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윤리적인가? - 우리 시대의 몇 가지 우스꽝스러움과 독재에 대한 고찰
앙드레 콩트 스퐁빌 지음, 이현웅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인 앙드레 콩트-스퐁빌은 프랑스 내에서 일찍이 매스컴의 주목을 받은 대중 철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 1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수여 받기도 했는데요. 이 파리 1대학에서는 부교수로 재직하며 강의에 집중하다, 2003년에는 대학을 나와 현재까지 대중들을 상대로 열린 철학 강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국의 줄리언 바지니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학자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하는데요. 철학자들이 지식인의 그룹에서 갖는 특별한 지위를 고려해 봤을 때, 그가 강단을 떠나 대중들의 품안에서 철학을 강의하는 의미는 일반 학자가 상아탑 안에서 집필하고 강의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지 않나 평가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책의 서지 정보와 관련해서 저의 부족한 분석으로 대체하고자 합니다. 일단 콩트-스퐁빌의 이 책은 일종의 강연을 바탕으로 편저된 글로 볼 수 있는데요. 2004년에 판권이 승인되었고, 국문으로 번역된 책 표지에는 영문으로 ˝Is Capitalism Ethical?˝로 표기되어 있으나 이 문구가 원제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희박합니다. 정확히 아시는 분이 계시면 댓글로 관련 정보를 부탁드려 봅니다. 국내에는 2010년에 번역 출판 되었고, 현재는 절판된 상태입니다.

우선, 아주 간단히 이 책의 주제를 뽑아 본다면, ˝자본주의는 윤리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우리가 윤리적이 되어야 한다˝는 짦은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 윤리는 시장에서 사고 팔수 없다는 측면에서 인간이 마땅히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책의 외형적인 구성면에서는 이 책의 주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사실상 본문인 1부와 일종의 독자들과의 대담을 수록하고 있는 2부, 끝으로 몇몇 반론에 대한 대답을 요약해 기록한 결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책 제목과 마찬가지로 본래 가장 중요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1부에서는 오늘날 자본주의에 대한 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적인 측면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분석과 그 한계 그리고 윤리라는 가치의 쇠퇴 문제로 야기된 사회적 퇴행에 대해 정치와 경제 전반에서 이를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차원의 경계와 같은 자본주의의 윤리 문제를 빗대어 해석하는 제2장은 독자들이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부분으로 여겨졌습니다.

18세기 이후, 경제가 인간이 이룩한 국가와 사회에 등장하게 됨으로써, 자유와 더불어 개인주의는 명백히 자본주의와 호응되었습니다. 이 양자는 서로를 떼고 해석할 수 없을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요. 후에 4장에서 다루고 있는 이타심과 연대와 관련해, 저자의 분석대로 이 ‘이타심‘이 ‘개인들의 이기심 시대‘ 다소 시대착오적인 단어로 취급되면서 개인주의의 범람에 따른 이타심의 쇠퇴는 사회학적인 측면에서는 그 인과를 부정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기본적으로 ˝어떤 행위가 윤리적일 수 있는 조건은 우리가 각자 아는 것처럼 그 행위가 이해관계를 떠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저자는 진단하고, 현대의 인간들의 사회적 관계가 이 이해관계에 맞물려 있으므로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 자본주의 시스템의 윤리적 이탈을 대신해 우리가 더 윤리적이 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은 충분히 그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또한, 3장에서 저자는 ˝우리 자신은 충분히 윤리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현재의 자본주의를 거의 봉건제 국가와 다름없다고 여기는 저자의 논법에서는 이런 인간의 윤리 회복은 시민이 법에 대해 갖는 의미와 동일하게 저에게는 꽤 중요한 맥락으로 이해되었습니다.

우리가 시장과 경제에 갖고 있는 여러 통념들이 자본주의의 모순과 만나서 사실상 이성으로 되돌리기에도 어렵게 견고화되고 있습니다. 어떤 상식 조차도 그것이 규명되기까지는 충분히 비판과 분석이 있어 왔다고 말할 수 있겠는데요. 마찬가지로 저자가 강조하는대로 이 자본주의 시스템 역시 결코 그 체계가 완벽하지 않다는 점과 많은 모순을 안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아야 되지만, 과거 공산주의와의 대결에서 1980년대의 서구 유럽이 자본주의 하에서 생생히 아름답게 보였다는 의미와 더불어 소련의 체제를 역사의 뒤안길로 보냈다는 결과론에 기대어 ‘사실상의 자본주의의 승리‘라는 인식이 현재의 시스템에 어떤 면죄부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인상도 받게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4장에서 구별해 내고자 하는 ‘자유주의자와 극단적 자유주의자‘에 대한 구별이 왜 이렇게 필요한지는 과거의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또한, 저자는 파스칼을 곳곳에서 많이 인용하고 있는데요. ˝우리 시대의 몇 가지 우스꽝스러움과 독재에 대한 고찰˝이라는 부제에서도 이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즉, 4장에서는 이에 대한 특별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파스칼은 ˝나는 강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나를 신뢰해야 한다˝고 말하는 왕, 혹은 ˝내 말이 옳다. 왜냐하면 나는 고용주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고용주도 우습다는 의견을 피력합니다. 흔히 무도한 독재자가 다른 사람의 의견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의지대로 권력을 휘두르면서도 한편으로는,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바라기도 한다는 점은 이것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광경이 아닌가 파스칼을 통해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이것은 현재의 자본주의에 빗대어 생각해볼 문제이고, 자본주의가 많은 사람들의 신뢰를 잃었던 이면에는 그만큼 자본주의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자 역시 탈자본주의화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저역시 그 점은 마찬가지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자의 분석대로 ‘연대‘가 이타심을 소기의 목적에 맞게 재조정하는 과정이라면 우리는 정치와 사회 등 여러 측면에서 연대에 나서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타심을 철지난 계몽주의 정도로 퇴락시켜버린 어떤 음모론에 제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사회에서 자본주의화가 노골적으로 진행시켜 온 그 ‘합리적 이익‘이라는 맹신과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믿음은 이제 그만 역사의 뒤안길로 보낼 필요가 있다는 점은 새삼 강조하고 싶습니다.

끝으로, 저자가 4장에서 강조했던, ˝월스트리트가 주권을 갖는 일은 베제되어야 한다˝는 짧은 문장에 우리가 이를 사소한 것으로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애초에 많은 정치학자들이 신자유주의자들의 폭거에 반해 시장에서 다시 정치적인 가치를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했던 것과 이는 그 궤가 일맥상통하며, 저자 역시 ˝시장이 본래의 자리를 벗어나 왜곡될 경우에는 법의 제어를 마땅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은 앞선 논의의 중요한 근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당위성의 문제이며, 자본주의가 윤리적이 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 시스템 안에 있는 자본가와 노동자들을 비롯한 구성원들이 거창하게 공리주의적 기조를 손에 들지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윤리적인 (이해와 거리가 먼) 문제에 집중해야 된다고 여겨집니다. 이러한 시도가 이어진다면 크게는 전반적인 세계화의 문제와 작게는 인간의 파편화에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4장에서는 지난번에 서평을 썼던 낸시 매클린의 ˝벼랑끝에 선 민주주의˝에서 서술된 미국 엘리트들의 ˝칠레 피노체트 프로젝트˝에 대한 간략한 역사적 서술이 나오고 있습니다. 냉전이라는 특수한 시대를 감안하더라도 자신들의 이익과 관련해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미국 정치권의 인식은 이처럼 세계 곳곳에 불행한 역사를 초래했습니다.

우리는 비록 민주적 방식으로 태어난 권력이라 할지라도 이 권력에 저항할 수 있고, 심지어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개인주의는 명백히 자본주의와 호응한다

주권을 가진 것이 어떤 형태를 띠든지 간에, 그 주권을 가진것으로 하여금 모든 권리를 갖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양심이다

과학주의는 과학이 모든 것을 충족 시킬 수 있기를 희망하는 특히 과학이 윤리를 대체하기를 희망하는 이데올로기이며, 그 자체는 과학적이지 않다

민주주의에서 결정권을 갖는 것은 충분한 지식을 갖든 갖지 않든 다수들이다

순수주의는 야만만큼 위험하고, 어떤 경우에는 야만보다 위험하다

스탈린은 인간의 행복을 위한다는 이유로 수백만의 사람들을 죽음의 수용소로 보냈다

경제, 사회, 정치적으로는 연대가 더 필요하고, 효과적이고, 시급하게 필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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