‘로 내부 모순에 기여하고 있다든지, 인도 쪽에서 바라본 이들 13퍼센트의 이슬람인들은 ‘다수결의 인종주의‘라고 대변되는 다수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여기에는 1992년에 어느 이슬람 사원의 폭파를 진술하고 있기도 한데요. 이러한 인도와 파키스탄 혹은 인도 안에서 힌두교와 이슬람인들의 비대칭적 대결 구도에 대해 언급하면서 전세계적 측면에서 명백히 소수에 위치해 있는 인종들과 그 종교들에 대한 첨예한 대결 구도에 어떻게 이 ‘전 지구화‘가 기여했는지를 저자는 일목요연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있었던 미국에 의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대해 저자는 원칙적으로 ˝진정한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이슬람주의와 맞지 않거나 적어도 단지 피상적으로만 이슬람주의를 표방할 것이라는 느낌을 갖고 있다˝는 진술을 통해 전후 이라크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민주주의 수출 long distance democracy‘가 얼마나 졸속으로 이해되었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여기에는 근본적으로 인도의 경우와는 달리 세속화 된 과정이 전무한 이슬람 체계와 폐쇄된 제정일치의 국가주의로 봤을 때, 이를 포괄적으로 고려하지 않은 당시 미국 행정부와 정부 관료들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물론, 반대로 코란을 포함한 이슬람 교조주의에 대한 세속의 무분별하고 강요된 일치주의는 이슬람 세계 전반에 사고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러한 종교적 교조주의자들이 이를 달리 생각해 볼 여지란 거의 희박하다고 봐야 하겠죠. 이러한 교조주의와 이슬람 일반을 분리해 고려하는 것도 의미가 될 수 있겠으나, 테러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많은 무슬림들을 어떻게 정상적인 자유 민주주의 체계와 시장 경제에 마땅히 편입시켜야 했지만 아시다시피 이 점은 실패로 끝났습니다. 과거 프랑스와 독일의 사례를 비추어 봤을 때, 사양 산업에 이른 2차 산업의 유지를 위해 경제적 논리로 이들 이슬람인들을 대거 자신들의 사회에 받아들였을 당시와는 다른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표명된 인식 오류는 ‘관용의 기준‘으로 좀 더 개방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으나, 이것은 그저 이상주의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슬람 특유의 세속과 종교의 강요된 일치는 이것 자체가 무슬림인들의 전부일테니, 애초에 자유주의에 근거한 미국인들을 비롯한 서유럽인들과 반대의 이슬람인들인들의 출발점이 어긋날 수 밖에 없는 현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 저자는 마지막 결론에서 ‘보편적인 인류애‘와 유럽 사회에서 배타적인 시선을 받으며, 사회 밑바닥층에 있는 이슬람인들에 대한 세계기구 차원의 NGO의 지원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기존에 테러리즘과 매우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는 이슬람인들에 대한 이미지는 전세계의 많은 자유주의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현실로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글 중간에서 저자의 언급대로 자유주의가 극심하게 민주주의와 대립하게 될 수 밖에 없는 문제를 어느 한쪽의 관용 부족으로 몰아갈 수 없듯이, 전 지구화에 따른 탈국민국가주의적 상황에서 사회 내부의 불안 요소를 가중시키는 절대 다수에 의한 소수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는 그 맥락을 이해하면서도 쉽게 개선시킬 수 없는 이중 구조 한가운데 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기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그 사회의 다수 계층이 자신들의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을 극복하지 못하는 원인을 성찰하지 않고 오로지 반대에 위치한 소수자들에게 그 혐의 내지는 반목을 돌리는 형태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일종의 ‘계몽‘이 필요한 것도 분명해 보입니다. 저자는 글 가운데서 이들 다수가 몰이해하고 있는 불확실성에 대해 면밀히 글을 쓰기도 했습니다만 자신과 다른 인종과 계층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성과 혐오를 이해하는데 이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은 조금 설명이 부족하지 않은가 생각해 봅니다. 다만, 앞서 설명했듯이 전 지구화 과정에서 자본 경제와 금융 기법에 의한 배타적인 자유주의에 의한 획일적인 세계적 구조가 이것과는 이질감을 갖고 있는 다소 전통적이고 비합리적인 사회와 인종 계층에게 터무니없는 화살이 가해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 이 글의 통찰이라고 할 수 있을겁니다. 마찬가지로 ‘포스트베스트팔렌적 세계‘와 이 전 지구화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는 추론 가능하지만 과연 어떤 것이 먼저였기에 이러한 파괴적이고 폐쇄적인 다수와 소수의 대립을 낳게 되었는지는 실상 면밀히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비이성적인 타 인종으로 귀결된 전방위적인 혐오는 역시 새뮤얼 헌팅턴의 부정적인 영향이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종래의 자유주의가 개인의 선택과 합리적 이기심이라는 가치를 기반으로 전반적인 시장 경제주의와 강하게 결탁함으로써, 아마도 이 자유주의에 대한 이슬람인들의 분노는 전 지구화의 수많은 문제들과 더불어, 바로 서방의 것 혹은 서방의 산물이라는 이해와 자신들의 이슬람 전통과 개방성이 결여된 이슬람 전통에 대한 우려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현재 인도 정치에 대한 한가지 놀라울 만한 사실을 저자는 보고하고 있는데요. 일부 지도자들이 표를 묶어서 판매하고 있는 현실을 직접적으로 책에 기술하고 있었습니다.

여러 나라가 전 지구화 시대에 직면해 국가 경제의 주권을 보장받지 못함으로써 불확실성은 계속 커지고, 이것이 일체의 이방인 집단에 대한 관용의 결핍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근대에 행해진 대규모 센서스 및 국민의 범주화, 민족성에 대한 염려, 국가성에 대한 요구, 지리적 이동성 등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종족상 가까운 이웃이었던 자들의 ‘진짜‘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과도한 의심을 품게 만들었다

나는 다수가 차지하는 지위에 비해 국가의 종족적 순수성이 완전치 못하거나 총체적이지 못할 때 종족이라는 측면에서 특정한 타자를 향한 극단적인 분노가 생겨난다고 추정한다

자유주의 사상은 처음부터 민주주의와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는 민주주의가 큰 수의 정치적 정당성을 두둔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금융 자본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이동하며, 더욱 큰 증식력을 갖고 있으며, 더욱 추상적이고, 더욱 공격적으로 국민 경제를 파고든다

부유한 소수자들은 스스로 전 지구화가 낳은 엘리트라는 환상에 부풀어 전 지구화의 중재자로 나선다

서구의 자유주의 사상에서 소수자들에게 부여했던 본래의 긍정적 가치는 근본적으로 절차상의 의미다. 이는 합리적인 토론에 대핟 존중이자 의사 표현 및 발언의 자유라는 좀더 포괄적인 가치의 표시로써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며, 공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 처벌의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다른 견해를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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