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재런 러니어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7월
평점 :
품절


1980년대에 초기 VR(Virtual Reallity) 토대를 만든 과학자로 ‘가상 현실의 아버지’ 라는 별칭과 함께 철학자, 시각예술가, 작곡가, 영화감독 그리고 저술가의 수식어를 갖고 있는 재런 러니어의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를 일독했습니다. 저자 이름은 지정된 외래어 표기 명칭으로 딱히 확정된 바가 없기 때문에 재런 러니어 혹은 재런 래니어 등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난 2013년 출간된 책으로 국내에는 2015년에 열린책들에서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원제는 ‘How Owns The Future?’ 입니다.

근래에 점차 확대되고 있는 이 ‘네트워크 확장 시대’ 에 개인적인 관심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우리의 민주주의가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라는 주제입니다. 그래서 제가 간혹 위키백과와 같은 ‘집단지성’을 다룬 글이나, ‘광범위한 오픈 소스’에 대한 글들을 찾아 읽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사실 이러한 분야에는 거의 문외한과 다를바가 없기 때문에 이런 관련 글들을 읽을라치면 고생으로 이만저만한 상황이 아니게 됩니다. 그래도 인내심을 갖고 앞선 질문에 대한 조그만 답을 찾기위해 이렇게 노력하게 되네요.

이 책은 크게 9개의 장으로 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글 전체에 대한 흥미로운 결말의 결론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6장의 민주주의, 그리고 네트워크 상의 만연된 경제적 담론에 있어서 인본주의적 대안을 그려본 8장이 흥미로웠습니다. 저자 스스로 ‘전산학자’를 자임하면서 위로는 구글과 아마존의 과거와 현재, 중요한 세이렌 서버와 관련된 의의, 밑으로는 이 세이렌 서버를 과연 모든 사람이 누릴 수 있는가, 만약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야되는가를 ‘전문가적인’ 입장에서 독자들에게 유익한 정보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정밀한 현재에 대한 평가와 미래의 대안을 같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저자의 전체적인 관점을 되짚어 보게 되었는데요. 이 재런 러니어라는 네트워크 및 IT 업계의 선구자가 제게는 다소 생소하기는 했습니다. 리눅스를 개발한 리누스 토르발스의 일화만 알고 있던 저로서는 말이죠.

우선 중요한 주제로서 논의되고 있는 ‘세이렌 서버’에 대해 간략하게 말씀드리면 구글이나 아마존 서버와 같이 막대한 정보량의 입출력이 동시에 이루어지며 마찬가지로 어마한 금전적 수익과 파급력을 갖고 있는 기술적 용어 내지는 중요한 네트워크적 현상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 세이렌 서버의 파급과 앞으로의 미래가 과연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저자인 러니어도 조심스런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많은 ‘SF적 예견 미래’가 대체로 긍정적이지만, 여기에 소개되어 있는 정치경제적으로 예견된 모습은 사뭇 부정적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애매하게 연결된 네트워크의 빅데이터의 현대 세계 문제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완벽한 전형적인 방식”으로 오늘날 정부 휘하의 폐쇄적 정보국들이 현 상황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려는 이해관계와 시도를 분명 갖고 있으며, 이것은 독점적 정보 지위를 갖고 있는 이 세이렌 서버의 속성과 동일하게 민주주의 정부내에서도 이 정보들의 물리적인 통제를 손에 쥐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소개합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 저자는 이 정치적 목적과 경제적 이해관계를 따로 분리해서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이러한 정치 엘리트의 아주 광범위한 시민들에 대한 정보통제 및 정보 수집이 “민주주의 내에서는 이로 인한 소득 집중의 증대로 인해 엘리트가 점차 부유해진다”는 신빙성 있는 결론에 이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가 안보라는 큰 테두리로 시민들의 내밀한 정보들과 소규모로 네트워크화가 되고 있는 시민들 모임의 빅데이터화는 위의 일차적인 목적을 위해 ‘정보 수집의 정당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이 정보들을 누가 다루고 정부는 이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대한 아주 엄밀하고 세세한 견제 장치가 없이는 독점된 정보로 인한 경제적 이득을 포함한 부차적인 결과가 엘리트들에게 집중된다는 불평등이 예견됩니다.

여기에 저자는 “진짜 부와 영향력, 경제적 존엄성을 겸비한 힘 있는 대중 만이 국가 권력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여기에 덧붙여 ‘경제적인 측면의 중산층’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적인 중립성을 겸비한 중산층’의 필요성을 언급합니다. 민주주의 옹호자와 네트워크 기업인 둘다 통제를 증오하기 마련인데요. 네트워크 비즈니스에 대한 기회가 소수 대기업들에게 집중되는 것도 시장 경제정의에서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도 안좋은 영향을 끼칩니다. 거대한 종 모양의 두터운 중간층 및 중산층이 전통적인 민주주의 시대에서 뿐만 아니라 오늘날에도 민주주의와 건강한 경제 발전에 필요불가결한 요소인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민주주의가 지속되려면 승자 독식 정치에 저항하는 구조로 이루어져 한다”는 지향점도 우리가 눈여겨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마불사의 오늘날 금융과 관련해서도 “디지털 네트워크는 무엇보다도 효율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증폭했다”고 평가하며, 투자 은행들과 대량 증권을 만들어내는 이들 금융 네트워크가 적절한 견제나 대응이 지금도 전무하고 금융 엘리트들에게 현재에도 거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은 우려할 만합니다. 사실상 이러한 금융 네트워크가 빅데이터와 만나, “빅데이터의 상업적 상관관계는 거의 언제나 영구적으로 숨겨져 있다”는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속성으로 말미암아 네트워크로 연결된 디지털 경제가 더욱 정상적으로 견제되지 않게 되는 문제가 있습니다. 아마도 이 점이 더욱더 부의 집중을 초래하는 원인이 아닌가 조심히 판단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 구축하고 있는 정보 경제의 진짜 바탕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봉건제”라는 저자의 고유한 판단과 앞에서 보았던 예측과 사례에 기반한 디스토피아적 의견에 점차 동의하게 되더군요.

창의적인 IT 업계와 공정한 정보를 다루고 누구에게나 정확한 디지털 네트워크의 올바른 균형이 ‘세이렌 서버’의 부정적인 면을 제어하게 되겠죠. 이를테면 스타워즈의 ‘포스’의 밝은면과 어두운면이 공존하면서 발생하는 세계 존립의 위기가 이와 비슷할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소규모 그룹이 이러한 ‘세이렌 서버’를 창조하고 접근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그런 시도가 세이렌 서버하의 세계에 유익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스스로 소름끼치다고 말했던 ‘온라인 보안, 개인 정보 보호, 신원을 비롯한 골치 아픈 문제’를 중심으로 구축된 우리가 목도하는 신산업이 정치와 경제를 해치지 않고 너무나 무분별한 개방성을 최대선으로 여기지 않는 ‘적절한 중간주의 내지는 중도’를 유지하는 것이 확실히 필요하며, 오판하게 되면 인간 본연의 삶이 파괴되는 이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를 우리의 손으로 제어할 수 있는 여러가지의 대책을 세워 놓는 것이 결국에는 민주주의와 정의로운 경제에 유익한 길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호기심과 같은 사소한 측면의 사례들과 작지만 꽤 유용해 보이는 정보들도 이 책에서는 가볍게 여기지 않고 다르고 있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기존의 가치와 신기술을 넘나들며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이 세계에 적당한 ‘요약 스케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의미있는 글이었습니다. 저는 특히 ‘대마불사를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개념이 완독한 지금에도 떠오릅니다.

“세상의 수많은 혼란과 증오가 종교와 현대성 사이의 경계에서 생기는 갈등과 연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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