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경제학이다
대니 로드릭 지음, 이강국 옮김 / 생각의힘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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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 출신으로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하버드대학교의 케네디스쿨의 국제정치경제학 교수로 일하고 있는 대니 로드릭은 자신을 세계 경제학계의 비정통파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그를 경제학자로 보는 견해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엄연히 경제학을 전공하고 더욱이 거기에 그치지 않고 정치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 것을 보면 남다른 경제학자임은 분명해보입니다. 또한 오랫동안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것에 비해 아직도 터키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점도 꽤 흥미로운 부분으로 다가왔습니다. 더군다나 그가 유대인이라는 사실도 꽤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이 책은 ‘Economics Rules’라는 원제로 지난 2005년에 출간되었으며, 국내에는 일본 리츠메이칸 대학교의 경제학부 교수인 이강국 교수의 번역으로 지난 2016년 출판되었습니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원제의 제목과 번연된 도서의 제목이 약간 상이한데, 전체적인 맥락에 있어 번역된 글의 제목은 조금 어색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점을 제외하면 이강국 교수의 번역은 꽤 훌륭했습니다. 다만 본문 182페이지에 한 곳의 오타는 역시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책은 총 6장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특히 6장은 글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논증된 본문을 아우르는 부분이 아니라, 경제학이 세간에서 받고 있는 일종의 억울한 평가를 겸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함께 기록하고 있습니다. 물론 유용하게 이해될 수 있는 분량입니다. 다시 큰틀에서 이 글의 주제를 파악해본다면, “사회 현상은 너무도 가변적이고 다기하여 유일한 분석틀에 구겨 넣어질 수 없는데, 사회학의 한 분야인 경제학이 이런 측면의 조건을 등한시 했던 결과를 비판”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즉, 경제학에서 말하는 모든 모델들이 현실에서 그리고 정책적인 측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으며, 이러한 현실적인 측면을 외면한 많은 모델들이 상대적으로 경제학 내부에서 인정을 받는 등의 이론적 괴리 현상에 대해 저자는 꽤 꼼꼼한 근거에 따른 논증으로 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경제 모델이 특정한 메커니즘을 다른 혼란스런 영향들로부터 분리하여,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주기 위해 설계된 단순화”라고 평가하고 있는데요. 특히 5장에서 논의되고 있는 많은 경제학자들의 소위 잘못된 인식 가운데, 자신들의 학문이 사회나 정치적 논리와는 따로 배제되어야 하는 일종의 과학의 일종으로 여기면서 경제학에 대한 논의나 비판을 아무나 할 수 없는 성역으로 취급해 왔다는 점을 꼬집어 비판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측면에서 저자와 주류 경제학을 대변하는 학자들과 다른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기에서 많은 경제학자들이 근본적인 시장주의자들이면서 시장에 대한 당위적 확증 편향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고 평가되고 있는데요. 과거 개도국들의 발전 과정에서 정치의 실패와 함께 시장의 실패도 분명 있었으나, 이것을 오로지 시장에 개입한 정치의 실패로 여기는 점도 “시장의 실패 및 정부의 실패 모두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서, 산업을 시장의 힘에만 맡기면 현대적인 기업과 산업의 발전이 정체될 것이다”라는 반대의 근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경제학의 기본 교리에서 완전 경쟁의 상태를 시장 참여자들이 맞는 유리한 조건으로 여기고 있으나, 실상은 일찍이 조지프 슘페터가 예견했던 ‘자본주의의 독점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시장에서 기업이 가장 큰 이익을 가져갈 조건의 상황은 사실상 반독점 상태가 유리한 것은 이를 명백히 드러내는 것이죠. 또한 비교 우위 논리라든지 인센티브와 관련된 많은 내용들이 기본적으로 사실상 시장 우선 논리를 펼치는데 사용되는 측면도 있어서 반대로 초기 경제 발전 단계에서 기업에 대한 보조금과 자국 시장의 보호를 내걸었던 한국과 대만의 사례는 반경제학의 대표적 행태이자 경제학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조건이기에 이에 관한 설명에도 저자는 꽤 성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4장에서는 일반적인 거시 경제학에서의 노동 생산성 문제와 이와 관련된 광범위한 실업 문제와 프랑스의 사례를 인용하고 있고, 이 장 말미에서 세계 경제가 세계화된 측면에서 발생한 2008년 뉴욕발 세계 금융 위기가 실제로 “금융시스템의 실패”로 기인한 것이라 못박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5장에서는 당시의 세계 금융 위기를 비판하고 있는데요. 로버트 쉴러와 라구람 라잔을 제외하면 이러한 금융 버블 상황을 예측한 경제학자들이 거의 전무했으며, 버블 자체가 아주 견고한 합리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것이라면 합리적 수치에 기반한 분석을 선호하는 경제학자들이 이를 예측하지 못한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경제학이 정치와 사회의 함의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이해에 나선다면 이것은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일로 돌아오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저자는 이런 위기를 불러일으킨 워싱턴 컨센서스가 “시장 경제의 제도적 기반, 법질서, 계약의 집행, 반독점 규제가 부재할 경우, 전면적인 민영화는 경쟁과 효율을 창출하기 보다는 정부와 결탁한 자들의 독점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크다”고 강도높게 비판합니다. 이 점은 정말 월스트리트의 수많은 경제 엘리트들에게 해당하는 인식적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6장에 이르러 저자는 세계에는 두 가지 경제학자가 있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유형은 정부는 부패하고 시장이 가장 잘 작동하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과 둘째로 앞선 이들과 다른 세계에 관한 많은 이론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고 소개합니다. 전반적으로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에게 요구하는 하는 것은 앞으로 있을 줄 모르는 경제 위기를 잘 예측해 달라는 요구입니다. 물론 하이먼 민스키를 제외한다면 이런 물음에 제대로 답한 경제학자는 아주 드뭅니다. 6장에서 경제학자들에 대한 본연의 능력을 벗어나는 기대와 이와 일맥상통한 질문들이 사회과학의 한 분야인 경일반적인 경제학에 어쩌면 과부하를 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경제학 자체에 대한 사회와 정치의 의문은 더욱 경제학을 고립으로 이끌었던 것이 아닌가 이 책을 통해 잠시 고민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1980년대 이후부터 변화를 겪고 있는 경제학이 기존의 전통적인 교리문답에서 벗어나 조금 더 현실 정치와 사회에 가까워지는 학문으로 변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실과 이론은 그만큼 그 괴리의 폭이 큰 만큼 이에 관한 진지한 고민 또한 분명 있어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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