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싱커블 에이지 - 끊임없이 진화하고 복잡해지는 예측 불가능한 불확실성의 시대
조슈아 쿠퍼 라모 지음, 조성숙 옮김 / 알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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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조슈아 쿠퍼 레이모 (혹은 라모)는 시카고 대학을 거쳐 뉴욕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은 뒤 ‘타임’지 역사상 최연소 부편집장을 거친 인물입니다. 현재는 헨리 키신저가 설립한 키신저 어소시에이츠 (Kissinger Associates)의 부위원장이며, 특히 과거 칭화대 겸임교수이자 골드만삭스 고문으로 활동하던 중 자유진영의 ‘워싱턴 컨센서스’와 구별되는 중국식 국가발전 모델인 ‘베이징 컨센서스’를 학문적으로 처음 제안한 바가 있습니다. 이 베이징 컨센서스와 관련해 인식해야 될 점은 민주화가 없는 권위주의 정부의 경제 발전 모델이 아프리카를 비롯한 권위주의 정부들의 경제 발전 모델로 널리 연구되기 시작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자유 진영이 민주주의화가 없는 중국의 경제 발전은 위협이 될 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제가 레이모에게 한가지 의문인 점은 이러한 결과를 먼저 인지하고 베이징 모델에 대한 이론적 분석을 한 것인지 아니면 당시 나날이 발전하고 있던 중국 경제 모델에 대한 단순한 해부였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다만 이 책에서 약간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중국의 경제 발전이 종래에는 민주화로 진행될 것이고, 이 민주주의 국가 중국은 친미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던 학자들의 이와 같은 인용은 레이모가 어떠한 해석을 하고 있었는지 대략 알게 해줍니다. 다시 책으로 돌아가서, 레이모의 이 책은 지난 2009년 ‘The Age Of The Unthinkable’ 로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이듬해인 2010년 번역 출판 되었습니다.

총 11장의 분량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주요한 골자는 “서구의 엘리트들은 민주주의가 전체의 안정을 증진시켜 줄 것이라고 예측하고 기대했다”면서 국내문제와 국제관계를 아우르는 이 민주주의의 확대가 크게는 세계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으나, 레이모가 에둘러 비판하는 대로 조지프 나이의 ‘소프트 파워’와 일부 국제정치학자들에게 신념으로 여겨져 온 ‘민주평화론’이 이렇다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러한 세계적 인식론에는 대해서는 크게 반박할 필요는 없다고 여겨집니다. 1차 걸프전의 다소 성공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중동에 암약하는 테러 조직에 의해 발생한 9.11 테러가 첨예한 미소 냉전 시기에 핵전쟁에 의한 ‘인류 멸절’ 보다 더 위험한 문제로 대두된 것이 아마도 전자에 대한 비판 인식보다 변화된 국제 안보 환경이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미국인들은 오사마 빈 라덴이 CIA가 초래한 왜곡된 근본주의자의 표본이며, 애초에 그를 일거에 제거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은 미국의 안보 뿐만 아니라 세계 안보에 불행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레이모는 지난 1971년 키신저와 저우언라이의 미중 관계 정상화를 위한 회담에서 우리가 익히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이 국제정치학이 간혹 비합리적이라는 말밖에 설명할 수 없는 국가 지도자들에 의해 이와 관련된 문제를 매번 도식적으로 해석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1971년의 닉슨과 마오쩌둥은 일반적인 정치적 환경과 국제 레짐의 대결로 비추어 봤을 때 서로 대화조차도 나눌 수 없는 관계였음에도 예측할 수 없는 두 리더의 결단으로 대화 채널이 열렸던 것을 앞선 사례에 빗대고 있습니다. 전쟁 상황에 이르거나 그에 준하는 위기의 시간에 매우 정합적 이론에 매달리기 보다는 임기응변과 순간의 판단이 때론 중요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레이모의 큰 인식적 틀로 나타납니다. 이 점은 제한적인 국제 관계나 외교에 국한되지 않고, 언어적, 문화적, 기술적, 과학적 측면 등 현재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변화의 순간을 여러 가치가 서로 뒤엉키고 매시업되는 측면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발명된 연사되는 기관총이 앞으로 예정된 전쟁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꿀 혁명으로 예측했던 대로 기술의 발전은 끊임없이 확대되어 오늘날 인류를 멸망에 이를 ‘핵무기 균형’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레이모는 우리가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마냥 평화로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치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위기와 테러 점조직, 마약상들’ 등 이 세가지의 광범위한 문제가 나날이 발전하는 혁명의 시기에 큰 위험이 되고 있으며, 많은 전문가들과 지식인들이 이를 제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각국의 안보문제와 국내 상황의 여러 문제들에 직면에 후순위에 몰려 있다고 분석하고, 다만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그 파급 효과가 이미 증명되었던 것처럼 아마도 정치권이 이념의 문제와 상관없이 이를 다루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일전에 그리스펀이 금융 시장을 비롯한 내재된 미국의 경제 문제를 해결하는데 시장 팽창 등 다른 방법을 고안해 낸 것은 사실상 실패에 이르렀다고 보는 그의 시각도 애초에 전형적인 틀로 사건의 본질을 바라보는 것은 위험하다는 기본적인 견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온갖 종류의 돌발 사태에 대해 항상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는 관점은 이 책의 중요한 결론입니다. 사실상 기술 진보가 이뤄지는 현 시점을 혁명의 시대로 인식하는 레이모에게 애초 단순한 몇가지의 이론으로 사건을 해석하거나 그 본질을 찾으려는 것은 적정 수준 이상의 한계를 갖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세계 게임 업계를 언급하며 닌텐도의 사례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단순한 창의성의 표출 이상의 총칭하는 매시업의 단계라고 그 자신이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에 이르는 길일지도 모릅니다. 레이모의 이 책이 무엇이 되었든 진보와 불확실성의 이 시기에 어떤 지표가 될지는 저 개인적으로는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진보의 시대에 핵확산이 멈추지 않고, 핵무기 대응에 의한 아슬아슬한 평화가 과연 아무일 없는 것으로 그치게 될지는 지켜볼 문제일 것입니다. 거대한 국가 권력 시스템하에서 개인이 어떠한 파급 효과를 나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지만 민주주의 자체에 회의를 품기보다는 좀 더 그것의 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교육과 정치발전에 힘쓰는 것이 더 중요하리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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