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당신의 SNS 계정을 삭제해야 할 10가지 이유 - 실리콘밸리 구루가 말하는 사회관계망 시대의 지적 무기
재런 러니어 지음, 신동숙 옮김 / 글항아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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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런 러니어는 미국 뉴 멕시코 출신의 유대인 부모 밑에서 자라나 뉴 멕시코 주립대학을 거쳐 컴퓨터 과학자로서 세계 최초로 가상현실을 고안한 인물입니다. 그는 인터넷과 IT 및 네트워크 등에 대한 소위 내부 고발자로 이 부분과 관련해 활발한 저술활동을 해오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일전에 읽었던 그의 다른 번역 글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와 유사한 관점에서 ‘광범위한 네트워크 디스토피아’에 대한 경고를 이 책에서도 또한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동안 미국 내에서는 많은 언론을 통해 페이스 북과 구글이 보이고 있는 미심쩍은 행보에 대해 많은 기사로 알려지기도 했습니다만 특히 러니어의 이 책은 독자들에게 좀 더 주의와 관심환기를 위해 근거와 주제가 꽤 명확한 편입니다. 오늘날 SNS와 네트워크 생태계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이 점 또한 큰 장점이라 여길만 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Ten Arguments for Deleting Your Social Media Accounts Right Now”로 지난 2018년 출간되어 국내에는 최근인 2019년 5월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우선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저자인 러니어가 고안해 글 전체에 중요한 핵심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는 ‘버머’에 대해 밝히고자 합니다. 버머는 Behavior of Users Modified, and Made into an Empire for rent 라는 앞 글자를 따서 지칭한 것으로 뜻은, ‘사용자들의 행동이 수정되어 왕국(대기업)을 위해 이용되는 것이라고 나옵니다. 이를 조금 풀어서 해석해보면 SNS를 운영하는 기업의 여타 수익 (특히 광고)을 위해 수집된 빅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와 같은 수요자들의 인식과 행동을 직간접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일종의 광범위한 알고리즘을 뜻하는 것인데요. 이것은 현재 전세계에서 독점적 지위에 있는 페이스 북과 같은 소셜 네트워크 대기업이 자신들의 수익을 위해 러니어의 말대로 ‘수요 독점’하에서 사용자들의 인식과 행동을 바꾸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특히 단적인 예로 지난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에 대해 출처가 불확실한 맞춤 정보가 범람함으로서 박빙의 승부에서 어떠한 결과를 초래했는지 명확히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를 알 수 없는 네트워크 상의 수많은 봇들이 거의 러시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꼭집어 밝힌 티모시 스나이더의 사례도 있습니다만 이것을 단순히 음모론으로 치부하기에는 드러난 바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브렉시트와 관련한 국민 투표에서 영국의 이반을 초래했던 수많은 봇들의 허위 거짓 정보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일찍이 파일 공유 서비스 냅스터의 공동 창업자이자 소셜 네트워크 사이트 페이스 북의 초대 사장인 숀 파커는 “(수요자들을) 페이스북이 의도적으로 중독에 빠뜨렸다”고 고백을 한 바가 있습니다. 처음 페이스북과 유사한 서비스가 시작되었을 때 아마도 경영진의 일부는 이를 인식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저자인 러니어 역시 많은 사용자들의 ‘내적 트롤’이라는 표현으로 현실의 외부 세계에서는 전혀 그런 언행이나 행동을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네트워크 안에서는 서슴없이 자신의 폭력성과 가학성을 드러내며, 심지어 타인과의 논쟁에서 오히려 싸움을 걸어 주었으면 하는 기대까지 보이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개인의 내적 자제심이 네트워크 상에서 받고 싶어하는 관심에 밀려 어떻게 무력화되는지 글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총 9장의 SNS의 해악과 관련해 구분된 본 주제들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데 할애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가장 중요한 해석 수단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버머’ 입니다.

대체로 “상업적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비용을 줄이고 성과를 높여서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주로 관심을 갖는다”라고 글에서 언급되는 바와 같이 처음 긍정적인 이상과 개방성을 목적으로 삼았던 인터넷이 기업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대신 다수의 수요자들을 배경으로 효과적인 광고와 인지 변화를 획책하는 고안된 알고리즘들이 어떻게 사람들을 ‘자유의지’를 박탈시키고 소셜미디어에 맹종하게 만드는지 매우 효과적으로 설득시키고 있습니다. 즉, “사용자의 관심과 집중을 유도하는 데 최적화 된 맞춤형 피트가 각 사용자에게 전달되는데, 이런 맞춤형 피트는 감정에 강력한 자극을 주는 것이 많아서 중독을 유발한다”고 앞선 근거를 대고 있습니다. 제목과 마찬가지로 러니어는 이러한 SNS적 폐해와 관련해서 각 개개인들이 각자의 SNS계정을 삭제할 것을 종용하고 있으나, 이 부분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페이스북’이 종래 이상주의적 인터넷 환경을 발판삼아 독점적 지위에 올라 사실상 페이스북을 대신한 대안이 없다는 점이 결국 계정 삭제 밖에 뚜렷한 해결책이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저자는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최근에 실리콘벨리의 많은 IT 기업들과 트위터를 비롯한 SNS 기업들이 ‘아랍의 봄’에 대해 크게 환호했던 바가 있습니다. 네트워크가 어떤 식으로 우리의 정치에 기여하는지 그것에 대한 희망적인 태도로 보였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맥락을 정확히 진실되게 보여주지는 않고 특정 계층에 매우 제한적인 정보만을 접근시키는 수많은 가짜 봇들이 SNS에 범람하면서 미국과 영국 정치에 영향을 끼친바가 있습니다. 과거에 우리는 사회계약론을 필두로 인권과 자유의지를 기반으로 직접적인 인간해방을 달성했습니다. 인간 사이의 어떠한 권력 체계가 인간 이해를 방해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을 기반으로 계몽주의가 꽃 피웠고 그렇게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구축하기에 이릅니다. 여기에 마누엘 카스텔과 같은 학자들은 일반적인 정치와 민주화에 대해 네트워크가 효과적인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예견했으나, 문제는 네트워크 기반 자체가 아니라 오로지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SNS 기업입니다. 지난 미국에서의 대선에서 페이스북은 밝혀지지 않은 허위 계정들을 나서서 삭제한 바가 있습니다만 왜곡되고 선동되어지는 ‘부족주의적 정치’를 어떻게 하면 근절시킬 수 있는지가 SNS 정치와 연계해 가장 큰 정치적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가짜 뉴스를 배포할 권리’가 있는지는 법적으로 표현의 자유에 입각한 문제를 수렴하는 지는 명확하지는 않습니다만 지금의 현실에서 이런 독점 시장 지위를 갖고 있는 SNS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기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과거 구글이 미국 정보 당국의 협조 공문에 다소나마 저항했다는 사례를 봤을 때 이러한 문제들은 하루 이틀 안에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의 (직접적인 동의없이) 지금 이 시간에도 수집되고 있는 데이터들은 조만간 미래의 AI의 역할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렛대이기도 합니다. 러니어는 이와 관련해 빅 데이터는 (미래의) 인공지능이라고 글에서 경고하고 있는데요. “인공 지능을 인간의 대안적 존재로 받아들여서는 절대 안된다”며 첨언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과 지식인들은 SNS의 발전이 정치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사뭇 다른 흐름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을 정치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한 거대한 음모가 있다고 여겨도 될법한 일들이 주위에서 벌어지고 있죠. 결국 기업의 이익 친화적인 버머의 태동도 두려운 디스토피아가 될 여지를 만들어 주지만 무엇보다도 우리가 진정으로 어떠한 맥락으로 이해되고 표현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두려운 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SNS계정을 삭제해야 될 만큼 어떠한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입니다만 건전한 인터넷 지향이 단순한 이상주의적 결론으로 쓰레기통에 들어가지 않도록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계몽시키는데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진실 추구의 근본은 자신의 무지를 알아차리는 능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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