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 사회학적 연구 국가란 무엇인가 4
프란츠 오펜하이머 지음, 이상률 옮김 / 이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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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출신의 유대인으로 일찍이 의학을 공부하고 뒤이어 경제학 및 사회학의 학자로 세계 양차대전의 시기를 보내면서 ‘자유적 사회주의자’로 알려진 프란츠 오펜하이머의 플라톤의 국가론에 이어 널리 읽혀지고 연구되고 있는 ‘국가’를 일독했습니다. 이 글의 오펜하이머는 특히 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있게한 인물로 알려져 있는데요. 책의 소개글에서는 그가 2차대전시기에 독일에서 설 곳이 없어졌다고 완곡히 설명하고 있지만 아마도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를 피해 독일을 피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또한 이 글의 특이한 부분은 제3판의 머리말이자 1929년의 서문에서 저자인 오펜하이머가 밝히고 있듯이 그의 유명한 두 편의 주저, 국가 The State와 사회학 체계 system der soziologie 와 관련해서 번역된 이 글이 발췌본 내지는 편집본이라는 사실입니다. 원저에 비해 분량을 줄인 것은 860쪽 분량의 큰 판은 독서 대중에게 너무 무겁고, 독자들에게는 유감스럽게도 비싸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첨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근사할지도 모르는 이 이유의 변에 개인적으로는 찬사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크더군요. ^^ 참고로, 거의 동시대의 핵물리학자인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와는 다른 사람입니다. 물론 착각하는 분들은 없으시겠지만요. 덧붙여 이 글은 번역출간한 출판사의 국가란 무엇인가 시리즈의 연작물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국가란 무엇인가’ 연작의 세번째 서평이기도 합니다.

일찍이 플라톤은 그의 국가론에서 전통적인 민주주의 형태의 정치체를 혐오하고 주민들에 대한 강제와 개입을 지지한 바가 있습니다. 물론 오펜하이머는 플라톤과는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그는 보론으로 삽입된 국가의 우상숭배라는 짧은 글에서 “국민들이 해야 할 과제는 남은 원초적인 폭력의 산물을 뿌리째 뽑아버리고, 중간계급 혁명이라는 과업을 완수해 진정한 자유가 생겨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실로 자유적 사회주의자라는 말이 실감나는 주장입니다. 다시 본래 글로 돌아와서 우선 저자는 그 이전의 여러 사상가들의 국가론들을 돌아보면서 고대 수렵시기의 인간들의 생활상을 살펴보면서 이 시기에도 경제계급과 경제적 측면의 이익이 존재했다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잉여 자원과 관련된 익히 알려진 기본적인 자본주의적 경제 개념을 따로 논하지는 않고, 한정된 자원을 소위 약탈하기 위한 부족주의적 초기 국가 형태의 양상을 꽤 자세히 1장과 2장을 통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 권력구조와 관련해 군장 내지는 부족장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이 어쩌면 자원 배분과 관련된 인센티브와 유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들 초기 부족적 사회에 노예를 자본적 재산으로 포함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약탈시도와 혹은 반대의 자위권의 시도로 발생된 단순한 자연발생적 부산물로 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오펜하이머는 전자에 가깝게 해석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러한 “원시 정복국가의 권력이 미치는 지역이 넓을수록, 이 국가에 지배받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리고 이들이 밀집해 살수록, 경제 분업이 더 많이 전개되고 또 항상 새로운 욕구와 충족 수단이 더 많이 생겨난다”고 정의하며 농경지의 농민 국가에 비해 수렵을 목적으로 삼는 광범위한 목축민들의 목축 국가가 그 초기 사회 발달 과정에서 경제적 요인을 더 추동하는 것으로 해석되었습니다. 이 원시 국가와 관련된 부분에서는 목축민들의 기질과 성향, 확장성 등을 기반으로 이들의 인류 역사적 영향에 대한 부분과 유사하게 전개시키고 있는데요. 꽤 설득력이 있기도 합니다. 또한 이들 초기 사회에 대한 발달 단계적 해석도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이어 3장의 해양국가에서는 전통적인 육지국가들과 비교하여 “육지국가는 물물교환 경제 상태에 매우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지만, 반면에 해양 국가는 매우 빨리 화폐 경제로 넘어갔다”고 그는 분석합니다. 이것은 초기 유럽의 대항해시대의 포르투갈과 스페인, 후에 지중해 상권을 부흥시킨 이탈리아와 이슬람 상인들 및 영국의 발전을 예로 삼을 수 있으며, 이 화폐 상업의 발전은 국가의 형태마저 바뀌게 만든 중요한 인류사적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 점은 초기 자본주의적 형태이거나, 좀 더 노골적으로 표현하자면 상품과 관련하여 “인간은 노동력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논리에 가장 부합되는 과정의 실례라고 판단됩니다. 특히 초기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노예 시장 및 노예 거래의 초기에 비인간적 가치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부와 관련된 혁신이라고 불러도 무방한 바다를 통한 무역과 상업 거래들이 유럽의 봉건 시기에 토지를 둘러싼 다툼에도 이는 별개의 과정으로 발전했고, 다만 육지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해양국가에서도 지배계급은 자신들의 이익에 따라 동일하게 통치했다”는 유사성 또한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육지국가에서 해양국가로의 이행 과정은 전통주의적 고정된 복종 관계를 더욱 더 느슨하게 만들었고 어쩌면 이를 기반으로 뒤이어 입헌 국가의 가능성을 열게 된 것이 아닌가 판단해봅니다.

5장과 6장의 입헌 국가에서는 앞선 화폐 경제의 발달로 농민층이 해방되고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의 숙명적인 이원화가 외형적으로 고착화 됩니다. 봉건주의 시대에 자유민과 평민들간의 갈등, 이 시기의 자유민들이 결국 자유민이 아니게 되는 봉건 영주들의 교묘한 개입 및 납세의 의무를 설명하고 있는데요. 이 입헌국가의 시기에는 피지배층들이 더욱 ‘자연법주의 및 자연법 사상’에 기대게 됨으로써 단순히 정치적 지배-피지배 관계를 후에 벗어나게 되는 원동력으로 자리하게 됩니다. 영국의 청교도 혁명과 프랑스 혁명은 바로 이러한 사상에 기반하고 있고, 근대를 다른 이전 시기들과 다르게 명백하게 설명해주는 사건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대의 지배계급은 획득한 통치권이 자신들의 손에 쥐어준 모든 수단을 이용해 투쟁했으며, 종래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특히 사회계급적 및 정치적인 실질적 행위로써 피지배계급의 계몽주의적 각성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습니다. 혁명의 실패 이후 구체제에 대한 회귀와 귀족 계급의 특권, 단순한 경제자산적 차이 뿐만 아니라 교육과 사회진출이라는 측면에서도 동일했습니다. 사실 저는 엘리트 정치와 기득권 정치는 엄밀하게 구분해야된다는 입장인데요. 마찬가지로 오펜하이머의 말대로 절대주의와 전제정치는 엄격한 구분법이 필요하고, 앞서 언급한 부분과 관련해서도 여기에 소개된 계급 이해적 산물인 계급사법 즉, 상위 계층에게 휘둘려지는 법의 칼날은 하위 계층에게 향하는 것이 상이하게 적용된 것은 과연 어떠했을지 짐작이 되고도 남습니다. 또한 이 ‘계급사법’이 유감스럽지만 현재에도 법치주의적 기반으로 탄생된 수많은 민주주의 국가들에게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국가와 역사적 연대기적 서술을 마무리하면서 오펜하이머는 근대 이후 비로소 과거의 자본주의적 노예 상태가 종식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 국가의 의미와 본질과 관련해서 단순한 야경 국가로 한정시키고자 하는 이들과 더불어 단순하게 개인의 안전 국가로 축소되고 있는 경향의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 즉 시민의 환경이 전후를 거쳐나가기 바로 이전 시기를 살았던 사회학자인 저자에게 다소 생경한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고민해봅니다. 그는 국가를 통해 인간 자유의 점진적 보장을 원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자유의 보장이 자본주의적 이해관계와 결합하여 다소 복잡한 국가의 모습에 의해 시민들의 삶 전반이 변화게 된 것을 그는 어떻게 받아들일지 몹시 궁금하기도 합니다. 맨처음 이 글에서 제가 언급한 그의 ‘중간계급’의 혁명으로 진정한 자유를 획득하기를 바란 것이 우리에게 실현되었는지는 곰곰히 생각해볼 문제입니다.

끝으로 역자인 이상률씨의 번역은 이 자리에서 따로 언급하고 싶을 정도로 매우 뛰어나다고 생각하는데요. 심지어 역자의 팬이 되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날 정도네요. 열일하시는 번역가에게 자리를 빌어 감사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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