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 그들 - ‘그들’을 악마로 몰아 ‘우리’의 표를 쟁취하는 진짜 악마들
이안 브레머 지음, 김고명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미국 스탠퍼드대학에서 정치학 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뉴욕 대학의 교수를 거쳐 유명한 ‘타임’지의 전 편집장 및 현재 글로벌 정치 리스크 연구 및 컨설팅 기업 유라시아 그룹의 설립자 겸 회장인 이안 브레머의 최신의 세계정치경제 비평서 ‘우리 대 그들’을 일독했습니다. 원제는 Us Vs. Them The Failure of Globalism 이며, 현지에서는 지난 2018년 출간되었습니다. 우리에게 브레머는 J-Curve 에 대한 개념과 관련된 글로 유명하고, 특히 중국과 관련하여 종래의 중국굴기론을 지지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글들은 국내에도 그동안 번역 출간이 되었는데요, 현재는 일부 책들이 절판된 상태이기도 합니다.

여기 이 글은 크게 실패했다고 보는 세계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재조명 및 현재의 실패를 세계화의 문제로 몰고가는 포퓰리즘과 포퓰리스트들에 대한 분석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와 관련한 브레머의 논증 과정에서 보여지는 여러 주장들 가운데 개인적으로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지만 원칙적으로 오늘날 세계의 포퓰리즘의 대두와 이들의 정치경제적 왜곡 시도는 분명 우리 민주주의에 위협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리고 이들 포퓰리즘의 대두에 분노와 경멸과 같은 감정적인 대응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며, 우리가 현실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각각의 체계를 정확히 바라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겠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포퓰리스트들은 “엘리트들이 우리의 삶을 둘러싼 규칙을 정할 자격이 있다고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저자는 밝히며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이 포퓰리스들이 적절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기존의 엘리트 정치를 전복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측면입니다. 이것을 반증하는 입장에서 “세계 엘리트들의 대부분은 세계화가 불평등의 해결책이라고 믿는다”는 논점에는 개인적으로는 완벽히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만 브레머가 저 말을 확신하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떠나서 그 역시 “선진국의 강력한 사회 안전망이 앞으로의 수많은 불평등 문제를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에는 대체로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문제는 결과의 불평등이 아니라 기회의 불평등이다”는 평가도 비슷한 맥락이고, 이 점은 3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대표적인 개도국 12개국의 사례와 결부지어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 12개국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멕시코, 베네수엘라, 터키, 러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으로써 앞으로 세계의 미래와 관련해서도 이들 국가들이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지와 관련해서도 독자들이 주목해 볼만하다고 여겨집니다. 이들 국가들이 파탄 국가의 길을 걷지 않고, 경제적 평등과 국민들의 삶을 신장시킬 수 있는가에 따라 2020년 이후의 세계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자의 이러한 태도는 기본적으로 세계주의와 세계화에 대한 면밀한 확신과 현저히 자생하고 있는 이 포퓰리즘 정치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정치경제적 입장과 수단으로 저자 자신이 설득력을 높이려고 하고 있으나 각각의 논증들이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2장에서 설명하고 있는 자동화와 기계학습 등이 과연 우리의 노동 시장과 노동력의 변화에 어떠한 영향이 될 것인지는 미래경제학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4장에서는 보호주의의 장벽이라는 화두로 세계화에 반하는 각국의 보호주의 상황을 열거하면서 특히 근래 획기적으로 유입되었던 난민 문제와 이민 문제를 분석하며 특히 중국과 이란 등의 국가 당국에 의한 검열과 같은 자국민에 대한 폐쇄적 보호에 대해 비판하고 있습니다. 뒤에 5장에서 중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후커우 제도를 대비한 ‘사회신용체계’가 조지 오웰이 경고했던 ‘빅브라더의 출현’과 매우 유사하게 언급되고 이러한 중국의 신 평판 시스템이 결과적으로는 모든 중국의 인민이 국가의 감시를 받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은 애써 그런것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그것의 결과는 어떠할지 우리와 같은 외부인들은 자명하게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에 중국 정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의 최종 목표는 “신용이 없는 자들이 한 걸음을 내딛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어 일반 국민이 하늘 아래 어느 곳이든 마음껏 누빌 수 있는 신용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다는 분명한 불가능한 목표에 대해 허울좋은 목소리만 높이고 있습니다. 이 시스템이 앞으로 어떠한 식으로 작동할지에 대해서는 우려할만한 상황이죠.

이렇게 사우디아라비아와 중국, 이란에 사는 사람들과 다른 선진국에 사는 사람들의 처한 입장이 정치 체제에 따라 현저히 갈립니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가 현재 유럽에서 목도하고 있는 난민 문제에 대해 이들을 우리의 사회쳬계 안에서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지에 그동안 사회계약론에 기초한 여러 이론들을 살펴보고 새로운 시민들에 의한 계약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답이 무엇이든 간에 단순히 국가 안보와 더 좋은 삶을 살 기회를 보장하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을 문제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것을 슬라보에 지젝이 말했던 전통적인 국민국가의 위협 상태로만 받아들이지 말고 오히려 장벽을 세우고 차별하고, 보호주의적 입장에 서는 것이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분명 인지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핵심은 미국의 티파티 운동과 같이 “미국을 다시 하얗게 만들겠다는 성난 인종주의 노인들과 평범한 애국 시민으로 위장한 돈 많은 공화당 활동가들의 야합”이 포퓰리즘과 포퓰리스트들의 생명력을 더욱 높이고 우리들의 민주주의를 더 위험한 상태로 몰고가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위기는 저자가 마지막 장에서 분석하는 만연한 ‘가짜뉴스’와 이를 바탕으로 ‘선동된 가짜 여론’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제 민주주의하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삶을 건전하고 열심히 사는 것 만으로는 이 토대를 지켜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앞선 장에서 이것과 관련해 저자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이 교육의 제공은 ‘기회의 균등’이라는 민주주의적 가치에 가장 부합되고 시민을 이성과 지식으로 재무장하는 꽤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경제를 시민의 삶을 영위하는 수단으로 인식하고 더이상 목적과 수단의 경계가 왜곡되어 우리 시민들이 가치왜곡에 빠지지 않도록 ‘허위의 부르짖음’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세계화와 세계주의의 뒤안길에 비롯된 여러 사회경제적 문제에 대해 비판적이었습니다. 극명한 빈부격차와 심각한 불평등 문제, 심각한 정치 불신이 이 자본주의적 경제 세계화의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포퓰리스트들은 이 세계화가 미국 시민들을 궁핍에 이르게 만들고, 아시아의 개도국의 중산층을 키우는데 일조했다고 비난하면서 세계화 자체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은 강화하면서도 정확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것들은 주로 자신들의 권력을 위해 현실을 왜곡하는 것으로 우리가 중요하게 알아야 될 부분은 이 ‘세계화’를 어떻게 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그 고민입니다. 이미 셰계는 경제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면밀하게 연관되어 있고, 일정 부분의 번영이 이런 가치와 연계되어 있습니다. 다만, 기존의 엘리트들이 자신의 기득권과 부를 위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매번 강조하는 말이지만, 제도의 재정비와 민주주의의 확대, 평등한 기회를 더욱더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고 여론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또한 중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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