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 및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스티븐 L. 베이커는 위스콘신-메디슨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수학한 뒤, 처음 언론사 경력을 쌓은 버몬트에 소재한 주간지 블랙 리버 트리뷴을 시작으로 베네수엘라와 에콰도르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비즈니스 위크의 멕시코 시티 지사로 파견되었으며, 또한 프랑스 파리에서 유럽 산업 전반을 취재하는 등 경제 전문 기자의 길을 걸었습니다. 특히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다른 언론사들에서 왕성한 기고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뉴욕 타임즈와 월 스트리트 저널, 로스앤젤레스 타임즈 및 보스턴 글로브지가 이에 해당됩니다. 이 책과 관련해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제가 얼마전에 서평을 남긴 아난드 기리다라다스의 ‘엘리트 독식 사회’의 글 구성과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두 책이 거의 동일하게 일종의 르포 취재 형식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습니다. 전자는 소위 엘리트 계층에 속하는 이들의 언행을 통해, 후자인 이 책에서는 저자인 베이커가 고안한 일종의 IT 전문가들을 뜻하는 ‘뉴머러티 Numerati’가 사회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변화에 대해 논하는 것으로 앞으로 ‘데이터 마이닝’을 뜻하는 빅데이터 사회를 가늠해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난 2007년 “The Numerati”라는 원제로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0년에 초도 번역되어. 2014년 (아마도) 재개정판으로 2판이 출시되었습니다. 다만, 개정판이 나왔음에도 현재 이 책은 절판된 상황입니다.

우선, 이 책은 총 7장의 소주제별 구성과 마지막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자인 스티븐 베이커가 이 글을 통해 강조하고자 하는 부분은 오늘날 발전된 웹 기반의 수집된 개인간의 데이터와 이를 통한 데이터 마이닝이 과연 어떤 미래를 우리에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간략한 예측과 평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동안 재런 러니어를 비롯한 업계의 이론가들이 앞으로 우리의 프라이버시와 익명성이 구글과 같은 거대 웹기반 기업들의 데이터 수집으로 인해 시민의 권리가 사실상 위태로운 지경에 이를 것이라 예견한 바가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이 책의 5장, 테러리스트에서도 논증하고 있듯이, “뉴머리티가 제공하는 도구를 활용하여 자체 감시를 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사회가 자유롭고 거침없이 돌아가고 구성원들이 나쁜 짓도 좀 하면서 살수 있을까를 알아보기 위함”을 라스베이거스의 소프트웨어 기업가인 제프 조나스의 대안으로 이를 관찰해보고 있는데요. 여기에 소개된 제프 조나스는 IBM에 소속된 전문가로 그 자신도 어떻게 하면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지난 9.11 테러 이후 미국 사법정보 당국인 FBI와 CIA의 데이터베이스를 비롯한 방대한 이들 데이터베이스들을 통합하는데 미국 정부는 10억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바가 있습니다. 현재 다수의 정보 당국을 총괄하고 있는 NSA의 주된 임무가 데이터 수집에서 이 대상자들을 찾아내는 것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현재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다수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테러리스트를 추려내는 과정이 과연 무고한 희생을 방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에서 이런 정보당국의 비대화가 과연 바람직한 일인지는 이들 미국인들의 관심과 의회 지도자들의 끊임없는 감시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는 또 한가지 중요한 부분이 있는데요. 후에 이어지는 백악관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이들 정보 기관의 입을 중요시하고 시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국가 안보에 있어서 어쩔 수 없는 배치 기조로 더 나아간다면 이것은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불리워도 과도한 해석이 아닐겁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NSA에서 일하고 있다는 수학자 제임스 샤츠를 통해 데이터 마이닝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것은 이들 뉴머리티 즉, 숫자 지식 계급이라는 IT 전문가들이 일반 시민들에 비해 민감한 업계에 일하고 있는 만큼 그만큼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기준을 이들이 갖고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위 많은 전문가들은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고 있는 ‘특별한 자신의 분야’에 비이성적으로 매몰된 나머지 다수의 이익이라는 부분에서 괴리되는 성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즉, 내가 특별한 일을 맡은 선택된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과도한 자부심을 갖고 더 나아가 본인 역시 이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망각하게 되는 계급주의적 사고관을 가질 수가 있는데, 이 부분이 권력과 결탁하게 되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지는 명약관화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들 전문가 그룹들을 아주 밀착해서 감시할 만한 어떤 수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이것은 앞으로 관련 학자들이 염두해 두어야 하는 부분이라 여겨집니다.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 기본적으로 따르고 있는 법칙은 현재 웹 검색 기반의 구글이나 다른 쇼핑몰 사이트 및 신용카드 회사들이 그것이 적법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시민들의 여러 정보 조각들을 수집해 자신들의 이익으로 수렴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이해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무차별적으로 수집되는 개인들의 데이터들이 어떤식으로 데이터 마이닝을 걸쳐 실제 소비 생활이나 사적인 행위 등에 쓰이는지 밝혀내는 것이 바로 2장, 소비자입니다. 이 광범위한 소비 업계에 근무하는 뉴머리티들은 일종의 소비 패턴 분석가들로서, 이를 통해 개인들의 성향과 소비 습관들을 정확히 분석해내고 이를 기업에 이용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용카드의 문제는 내가 사용한 카드의 명세서가 중앙서버에 저장된다는 점과 이것에 대한 접근권이 불명확하다는 것이 심각한 문제일겁니다. 이것들은 공적으로 처리된 것이 아니라, 아주 지극히 사적인 범위안에 들어가 있는 부분으로 이 사적인 정보들이 소위 기업 영역으로 여겨지는 본사 중앙 데이터에 축적되는 것이 과연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것인가에 대해 논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점은 간략하게 5장에서도 분석되고 있습니다만 각 권력기관들이 여차하면 이들 신용카드 기록에 접근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이것에 대한 영장 청구가 과연 면밀히 고려되고 있는지에 대해 아주 당연하게 시민들을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으레 전문가들이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은 자신의 문제로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다수 시민의 권리에 대한 일종의 인식적 책임 회피로 단순히 현재 우리가 국가 기관에 우리의 권리를 위임하는 형식으로는 매우 불안한 상황이며, 확실히 미국의 사례들을 고려해 봤을때도 현재 이 빅데이터 관련 문제가 전환기에 있는 만큼 애초에 이를 규정하고 제한할 법안이나 기구 등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정치와 관련한 3장, 유권자에서는 현재 미국 선거 운동 전반에 대한 꽤 내밀한 분석이 이번 장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미 미국의 선거 운동과 관련된 산업은 꽤 정평이 나있기도 합니다.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고, 이를 위한 전문가들의 지원과 자원 투입이 매우 원할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과 공화당은 자신들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기 위해 일반 시민들의 개인 정보들과 그 알고리즘 등을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고, 선거철이 되면 이를 통한 결과 예측이나 지지층 규모 등을 분석할 수 있는데요. 이 점은 꽤 공교롭게도 현재 미국의 금권 정치와 면밀히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과거 조지 W. 부시가 엘 고어 전 부통령에게 아슬아슬하게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이것의 원인과 과정에 대한 분석을 당시 조지 W, 부시의 선거를 총괄한 이들이 수행하고 더 나아가서는 다우드를 비롯한 당시 전략가들이 부동표 지역에 대한 공화당의 영향력 확대에 힘을 기울인 것은 사실상 수백만 달러의 투자에 이른 것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애초에 정치자금이라는 것이 이런 식으로 이해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현재에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의 선거 형태가 돈이 없으면 사실상 해결되지 못한다는 볼멘 소리는 이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언급하고 있는 것은 무차별적인 금품 살포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 운동 전반의 천문학적인 비용 증가와 이를 더 부추기는 정치 자금법의 유명무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현재 사소하게는 우리의 여러 정보 단편들이 이제는 거스를 수도 조차 없는 거대 웹 기업들에 의해 수집되고 조직됨으로써, 이들 업종에서 대두하고 있는 ‘뉴머러티들’과 관련 산업의 이행 과정을 꽤 객관적으로 저자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의 번역 제목인 ‘빅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은 출판사의 꽤 의도적인 시도로 개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전반적인 맥락으로 우리의 아주 기본적인 프라이버시와 권리가 이들 뉴머리티들의 손에 처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대체로 이 분야에 대해 호의적인 학자들과 언론사들은 이러한 이행과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기고 있으나, 앞서 제가 언급하대로 이들 모두는 매우 강도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갖고 있어야 하며, 자신들이 현재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명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밝히고 있는 이 부분은 사실상 교과서에 등장할 만한 교리에 불과할 수도 있으나, 우리가 이들과 국가를 상대로 지난한 싸움에 돌입하기 전에 이들이 이러한 책임감을 갖고 있었으면 하는 조그만 바람을 써본 것으로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 부분에서 아쉬운 점은 ‘개인의 자유’를 부르짖는 수많은 보수주의자들이 이것에 대해 입을 싸매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입니다만, 이들이 말하는 본래 자유라는 것은 ‘개인의 이익을 취할 자유와 경제적 자유’뿐이니 일견 이해는 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해당 업계의 관계자가 쓰는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제3자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인이 객관적으로 뉴머러티들을 통해 논증하고 있는 ‘미래 세상’은 꽤 의미가 있는 작업이 아닌가 생각해봤습니다. 따라서, 아쉽게도 이 책을 시중에서 구할 수가 없는 것은 많은 독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