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넘어 - 급진민주주의자의 정치경제사회 혁신 프로그램
로베르토 M. 웅거 지음, 이재승 옮김 / 앨피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이 글의 저자인 로베르트 M. 웅거는 브라질 출신으로 현재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중인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진보 지식인 가운데 한 사람입니다. 특히 정치철학과 법학이론, 각각의 사회정치이론과 진보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을 연구하고 있는 그는 특히 지난 브라질에서의 군부 통치를 비판하고 브라질의 진정한 민주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온 바가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더 나은 삶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이것에 대한 철학적 연구를 지속해왔고 이를 민주주의와 연계해 오늘날 정치가 시민의 삶에 어떠한 역할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피력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책은 “Democracy Realized”라는 원제로 지난 1998년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좀 늦은 2017년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뒷편의 부록을 제외한다면 약 370여페이지가 넘는 분량의 이 글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관한 꽤 혁명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오늘 정치와 경제에 관한 병폐적인 면을 제대로 비판하고 있고 여기에 합리적인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는데요. 정치와 경제의 불협화음을 표출하고 있는 우리의 현 시대상황을 이처럼 잘 조망하고 있는 책은 아마도 보기 힘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개인적으로 들기도 했습니다. 우선 큰틀에서 이 책은 “민주주의가 과연 대립된 이들을 화해시킬 수 있겠는가”라는 문제의식을 놓고 그를 위한 “민주적 실험주의”라는 저자의 독특한 해결방안으로 전반적인 정치와 경제 및 이들을 배경으로 한 시민사회와 만연된 불평등 문제를 조목조목 분석하고 각각의 대안을 제시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습니다.

총 1부 6장과 2부 4장으로 전체적인 구성에서 연계된 각 주제들에 관한 다양한 논거와 자료가 인용되고 문장들은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어서 상당한 분량만큼 논지를 흩트리는 부분은 거의 없었습니다. 민주적 실험주의를 소개하고 있는 1장과 독특한 경제적 구조적 해석을 곁들이고 있는 2장과 3장, 신자유주의를 비판하고 있는 4장, 이어지는 논거들을 통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는 5장, 그리고 이 글의 전체적인 결론이라고 봐도 무방한 민주주의적 제도 재정립의 6장으로 1부는 마무리되고 있으며, 2부는 1부에서 광범위하게 논의된 민주적 실험주의를 기반으로 정부와 헌법조직, 시민사회와 그 조직, 공적 금융 및 경제 조직과 새로운 진보주의 세력이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담겨 있는 민주주의적 좌파로 2부 역시 마무리 되고 있습니다.

저자인 로베르트 M. 웅거가 강조하는 ‘민주적 실험주의’ 간단히 말해 민주주의를 포괄하는 정치 및 정치학에서 (시민들의 삶과 관련된) 이상과 이익의 절충이라는 인식을 기반하고 있습니다. 즉, 정치에서 자기예언적 이상주의 정치라고 하더라도 현실정치에서 이를 배제해서는 안되며, 시민들의 삶과 관련되어 있는 이익이라는 가치에서도 사전적 정치학이 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민주주적 실험주의는 신자유주의와 사민주의 양쪽 가운데 한쪽의 손을 일방적으로 들어주어서는 안되며, 양자를 거부함으로써 비로소 이 실험주의가 존재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민주적 실험주의에 관한 도식적인 해석은 앞선 부분과 같습니다만 좀 더 유연하게 받아들인다면 정치사회적 불평등 상황에 놓여 있는 여러 민주주의 국가들에게서 이를 타개하는데 어떤 이론적 수단이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걸고 저자는 이 실험주의를 오늘날 정치경제적 병폐현상에 투입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런 구조로 인해 이 민주적 실험주의로 확대되는 민주주의야 말로 진정한 ‘급진적 민주주의’로 저자가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보기도 했습니다.

현시점에서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로 볼 수 있는 만연된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저자의 분석대로 생산의 측면은 전위주의와 후위주의로 나뉠 수 있는데, 전위주의적 생산은 자본과 공학 기술 및 전문 지식의 주요 원천 자체에 대한 접근성을 포함한 꽤 자원가능적 생산이지만, 반대로 후위는 전통적 경제를 포함한 다소 낙후되고 폐쇄된 생산 구조로 각각의 많은 국가에서 이 양자의 구조가 꽤 견고하고 긴장된 형태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양자간의 경제물리적 경계를 해소하는 것이 이러한 경제적 이중구조를 해결하여 사회구조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길임을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원천적인 측면에 노동 조직은 다방면의 시민사회 조직과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구성되어야 하며, 선조직되어 있는 노동기득권이 계급주의적 정치 논리에 이용되어서는 안되는 것이 이에 기반한다고 여겨집니다. 그런 면에서 저자도 5장의 진보적 대안에서 민주주의에서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확대하게 해주는 자유로운 시민 조직의 결성과 마찬가지로 근본적으로 경제 부문에서 벌어지는 다각도의 불평등 현상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들의 연대와 자유로운 조직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즉, 경제-정치 라는 연계 구조에서 노동자들의 경제 발언과 시민들의 정치 발언은 되도록이면 보장받아야만 하고, 마찬가지로 법에 의해 보호받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당위성은 “경제 발전과 정치적 민주주의의 병행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적절한 해답이 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적절한 이론주의적 발언에 유능한 엘리트주의자들이 이를 마냥 용인하기는 힘들 것이며, 과연 민주주의하의 정치경제적 계급 구조가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긍정을 보이고 있는 기득권과 엘리트 정치가 우선적으로 계급 이동의 자유로운 보장과 특히 교육과 관련된 자원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나서야 그에 관한 최소한의 논의를 해볼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러한 가운데, 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에게서 경제적 부분에서 전방위적으로 이행된 이 신자유주의는 “세계 경제 질서를 맹목적으로 고수하는 전략말고는 국가 발전에 관한 정부의 모든 적극적 전략을 폐기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고, (조직된 시민 결사체를 포함한) 결사체 자체를 경제생활에서의 경직성의 원천으로 악마화 시켰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전체적으로 신자유주의 내부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치적 논의에 대한 일부 근원적인 거부감은 시장이나 경제에서의 정부의 관여 및 정치의 접근에 대한 것에서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병폐를 개선시키려고 하는 많은 시도를 무산시키는 데 작용해 왔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저자인 로베르트 M. 웅거 역시 그동안 많은 학자들과 이론가들이 이 신자유주의의 비판에 나섰으나, 사실상 이들이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점은 불행한 일이지만 이 대안의 제시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자유로운 무역과 경제활동을 주장하는 전세계적 자유주의적 경제 이념에 기반하는 신자유주의 이론을 마냥 거부하는 것은 능사가 아닌 점은 분명하고, 세계 경제 체제가 점진적인 세계화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큰틀에서는 자유 경제론을 마냥 거부하기는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국가간의 무역 및 자유로운 자본 이동과 반대로 그 국가들의 시민들의 삶의 개선과 고착화 된 부의 불평등과 계급 불평등을 전제로한 희생이 실제로 놓여 있어 이 부분은 개선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마찬가지로 5장에서 이러한 국가간의 불평등과 그 나라안의 시민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경제구조적 모순인 해외 자본의 차입을 미연에 방지하고 각각의 국가들의 저축률을 높이는 등의 국내 자본의 활성화를 저자는 주장하고 있는데요. 물론 2007년 이전의 미국이 극대화된 중국과의 무역 역조와 이를 통해 중국계 자본의 유입으로 미국 시민들이 과도화 된 신용생활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전세계적으로 금융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과 투기 금융이 각국을 목표하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저축률 만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는지는 꽤 의문이 듭니다. 다만, “신자유주의는 민족주의적이고 대중영합적이며 수일 대체적인 전략의 철저한 교체보다는 세계경제의 새로운 규칙에 대한 적응을 대변한다”고 저자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또다른 분석을 따르고 이렇게 민주주의 정치에서 경제권력과 정치권력의 연결과 특권적 이익과 특혜적 연결이라는 왜곡 구조는 아마도 신자유주의 이념의 가장 큰 병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의 대안도 역시 시민의 원할한 정치 참여라고 저자는 분석하고 있고 “비록 사회가 여전히 집요한 계급 분할로 얼룩져 있지만 국가는 부유한 엘리트들로부터 고도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야만 한다”는 다른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민주주의의 위기에서 그동안 너무나 이론주의적 접근으로만 현실을 분석해 왔습니다. 그래서 웅거의 이 민주적 실험주의는 시민의 이익을 위한 도구로 쓰일 수 있으며, 이것을 가장 크게 보장하는 대중의 현실정치 참여를 높일 개혁으로 “의무투표제, 정당과 사회운동의 공존 자유 확대, 구속 명부제처럼 정당을 강화하는 제도, 선거 비용 공영제 등이 있다”고 제시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정치에 대한 회의주의적 분위기에서 민주적 제도만 고도화되고 현실 정치에 무관심을 보이는 민주국가의 모델이 과연 글로만 그칠 것인지는 낙관할 수 수 없습니다. 샹탈 무페와는 다른 웅거의 이 급진 민주주의가 그의 목적대로 성공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지도 다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의 이 짧은 글이 웅거의 광범위하면서 심층적인 이 책의 분석으로는 상당히 부족한데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시간을 기울여 꼭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됩니다. 이것말고도 웅거의 독창적인 분석이라 볼 수 있는 권위주의적 경성국가 모델이라든지 꼭 시장주의적 자유경제가 아니더라도 성공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호랑이에 대한 꽤 설득적인 분석도 크게 흥미를 끄는 부분이었습니다. 아마도 정치경제적 연구를 다각도로 지속해온 학자로 웅거 만큼 유명한 이는 드문 것도 이 책의 꼽을만한 장점 가운데 하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자본주의가 그저 불가피한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끝으로 본문 78페이지에 오타가 한 곳 있었습니다. 이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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