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VS 80의 사회 - 상위 20퍼센트는 어떻게 불평등을 유지하는가
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 민음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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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역사가이자, 작가, 철학자 및 저널리스트인 리차드 리브스는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을 거쳐 워릭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이후 런던 소재 세계 민주주의를 연구하는 정치 싱크 탱크 데모스에서 활동했던 대표적 진보 지식인입니다. 그는 이후 도미하여 미국인 아내와 결혼해 미국 시민권을 얻게 되는데요. 이 ‘20 vs 80의 사회’는 저자인 그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 나서 미국이 더이상 개방적이거나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을 포함한 미국의 20퍼센트의 중상류층이 다른 계층의 미국인들의 계층 이동을 사실상 제한하기에 이르는 자녀 교육과 밀접한 그들의 시장 왜곡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 이 글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이 글의 원제는 “How the American Upper Middle Class...” (영문 제목이 길어서 다소 생략을 했습니다)로 지난 2017년 출간되었으며, 국내에는 최근인 2019년 8월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은 총 8장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본문의 대략적인 요약을 담고 있는 1장과 저자 자신과 같은 20퍼센트의 중상류층의 양심에 고하는 8장의 짤막한 부분으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문제에 대한 제언을 하고 있는 7장이 진정한 결론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중요한 글의 논증은 2장부터 6장까지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선 도입부인 1장에서는 “오늘날 미국의 계급적 지위는 매우 강고하게 대물림되고 있으며, 계층 이동성을 자랑스러워하는 나라 치고는 너무 심한 상황”이라고 저자는 이렇듯 문제 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에는 1퍼센트의 최상류층이 아니라 20퍼센트라 볼수 있는 중상류층이 자신들의 자식 교육과 관련한 교육의 악순환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저자가 밝히는 소위 ‘유리바닥’과 관련있다고 주장합니다. 이 유리바닥은 중상류층들의 자식들이 하위 계층으로 떨어지게 하지 않기 위해 그 부모들이 돈과 시간을 투입하여 일종의 ‘안전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그동안 전후 미국의 사회적 원동력은 ‘계층의 절대적 이동성’이었으나 그것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그는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주장들의 진정성은 현재 저자 자신이 20퍼센트의 중상류층임에도 미국의 건강한 원동력이 계층 고착화에 이바지하고 있는 이번 세대의 중상류층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유명한 공립학교는 물론 많은 돈이 들어가는 사립학교에 중상류층에 속하는 부모들이 자식들을 위해 자원을 투입하고 있고, 이들은 마땅히 자신들이 자유와 권리를 누릴만한다고 여기며, 온전한 자신들의 능력으로 이 지위에 도달했다고 그들은 믿습니다.

사실 실제로도 미국은 “빈곤이 끈질기게 사라지지 않는 나라이면서 극단적인 부자들이 존재하는 나라”라고 저자는 현실을 객관적으로 평가합니다. 모든 중상류층이 자원, 지위, 안정성, 삶에 대한 통제력 등을 누리고 있는데, 반대의 다른 계층의 사람들은 그러한 것들이 박탈된 상황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설사 현실이 이렇더라도 사회의 건전성을 위해 계층 이동성은 어떤 연유로든지 제약을 받지 않아야 하나, 뒤에 5장과 6장에서 이 문제에 대해 논증되는 각 대학에서의 동문 자녀 입학과 관련된 특혜, 수많은 인맥으로 연결된 금융 및 정치권의 인턴 제도 등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제임스 헤크먼의 입을 빌어 “부모를 잘못 만나는 것은 가장 큰 시장 실패”라고 일침을 가합니다. 도널드 트럼프의 사위인 쿠슈너의 경우에도 이 동문 자녀 입학의 특혜를 받은 케이스인데요. 미국의 명문 대학인 하버드가 Z리스트라는 명목으로 동문 자녀들의 입학에 관여하고 있는데, 저자는 이에 관련해서도 보수적인 영국조차 그러한 제도가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제가 추측하기로는 이 동문 자녀 입학제도는 아마도 입학 기부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미국 대학입학시업인 SAT와 비교해서도 이 동문자녀들이 100점이나 넘는 점수를 플러스 받는 것과 동일한 특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미국인들은 자신의 출신 대학에 대해 갖고 있는 부족 공동체적 충성심을 갖고 있으며, 그러한 동문들끼리의 인맥과 배려는 자신들의 자녀들에게까지 이어지고 있어 이러한 인식적 맥락이 더욱 계급 강고화를 초래하는 원인으로도 이해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계급 분화의 영속성은 미국인에게 매우 큰 경종을 울려야 마땅하다”고 저자는 일침하고, “소득 불평등이 높은 나라는 세대 간 계층 이동성이 낮으며”, 결국 이러한 환경에서 미국은 능력 본위적인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사실상 불균형한 사회라고 인식되고 있습니다. 과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은 영국과는 다른 자유롭고 개방적인 사회를 만들려고 했습니다. 당시에도 계급적 고착화와 보수적 사회 분위기를 갖고 있던 영국과는 완전 다른 평등하고 자유로운 국가를 만들어 냈으나, 현재에는 과연 ‘모두가 공정한 출발선에 서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사뭇 긍정하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 글 7장에서 이에 대한 몇가지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동문 자녀 입학 제도를 폐지하고 인턴 제도를 확실히 개방하고, 능력있는 교사들이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공립학교들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던지 아니면 적당한 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실현성 있는 제안들입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평등적 교육과 관련된 연방 정부의 현실적인 지출과 대학 학자금 조달을 비교적 균일하게 분배하는 것을 포함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이들 20퍼센트의 중상류층을 무분별하게 악마화하기 보다는 미래 세대의 계급 격차를 최대한으로 줄이는 쪽으로 정책이 나아가야 하며, 이 중상류층들에게도 그들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권리가 온전히 자신들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시스템을 마련한 국가와 이를 적응시켜 나갔던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담겨 있는 것이며, 또한 자신들의 자녀 역시 가진바 조건과 능력에 따라 마땅히 아래 계층으로 향할 수 있는 것이고 꼭 그렇게 되어야만 국가와 사회 전체가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을 확연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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