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구하기 - 미국에서 날아온 하나의 혁신적 개혁 모델
케빈 올리어리 지음, 이지문 옮김 / 글항아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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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에서 위대한 정치학자인 로버트 달의 미국 정치와 민주주의 이론에 대한 사사를 받고, 대학원에서는 찰스 린드블롬의 영향을 받은 케빈 올리어리는 로버트 달이 후학을 가르쳤던 예일대 정치학과의 소위 ‘예일학파’의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이 책 ‘민주주의 구하기’는 그가 오늘날 미국 정치에 대한 분석서이자 세계상의 현대 민주주의적 국민국가의 의의와 한계를 명확하게 짚어낸 탁월한 이론서이기도 합니다. 특히 금권정치와 파편화된 시민 정치를 비판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건전한 대안을 찾아보려고 했다는 점에서 마땅히 의미있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지난 2006년에 출간된 책의 원제는 Saving Democracy 이고, 국내에는 2014년 출판사 글항아리에서 번역 출판을 맡았습니다.

이 책은 마지막 결론을 포함한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친절하게도 서문에 각 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본래 공화주의적 이상과 건국 이념을 담고 있는 3장, 오늘날 국민 국가의 민주주의적 한계에 대한 대안을 소개하고 있는 4장의 국가 민회와 대리인 선출, 7장인 민주주의의 대의라 볼 수 있는 대중 주권, 8장은 미국 헌법하의 이러한 개혁이 미칠 영향을 다룬 위의 4개의 장이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세심한 부분은 역자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을 위해 배경지식을 돕기 위한 주를 상세하게 삽입하고 있는 점입니다. 인용된 학자와 사상가의 국내 번역 출간된 여부까지 알려주고 있어서 역자가 이 책에 기울인 노력이 어떠한지 짐작되었습니다. 덧붙여 역자인 이지문씨는 ‘추첨 민주주의’에 대한 연구를 기울여 온 인물인데요. 그가 올리어리의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그 태도가 익히 그려집니다.

오늘날 미국 민주주의의 위기는 금권정치와 시민들의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 의회 정치인들의 노골적인 사적 이익 추구 및 소비 자본주의적 확대로 인한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저자인 올리어리가 몇가지 기울인 분석들 중에 특히 “직업 정치인의 지식과 일반 시민의 지식 차이”, “전방위적인 토론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시민들과 앞서 이런 토론장의 전무”가 크게 와 닿았습니다. 저자가 줄곧 지지하고 있는 ‘숙의 민주주의’에 있어 ‘민회’와 더불어 시민들이 지식을 쌓고 적절한 토론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전제되어야만 하는 것은 사실 그동안 많은 민주주의적 이론가 및 학자들이 입아프게 강조해 왔던 것입니다. 위르겐 하버마스가 이와 관련하여 부르주아들의 성장에 기여했던 공론장에 대해 이론적으로 분석했듯이, 올리어리 역시 잠재적으로 이러한 시민의 지식과 토론에 대한 노력이 시민 개인 자신에게도 중요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습니다. 다만 앞서 언급해 드린대로 소모적인 소비 자본주의의 영향력과 “현대 국민 국가에서 민주적 참여의 딜레마에 대한 해결책은 모두 제한된 시간 및 관심의 창출이라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는 저자의 물음이 우리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정치인들의 이익의 견고화로 봐도 무방한 양당 민주주의 체제 하에 만연된 정치적 불신, 말할 가치도 없는 양비론, 극단의 선동적 정치로 인해 시민들이 장 자크 루소가 말했던 공화주의적 참여, 정치적 주도권, 정부를 갈아치울 권리 등을 더욱 기대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광범위하게 돈이 정치에 개입하기 시작되었을 때부터, 많은 시민들을 사적 이익을 맹신하게 만들고 이런 풍조를 대단찮은 것으로 취급했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에 더욱더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게 만드는 경제적 불평등도 군불을 지핀 것으로 봐야겠죠.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특히 메디슨의 경우는 “심의 민주주의를 제도화”하게 만드는데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나오는데요. 권력 분립과 기득권의 권력 집중을 얼마간 배제할 수 있게 헌법의 초안을 만들고 그런 공감대를 초기 독립국인 미국에 이식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당시에는 미국의 건국민들이 오늘날과 같은 3억 2천만이 아니었고, 규모의 민주주의로 수렴해 봤을 때, 그러한 이상이 어느 정도 수용될 최소한의 기반이었다고 여겨집니다. 현대의 미국 의회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국민의 수를 의원 한명이 원할하게 대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졌고, 특히 “이익집단과 결합한 정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 것이고”, “정치 엘리트와 대중의 거리는 더욱더 멀어졌다”는 것은 이처럼 자명해 보입니다. 바로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 올리어리는 타운홀 회의와 사법부의 배심원 제도를 벤치마킹한 “민회”를 여기에 도입합니다. 이 민회는 ‘추첨 민주주의’의 형태로 발전된 ‘대리인 제도’를 구상하고, 이 대리인 제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기본적으로 여러 쟁점과 이론을 통한 정치적 재교육을 이행시키는 것으로 그 기본을 닦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5천만 달러로 막대한 군사비에 비해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비용으로는 아주 적다고 설득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이 국가 민회가 입법부에 도입된 것이지 행정부의 또다른 기능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의회에 소속된 의원들이 실질적으로 시민들을 만나기 어려운 여건을 들며, 이 대리인들이 유권자와 의원을 중간에서 정치 쟁점적 매개를하고, 국가 안보나 정치적 결단 등 중요한 안건에 있어서 의원들이 대리인들의 의견을 묻는 등의 일반적인 목표와 기능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민회와 대리인 제도가 충분히 기능상 실행 가능한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이 대리인들은 강제적이 아니고, 추첨으로 이뤄진다는 점도 시민들이 많은 정치인들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이 부분만으로도 효과적이라 파악 되었습니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기 위해서는, 법 아래에서 단지 평등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를 구속하는 법의 창안자로서 자신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올리어리의 논지는 우리 민주주의의 핵심일 겁니다. 하버마스가 유감스러운 경고를 했던 것처럼, “민주 혁명의 활박한 대중 에토스는 전후 시기의 소비문화에 의해 무너졌다”는 그의 평가는 전적으로 시스템이나 제도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가 스스로 성찰적 삶과 숙고를 스스로 하지 않았기도 합니다. 민주주의는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며, 자신을 선출한 시민을 위해 일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의 사적 이익에 몰두하고 있는 정치 엘리트들의 출현은 전적으로 시스템을 원망하기는 어려운 게 아닌가 하는 관점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는 그 말대로 정언적 이론이며,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진정한 민주주의 아래에서 살고 싶어하는” 산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 20여년은 세밀한 민주주의적 이행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시기가 되지 않을까 고민해 봅니다.

“시민들이 동등한 상태로 서로 대화하고 공적 이성에 스스로 참여할 때 민주주의는 최고의 형태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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