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 일과 삶의 새로운 패러다임
가이 스탠딩 지음, 안효상 옮김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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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저자 가이 스탠딩은 영국 런던대학의 SOAS (The 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교수이며,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BIEN)의 공동창립자이자 현재 명예공동의장을 맡고 있습니다. 그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특히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대의 불안정 노동자 계급을 일컫는 프레카리아트에 대한 연구로 명성이 알려져 있습니다. 저자인 그가 몸담고 있는 BIEN의 기본소득 운동의 이론적 근거가 아마도 이 책에 있다고 봐야 할텐데요. 2017년에 ‘Basic Income’으로 출간되었고, 국내에는 지난 2018년에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일단 논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저는 일전에 클리포드 H. 더글러스의 ‘사회신용’과 피터 반스의 ‘우리의 당연한 권리, 시민 배당’ 등 이 두 권의 책에 대한 서평을 작성한 바가 있습니다. 역시 기본소득과 시민배당에 관한 주제였는데요. 다만 가이 스탠딩의 이 책은 좀 더 자세한 논의와 상세한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론적 근거를 꽤 많이 준비를 했고, 논리들이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도 알기 쉽게 일목요연하고, 번역도 제법 훌륭하다고 여겨집니다. 여러모로 기본소득에 대한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이 기본소득을 중요하고 강조하는 논리로서, “공화주의적 자유”를 먼저 꼽고 있습니다. 이 공화주의적 자유란 “힘있는 사람들의 선택이 다른 이들의 선택을 가로 막지 못하도록 정부가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이 점은 우파 자유지상주의자들에 대항하는 논리인데요. 저자는 이에 “우파는 공화주의적 자유의 전통에 대립하는 자유지상주의적 견해를 자유에 부여하고, 이것은 노골적인 권위주의 보다 위험한데, 그 이유는 부당하고 조작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수많은 우파들이 자신들의 자유 보장을 제일 중요한 가치로 여기며, 대체로 타협이 불가능한 절대주의로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가치관은 허버트 스펜서를 비롯한 사회진화론자들과 다윈의 진화론을 과격하게 인식해 도금 시대에 포드와 카네기와 같은 부자들의 더 많은 부를 쌓게 되는 이론적 근거가 되어 왔습니다. 우파의 자유지상주의는 상대적으로 정치경제적 권력에 가깝고 투사할 수 있는 각종의 영향력을 가진 자들의 이데올로기 이기도 합니다. 제가 이렇게 구분하는 이유는 일반적인 시민들의 자유는 바로 앞선 ‘공화주의적 자유’이며 이것은 명백하게 힘있는 자들과 노골적인 권력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공리주의적 자유가 더 합당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기본소득 또한 이러한 공리주의적 이론에 기반이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오늘날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현재의 경제 정책과 사회 정이 지탱할 수 없는 불평등과 불의를 낳는다는 인식을 부분적으로 반영한다”고 저자는 언급하고, ‘급진적 민주주의’ 관점에서 정치체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지위를 보장 받기 위해 기본 소득은 받아야 한다고 덧붙이고 있습니다. 또한 기본 소득을 통한 자신들의 시민적 공통 의식과 공감대를 더욱 함양할 수 있으며, 추측하건대, 이것 자체만으로도 민주주의의 발전 요소가 될 것입니다. 루소와 토크빌은 바로 이러한 인식을 공유했던 것으로 보이며, 많은 사상가들이 이러한 연관성을 지지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확실하게 밝히고 있는 이 책의 3장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이 기본소득이 저자가 단언하는대로 ‘민주화의 도구’라면 우리 시민은 단순하게 도덕적 해이나 과거 레이건이 왜곡한 ‘복지여왕’과 같은 왜곡에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도덕적 해이’는 2008년 뉴욕발 세계 금융 위기의 소위 입안자들과 원인 제공자들이 미국 당국에 의해 아무런 기소도 당하지 않고 유야무야 했던 것으로 이들 금융 엘리트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떠했는지 비교가 가능할 것입니다. 토크빌이 공화주의에 있어서 다수에 의한 폭압을 걱정하고 우려했다면, 이 금융 시스템을 이용해 사회의 절대 다수에 피해를 끼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이 소수의 금융인들에 대해 어떠한 평가를 내려야 할지는 매우 자명합니다.

저자인 가이 스탠딩도 이들 금융 엘리트들과 이들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고 있는 부유층들에 대한 예를 들며, 과연 이 보수적 부자들과 이들의 이익에 봉사하는 소수의 엘리트들이 이 다수의 시민들이 ‘실질적인 이익’을 얻을 기본소득을 거부할 권리가 있을지에 대해서 일관되게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사실 경제 성장이라는 이유로 이 기본소득에 대한 시기상조나 재원 문제가 나오고 있는데요. 스탠딩은 국가의 가처분 소득과 재원 마련에 대한 여러 루트를 소개하면서 최소한의 ‘시민배당’과 같은 원리로 여러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위스의 직접투표와 같은 이 기본소득의 정당성을 찾기 위한 정치적 실험들도 충분히 가능하고 현재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인도, 이란과 같은 개도국들의 사례를 들며 그 기본 효과에 대해 상세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유럽의 이민자와 난민 문제로 인한 이 기본소득의 범주 안에 있는 해당 시민들의 규정 문제가 논란이 되어 온 점을 제외하면, 미국과 같은 경우에도 단순한 복지 차원에서의 한계적 지원 말고 기본소득의 제공과 함께 워크페어와 같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투입하면 그 성공 가능성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결국 시민들 스스로 자신의 삶을 통제할 확률을 더욱 높이고, 위험하고 어려운 낮은 급여의 일자리에 내쫓기는 문제 등을 근본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충분한 효과를 기본소득이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재원과 관련하여 선결 과제라 볼 수 있는 증세의 문제도 부유층에 대한 금융거래세를 강화하고 세금 탈루 목적으로 벌이고 있는 조세피난처에 자금을 숨기는 등의 불법적인 문제를 해당 정부가 강력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득권과 부유층의 이득을 몸소 방어하고 있는 이 우파들이 정말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신념을 보인다면 다수의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앞선 불법적인 행태에 대해 스스로 먼저 자정을 외쳐야 할 것입니다. 모든 이들이 법에 의한 평등과 법에 의한 지배를 공유하고 있다면, 자신들이 민주주의 제도하에 고립되고 불침의 ‘과두제’의 우두머리들이 되지 않겠다는 양심고백이 필요하겠죠. 이러한 점은 신자유주의 시대에 민주주의적 결사의 자유가 시장의 가치와 자유시장체제를 해칠 수도 있다는 이유로 1980년대부터 사실상 제한되어 왔다는 것을 저자가 끄집어 냄으로써 시민 대다수의 우려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국가가 비열한 행동을 할 경우 시민들 사이에서 비열함이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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