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디스커넥트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인터넷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만들고 있는가
로버트 맥체스니 지음, 전규찬 옮김 / 삼천리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의 저자 로버트 W. 맥체스니 (혹은 맥케즈니)는 위스콘신 대학의 교수를 거쳐 현재 일리노이 대학의 커뮤니케이션학과의 교수로 일하고 있습니다. 주요한 전공 분야는 미디어 비평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특히 인터넷 시대의 민주주의의 행로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학자이기도 합니다. 또한, ‘인터넷 자유’를 외치는 미국의 언론 개혁 단체인 ‘프리프레스’의 공동 설립자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그의 이 글은 지난 2013년 ‘Digital Disconnect’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2014년 하반기에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저자인 맥체스니는 ‘자본주의 현실과 민주주의라는 문제’를 큰 틀의 주제로 삼아 현재 미국의 중요한 인터넷 사업자들과 넷 관련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적 지위에 올라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시민의 프라이버시를 비롯한 ‘인터넷 자유’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이 책을 통해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더 진행될 경우엔 미국 사회가 파시즘으로 이행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합니다. 이렇게 총 7장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는 책 전체의 분량은 무시못할 정도로 느껴지기도 한데요. 다만, 번역의 상태도 매우 좋고 글 전체의 논리적 전개과정과 근거들이 매우 명확해서 일독을 하는 내내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것은 큰 장점으로 언급하고 싶습니다.

사실 월드와이드웹으로 대표되는 초기 인터넷 시기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겪게되는 2000년대 초반을 거치면서 오늘날에는 이 웹이 상업적으로도 큰 성장을 이루고, 규모의 면에서도 굉장한 발전을 이룩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목도하게 되는 많은 전문가들은 이 인터넷의 발전과 민주주의가 과연 어떠한 현실에 놓이게 될지에 대해 적지않은 예측을 보여 왔습니다. 여기에 재런 러니어와 레베카 매키넌, 조너선 지트레인과 같은 학자들은 앞으로의 인터넷 시대가 결코 희망적이지 않다는 점을 그들 자신의 글에서 피력한 바도 있습니다. 과거 월스트리트 점령 운동이나 최근의 중동의 민주화 과정에서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인터넷 망이 많은 이들이 직접적인 민주주의 운동을 실천하는데 꽤 유용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역시 넷 상에서의 집단지성의 출현이 엘리트들이 그토록 경계하는 민주주의 정치에서의 군중 정치를 미연에 방지하고 시민들 스스로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여겨왔습니다만, 최근에 읽었던 여러 글들을 통해 앞에 놓여 있는 현실이 제법 녹록치 않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자본주의는 그동안 저자의 말대로 “자본주의가 민주주의와 동격이라는 거짓된 믿음이 내면화”되어 왔습니다. 그동안 많은 학자들은 자본주의의 발전이 민주주의의 성공적인 정착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여겨왔으나, 실상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물론 저 역시 이쯤에서 자본주의를 타도해야된다는 얼토당토 되지도 않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같은 학자들은 자본주의의 병리적 현상을 제거하고 좀더 인간주의적 환경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고 있으나, 우리의 좀 더 면밀한 현실은 모두에게 마땅히 열린 공간이자 시민에게 공적인 가치를 갖고 있는 인터넷 현실이 급격하고 노골적인 자본주의화에 직면해 그러한 윤리적 전망을 기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된 내용은 이 책의 4장과 5장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특히 5장은 이 책의 전반적인 주제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기업들은 오픈 소스와 그런 매개들을 바탕으로 기업을 확장시켜왔고, 자신들의 기업 운영이 시장의 표준화가 됨에 따라 결과적으로는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려고 하는 노력들을 기울여 왔는데요. 특히 광범위한 특허권에 대한 유지와 정치권에 막대한 로비들을 투입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바로 앞선 이들과 비슷하게도 현재 미국의 ISP기업들도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각 지역 고유의 인터넷 사업자들로 경쟁시키고자 하는 의회의 노력이 매번 무산되었고, 해당 요금제의 꽤 의심스러운 분화를 반대편의 기업도 경쟁적으로 베끼게 됨으로서 그러한 비용 추가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어왔다고 저자는 여러 근거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At&T의 사례가 이와 동일합니다.

또한, 구글과 비롯한 인터넷 공룡 기업들이 수많은 개인들의 누적된 데이터를 축적 및 보유함으로서 전세계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사실상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정부가 테러의 위협이라는 명목으로 개인들이 만들어놓은 막대한 데이터에 접근하려고 했고, 이것에 굴복한 구글의 사례를 맥체스니는 인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콘텐츠는 더이상 왕이 아니나. 중요한 건 이용자들에 대한 정보이다”라고 이코노미스트는 현재의 인터넷 현실을 꼬집고 있습니다. 지난 2012년 4월 미국 연방하원이 인터넷 트래픽 정보를 정부와 몇몇 회사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 주는 이른바 사이버정보공유보호법(CISPA)은 해당 기업의 사법적 면책의 근거까지 되는 매우 의심스러운 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일반적인 넷기업의 중요 부품을 공급하는 퀄컴과 브로드컴의 독점 상황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현실인데요. 저자는 이에 “많은 경제학 이론대로라면, 이런 독점업체들은 공기업 형태로 운영되어야 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남용을 막기 위해선 강력한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만 기본적인 경제학 교리도 넘어서는 이들 거대 기업들의 사적 이익추구는 이미 그 선을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해보입니다.

5장의 내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군사와 디지털 복합체가 사업적으로 제휴하고 있는 상황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미국내의 군사 기업들이 비전시 상황이나 전지상황을 가릴것 없이 정부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있으며, 특히 전시 상황에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가 이를 더 수월히 만들어주는 디지털 기업들과 만나 더 고도화되고 있는 것은 전반적으로 국가 안보와 군사비 증대 및 군사력의 현대화와 맞물려 민주주의 국가의 민주주의가 어떤식으로 어려운 현실에 직면했는지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ISP 카르텔과 함께 군산복합체와 디지털 기업의 카르텔이라 판단할 수 있으며, 이들의 손에 수많은 시민들의 안전과 자유가 달려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날 미국에는 민주적 지배 구조에 관한 이해할만한 수준의 냉소주의가 팽배하다”고 저자는 일침하면서, “자유시장 자체가 무오류에 근접한 가치가 아님에도”, “탐욕이 도덕적 행위를 가로막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표현들이 뭔가 과장된 어조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전반적인 내용을 숙고해보면 이것이 그냥 허튼 소리라고 치부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국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인터넷이 안고 있는 가장 큰 아킬레스 건은 프라이버시에 대한 기존의 모든 이해 방식을 은밀하게 위반하는 것으로부터 돈이 나오는 것”인데, 이 점은 부정할 수 없는 명백한 현실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7장은 인터넷에 의한 이런 놀랄만한 상황을 경고하고 제어하기 위해서는 언론 고유의 저널리즘 회복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언급합니다. 여기 3장에서 “언론이 모든 사람이 정치와 선거 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이른바 사회적 이슈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가능하도록 해줘야 하며”, “나날이 미디어를 자신의 손아귀에 넣으려고 하는 루퍼트 머독과 같은 현상이 결코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또한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베카 매키넌을 통한 많은 인용과 브루스 슈나이어의 언급은 저자가 얼마나 현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는지 증명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억만장자나 기업 대표 혹은 신자유주의 주창자들의 배후를 뒤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정치적으로 민주적인 국가에서 조차 상층부를 차지한 채 현 상태에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의 특권에 도전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금기사항이다”라는 분석 또한 시민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자본주의의 비윤리적인 사적 이익 추구의 희생양이 되어 왔는지 잘 보여준다고 봐야겠죠. 나날이 인터넷 세계가 확장되고 있는 이 시점이 자본주의가 맹렬하게 침투하면서 그 미래가 암울하지만, 저자가 꾸준하게 외친바대로 인터넷과 자본주의 사이에 정치경젝학적인 가치를 회복시키고 들이댐으로서 그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두고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몰론 이 부분과 관련한 많은 시민들의 차분한 숙고는 매우 시급해보이기도 합니다. 우리 스스로 정확한 판단을 해야만 할 시기가 가까운 미래에 다가올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