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론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토마스 홉스 지음, 이준호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장자크 루소와 사회계약론을 대표하는 사상가이자 위대한 주저 ‘리바이어던’의 저자인 토마스 홉스의 ‘인간론 (On Man)’을 읽었습니다. 홉스의 이 책은 얼마전에 서평을 쓴 코리 로빈의 ‘보수주의자들은 왜?’에 인용이 되어 참고로 읽게 되었는데요. 뒤이어 연결되는 홉스의 ‘시민론’을 읽기 전에 이 ‘인간론’을 먼저 읽는 것이 개인적으로 필요해 보입니다.

이 책을 구입하기 전에 너무 얇은 분량이라 과연 완역본일까 고민을 했는데요. 하지만 따로 대안은 없었습니다. 다만 따로 삽입된 해설에서 홉스의 인간론 영역본이 1장부터 9장까지 인간에 대한 직접적 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서 편집이 되었고 바로 이 영역본을 번역한 것이 이 글인데, 결국 10장부터 15장까지의 분량을 책에 실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역본이라고 하는 것은 아마도 토머스 홉스가 프랑스 망명 중에 불어본으로 이 글을 출판해서 아마도 그런 연유에서 영역본이라는 판본이 나오게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보는데요. 따로 찾아보지는 않았습니다. 이 점 양해 말씀 드립니다.

여기에 할애된 분량은 언어와 학문, 욕구와 혐오, 만족과 불만 그리고 그 원인에 관해, 정념 또는 정신의 동요에 관해, 기질과 태도에 관해, 종교에 관해, 인공 인간에 관해로 분리되어 있는데요. 한 가지 특이할 만한 부분은 마지막 장인 15장 ‘인공 인간에 관해’에서 보듯이 일종의 물리학과 자연법칙 등을 넘나들며 이론의 수단으로 취합하는 홉스의 특징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이는 당시 영국 귀족의 교육이 여러 방면의 전인을 만들어내기 위한 방편으로서 나타난 결과가 아닌가 추측하면서, 이러한 다방면의 이해도를 갖춘 사상가들이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지식인과는 조금 직접적으로 표현하자면 스스로 수용한 학문의 밀도 격차가 있어 보이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홉스도 도박에 중독된 불우한 아버지 밑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삼촌의 배려로 당시 귀족의 준하는 교육을 받은 것은 그의 생애에 있어서 실로 크나큰 운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홉스가 인간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고유한 ‘인간의 그 기질’이 존재하는데, 그것을 규명하고 구분하는데 수단인 언어를 비롯한 학문, 의지와 무관한 감정 상태인 여러 상반되는 개념들과 인간 고유의 특징이라고 봐도 무방한 정념에 대한 홉스의 부정과 가까운 태도는 흥미로웠습니다. 이러한 홉스의 태도는 이를테면, 언어가 학문을 만들어내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언어의 단점인 ‘오류와 망상의 원천이기도 하다’라고 서술하는 것에서는 그의 면밀한 이성적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홉스는 익히 알려진대로 자연상태에 있는 인간들은 이기적이라고 언급한바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후에 토크빌에게 큰 영향을 끼쳤으며, 장 자크 루소도 마찬가지로 ‘특별한 계약 상태’ 에 따른 인간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사상의 많은 부분을 천착해 왔습니다. 다시 홉스로 되돌아와서, 그가 이렇게 양쪽의 대비되는 가치들을 서로 연계하여 분석하고 이를통해 균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명확한 의미 부여가 되지 않나 판단해 봅니다. 더 나아가서는 “홉스가 인간의 정신을 과학적 방법으로 탐구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겼음을 짐작할 수 있다”는 역자의 해석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인간 정념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종교에 대한 제한적인 의미 부여, 즉 ‘신앙은 법률에 따른다’ 와 같은 경우도 홉스가 얼마나 현실 전제 왕권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성공회가 국왕에 귀속된 상황에 대해 옳다고 믿었던 것 같고, 이러한 측면의 입장은 영국 국왕의 종교 수장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도 느껴집니다. 여기에 인간 괘락의 감정에 대해 이것은 ‘경험적인 것’이라고 밝히며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에서도 확실하게 홉스가 이성의 우위나 이성의 감정에 얼마나 주안점을 두고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인문학 특히 역사학이 유용하다고 언급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의미로서 가늠해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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