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를 점령하라 - 자본주의 넘어서기
리처드 울프 & 데이비드 버사미안 지음, 한상연 옮김 / 돌베개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리처드 울프는 한 이민 노동자의 가정에서 태어나 하버드와 스탠포드를 거쳐 예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국 내의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입니다. 이런 그의 말대로라면 자신이 운이 좋아 엘리트 교육을 받았으나, 경제학을 연구하면서 자본주의에 잘못된 점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자본주의의 비판에 평생의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이해에서 1장에는 “과거 30~40년 동안 우리 모두는 자본주의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수 없었고 그럴 의지도 없는 사회에서 지내왔다”는 평가를 글에 담고 있습니다. 이 책은 “Occupy the Economy : Challnenging Capitalism”이라는 원제로 지난 2011년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3년에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우선 글에서 리처드 울프와 인터뷰 진행을 하고있는 데이비드 버사미언은 대표적인 미국 내의 진보적 언론인으로 특히 국내에는 그의 이름이 노엄 촘스키와 진행했던 여러 인터뷰집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전체적인 큰 틀에서 지난 2011년에 일어난 ‘월가 점령 운동’을 기반으로 그 운동이 왜 일어나게 되었느냐는 문제와 중요한 맥락에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케인스 자본주의의 좋은 요소들을 무력화시켰다”는 자본주의의 비판적 인식을 저자는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의 중요한 유용성은 첨예한 냉전 대립 시기에 진행된 미국의 경제 진행 과정을 꽤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싶습니다. 물론 미국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비판하는 일관된 논점을 갖고 있지만 개괄적인 측면에서 우리에게도 분명 교훈이 될 만한 부분도 분명 갖추고 있습니다.

먼저 본젹적인 글을 쓰기에 앞서 미국 주류 경제학계에 몸담고 있는 학자가 매우 단호한 어조로 “미국에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그 어떤 공개적 토론이나 비판도 용납되지 않았다”며 특유의 시장 근본주의에 비판을 가하고 있는데요. 이런 주류 경제학이 자본주의를 비판하지 않는 기조는 순수한 경제학 자체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임은 자명합니다. 개인적으로 비판없는 이론은 그야말로 왜곡된 종교적 교리가 초래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물이 나타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저자는 “자유는 사회 구성원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보편적인 선이 아니다”라고 기존의 주류 정치학의 입장에 반대하면서, 이것과 극명하게 유사한 문제는 “부자들은 자기의 계급적 이해관계를 위협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고, 1퍼센트가 이런 점령 운동을 분쇄하려는 이유는 정치경제시스템이 철저하게 은폐하는 빈곤 문제를 겉으로 드러내 누구나 직시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인식과 증거의 본질적인 부분을 밝히고 있습니다. 며칠전에 서평을 쓴 리처드 리브스의 ‘20 vs 80의 사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주장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그만큼 최상위 소득 계층에 대한 비판과 문제제기에는 미국 사회에서 대체로 금기시되는 상황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부분도 꽤 우려할 만한 분위기라 생각됩니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논리적 접근에서 미국 조세 부분에서 역진적인 조세구조가 나타나고 노동자들이 기업의 의사 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동시에 “안정적인 연금 수당이나 적정 수준의 건강보험수당 등 각종 수당을 받는 미국 노동자의 수는 나날이 감소하고 있다”고 현 경제적 상황에 대해 왜곡된 부분을 지적해가고 있습니다. 이 책의 일관된 논조는 바로 이렇습니다. 경제 시스템 특히 시장에 대한 민주적 개입이 절실하지만, 부자들이 의회와 정치권에 막대한 로비와 자금을 투입하면서 정치 전반에 대한 일개 개인의 영향력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사회적 붕괴와도 같은 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저자 자신은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형평성 있는 조세제도 자체를 위반하고 있는 부자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해 세무사와 변호사를 고용해 법의 허술한 측면을 이용하는 것을 마찬가지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정확한 비유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양봉업자, 가축업자 등 에게 허가한다”는 등의 조항의 특정되지 않은 애매한 부분을 연구해 부자들의 절세와 권한을 더욱 유지시키고 있는 상황은 민주주의 자체가 심대한 위기에 놓여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사실 이와 관련한 모든 책에서 볼 수 있는 이 위기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려 들 때, 민주주의는 심각한 훼손에 이르고 이것을 과연 시장이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이미 충분한 답을 알고 있습니다. 더불어 앞선 인식과도 일치하는 것은 “1퍼센트가 바보가 아닌 이상 자기들의 부를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치 시스템을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판단이 이 글에 나오는 것은 이러한 행위나 인식 자체가 결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불러 일으키게 될 점은 매우 명백합니다. 이런 모든 과정은 결국 과두제의 대두를 경고했던 로버트 달의 외침이 함께 오버랩 된다고 봐야겠죠.

“시장에서는 모든 거래가 시장 참여자의 지불 능력에 따라 이루어진다”는 표현은 현재 시장이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잘 보여줍니다. 인간의 삶과 직결되는 사회 안정화와 공공재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사적 이익에 인도함으로서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의 시민들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 이 역시 충분히 목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공 부분의 지출을 더욱 줄이자고 외치는 수많은 경제인들과 정치인들은 그 자체로 다수 시민의 삶을 피폐화시키는 일이며, 정말로 저자의 주장대로 시장에 “민주주의에 친화적인 기술”을 사용할 때 입니다. 현재의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어떤 경제 이념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저는 자본주의 전반에 대한 수정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도표와 자료는 이미 충분하고 수행력과 관련해서는 시민 개개인들이 좀 더 공정하고 공익에 입각한 권력을 골라 지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글에 대해서 한 가지 공감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요. 현재 미국 정치에서 티파티 운동과 관련한 “요즘 위세를 떨치는 티파티운동은 그 나름대로 기업의 약점을 파고들면서 미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의 해법을 찾아내려 합니다”는 저자의 한 줄 인식은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티파티의 성격을 저자가 오해할리는 없을텐데 어떻게 저런 문장이 나왔는지 꽤 의문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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