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소득 자본주의 - 부패한 자본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
가이 스탠딩 지음, 김병순 옮김 / 여문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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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 스탠딩은 캠브리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영국 런던 대학의 SOAS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BIEN의 설립자이자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데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노동경제, 자본주의 시장 경제학, 신자유주의 등을 연구하며, 특히 프레카리아트의 개념을 본격적으로 인식하고 이해를 도출한 학자로도 유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에 번역 출간된 그의 두번째 논저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꽤 반가운 소식이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8년 번역 출간된 글 ‘기본소득’과 소개할 이 책은 약간 교차 출간된 것이기도 한데요. 두 권의 상당한 분량 차이가 출판 시기의 간격을 낳았고, 아마도 출판사가 서로 다른것도 그런 연유에 한몫 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보기도 합니다. 원제는 ‘The Corruption of Capitalism’ 이며, 지난 2016년 출간되었습니다. 국내에 번역 출판은 올 4월에 출판되었고, 꽤 상당한 분량임에도 노란색 겉표지가 절로 시선을 끄는 책이기도 합니다.

우선 책의 원제와 번역된 제목이 꽤 상이한 것을 짚고 싶은데요. 물론 양자 사이에 연관이 아주 미흡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충분한 논리확증의 연계를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완전한 시장 자본주의를 왜곡한 주범이 무분별한 불로소득임은 확실하나 이것에만 집중해서는 민주주의의 상업화에 이르는 ‘민주주의의 부패’를 온전히 파악하기에는 약간 미진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인 논증의 과정과 이론적인 한계를 벗어나 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자료들을 서로 면밀하게 연계해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은 저자에게 칭찬할 만하다고 여겨집니다. 더불어 번역도 나쁘지 않아서 저같은 주의력 약한 독서인도 집중해서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에 저자는 이 책의 중요한 인식 요소인 ‘불로소득’에 대해 이렇게 정의합니다. “불로소득자들, 부동산과 같은 보유재산에서 발생하는 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라는 꽤 사전한계적 의미로 먼저 인정하고 해당 단어의 본질적인 핵심은 “막대한 부를 갖고 금융과 부동산에 투입해 이러한 이익을 정치 권력들과 후견인 같은 관계로 결합하여 민주주의를 해치고,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익을 자신들의 호주머니로 집어 넣는 과거 애덤 스미스가 경멸해 마지 않았던 노동없는 이익”을 뜻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가이 스탠딩의 이 글은 꽤 심각하고 진지한 내용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불로소득, 신자유주의, 거의 과두제에 근접한 금권 정치, 정치 엘리트와 경제 엘리트들의 상호간의 후견인 제도와 같은 보호 상황, 노동 유연성이라는 미명하에 비슷한 사회적 제도와 보호장치를 무력화 시키고, 여러 특허권을 손에 쥐고 그것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은 대기업, 재벌, 중개인들, 공유지를 민영화의 작업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 이러한 모든 시스템의 변질로 인한 대다수의 시민들의 이익에 불일치화가 되면서 결국에는 민주주의가 망가지는 결론에 까지 이르게 있습니다.

1장은 어떻게 우리 시대가 이러한 불로소득을 잉태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2장부터 5장은 이 불로소득으로 인한 한쪽의 편중된 이익화와 그 반대에 있는 사회적 왜곡 변질과 폐해를 매우 상세하게 열거, 인용, 해석하고 있으며, 6장은 노동 유연성과 노동 조합의 효과적인 영향력 축소로 비롯된 프레카리아트 문제, 7장은 선출되지 않은 기득권 경제인들과 정치권력의 암울한 합작, 그로인한 민주주의의 붕괴, 8장은 정치적 기반과 경제적 획득을 날로 실패하고 있는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그렇게 잉태되어 가고 있는 분노를 설명하며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불로소득의 시대가 이행하는데 큰 이론적인 논거가 된 것이 바로 ‘신자유주의’입니다. 과거의 하이에크를 비롯해 1980년대의 시카고 대학의 ‘시카고 학파’가 미국과 유럽의 오롯이 유일의 정치사회와 경제적 이데올로기로써 신자유주의를 강화시켜 왔고 이것은 ‘노동 시장의 엄격한 규제, 반대로 금융 시장에는 완전한 자유화’ 와 ‘신자유주의의 정언 명령인 민영화와 감세’를 필두로 어떻게 오늘날 노동이 없고, 만연한 금융화의 막대한 이익을 불로소득화에 부채질한 오로지 부유층의 이권의 시대를 설명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이 뿐만 아니라, 1980년대 구좌파 정당들이 표심을 잡기 위해 우익과 경쟁하며 스스로가 보수화되면서 앞선 과정을 비판하고 견제하지 못한 진보 좌파의 망각과 결국에는 금권 정치로 정치 권력과 금융 권력이 결탁해 ‘사악한 과두 금권 정치’로 귀결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논점입니다.

그외에도 애플과 아일랜드의 알려지지 않은 협력과 같은 국가가 기업들에게 투입하는 명확히 알 수 없는 여러 보조금들, 여러 조세 피난처와 막대한 법인세를 회피하면서 발생하는 크게는 대략 20조 달로에 이른다는 탈루 금액은 불로소득 시스템이 어떤 식으로 뿌리깊게 암처럼 작용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불로소득 자본주의를 뒷받침하는 편리한 근거”일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것이 보유 재산 덕분에 불로소득을 점점 늘릴 수 있는 집중된 금융자본에 연결된 부호와 재벌 기업들을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라는 뼈아픈 결론을 도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이처럼 신자유주의들이 말하는 신자유주의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자유롭지 않은 시장체제를 구축하는 데 일익을 담당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입니다. 과도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특허 문제와 관련해서도 비슷한 관점이고, 주택 임대 산업과 관련해서도 막대한 보조금을 빨아들이면서도 영세하고 돈없는 시민들의 돈을 빨아먹는 형태로 자유로운 이익의 극대화를 부르짓는 것은 실로 괴상하기까지 합니다.

일찍이 로버트 달을 비롯해 찰스 틸리와 같은 학자들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일종의 동등한 관계여야 한다고 밝힌바가 있습니다. 여기의 가이 스탠딩은 이 부분과 관련해서 더 나아가 “시장이 민주주의의 통제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무분별한 자유화로 인한 시민의 피해를 우려하고 있고, 시장 자유주의를 자유방임주의로 지칭했던 칼 폴라니의 인식도 꽤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2008년 뉴욕 발 세계금융 위기와 관련해서 저자는 영국의 일부 금융인들을 제외하면 사실상 신자유주의의 금융 자유화로 인한 막대한 자본의 훼손을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것은 오로지 자신들의 돈만 보증되면 그만이라는 많은 금융 종사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만 합니다. 이 위기에 싼값으로 투입된 공적 자금을 금융 엘리트들이 어떠한 태도를 보였는지는 익히 잘 알려져 있습니다. 다수 시민들의 막대한 세금으로 만들어진 공적 자금으로 자신들의 이익금으로 전환하여 돈잔치를 벌인것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이 가이 스탠딩이 말하는 불로소득을 뜻하는 핵심이라고 할 만하다 여겨집니다.

근래 국내에 소개되고 있는 많은 사회경제학 서적들이 민주주의와 거대한 불평등의 위기를 매우 가감없이 다루고 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단테는 사람들 손에 쥐어지는 책들의 내용들이 그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 작고한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작 ‘레트로토피아’의 결말에서 우리가 다함께 손잡고 무덤으로 가게 될지에 관한 이 음울한 디스토피아적인 메시지와 함께 만연된 정치경제적 병리 상황을 우리가 과연 해결할 수 있을지 끊임없는 스스로 질문을 해보기도 합니다. 가이 스탠딩의 그와 같은 이 목소리도 충분히 공감이 되고 동시에 진단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파괴할 지에 대해 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허공에 외치는 말이 되지 않도록 시민 모두가 현실을 인지하고 좀 더 비판을 가할 수 있는 용기를 세워보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다시금 고민해 보게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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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메시스 2021-07-14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밀도있는 리뷰 감사드리며, 덕분에 당장 구매합니다!

베터라이프 2021-07-14 01:01   좋아요 0 | URL
부족한 서평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쪼록 유익한 독서 되시길 빌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