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주주의
찰스 틸리 지음, 이승협.이주영 옮김 / 전략과문화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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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토론토 대학과 미시간 대학을 거쳐 컬럼비아 대학의 석좌교수를 역임한 고 찰스 틸리 교수의 유명한 저작 ‘위기의 민주주의’를 읽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찰스 틸리 교수는 로버트 달과 더불어 미국 정치학에서 큰 존경을 받고 있는데요. 그의 바로 이 책은 이러한 찰스 틸리의 학문적 명성이 결코 퇴색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느껴졌습니다. 근래 읽었던 시민 정치와 정치학 및 민주주의와 관련된 논저들 가운데 저에게 큰 영감을 안겨준 글이었다고 밝히고 싶군요.

이 책은 크게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앞의 1장과 2장은 우리가 그동안 익히 접했던 민주주의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뒤이어 3장과 6장까지에서는 민주주의의 원리와 정신에 대한 객관적이고 상세한 분석과 평가를 끝으로 7장과 8장은 근래 민주주의의 위기라고 불리우는 포퓰리즘과 앞으로 우리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고언으로 끝맺음을 하고 있습니다.

우선 틸리의 이 책은 저자 고유의 독창적 해석이 여러 이론적 접근에서 드러나 있고, 고능력과 저능력 민주주의 체제 및 비민주주의 체제라는 분석에서 드러나듯이 무조건적으로 비민주주의 대 민주주의 선악 대결과 같은 일반적인 도덕론적 입장이나 종래 양자의 가치적 입장에만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즉, 다시 말하면 세계의 여러 국가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정치 체제라는 측면에서 이를 상세화시켜 여기에 다수 인간과 그를 위한 정치라는 수단으로 포괄적이게 다루고 있습니다. 비민주주의 체제를 일단적인 악마화시키지 않고 그런 비민주주의 국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큰 틀에서 민주주의 체제와 비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면밀한 비교 분석은 분명히 제시되어 있습니다.

서두에 틸리 교수는 ‘민주주의는 그 자체로 선한 것이다’ 라는 것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중국의 엔쉐퉁과 같은 일부 학자들은 전세계가 너무나 ‘민주주의적 과잉의 시대’라고 지식인의 양심과 맞지 않은 궤변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실상은 세계의 많은 곳에서 권위주의 체제하에 놓여 있고 어떤 곳은 과거의 전제 군주제와 비슷한 독재 정치에 빠져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여기의 저자 입장은 원론적인 입장의 수준에서 ‘다수의 일반 시민은 실제 민주주의적 정치를 형성하는데 주변적인 역할만을 수행’한다고 정리하고 있는데요. 아마도 시민의 정치 활동에 대한 명확한 한계를 인지한 상태에서 이런 결론이 나온것으로 보여지는데요. 이것은 시민 정치가 필요불가적으로 가져야만 하는 정치 의식을 대변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정치 의식이 갖춰져 있지 않으면 시민들은 제도적 민주주의 체제하에 주변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1945년 부터 1980년까지의 기간에서 민주화를 겪은 국가들을 설명하고, 이 시기에 또한 동일하게 있었던 탈민주화에 대한 분석도 저자는 하고 있습니다. 여기의 ‘탈민주화’는 이 시기의 인도와 그리스 등에서 벌어졌던 과거 권위주의 체제의 회귀에 대한 것인데요. 틸리는 우리가 알고 익히 인식하고 있는 민주화와 그 과정에 있어서 탈민주화도 경험했던 스위스의 사례를 크게 할애하여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스위스의 사례는 각 주별로 세계 어느 국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직접 민주주의적 절차’의 산 증거로 자유주의자들과 권위주의자들의 정치적 대결 및 갈등의 심화로 결국엔 민주주의화의 이행 과정에서 탈민주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으로 보여집니다. 제가 봤을 때는 이 탈민주화가 틸리 교수가 중요하게 언급한 ‘범주의 불평등’과 다소 관련이 있다고 여겨지는데요. 이 범주의 불평등은 성별, 인종, 카스트, 민족, 국적, 종교나 사회 계급에 따라 나타나는데 민주주의 체제 아래 있지만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정치적 평등성을 저해하는 차별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도 여러 국가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수한 요소일 것입니다. 이런 동일선상에서 뒤이어 나오는 각 계급과 단체 및 시민들간의 네트워크에 대한 해설과 이들간의 신뢰와 불신이 교차하여 나타나는 민주주의 체제의 일차적인 갈등 구조를 언급하고 이어 민주주의 원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평등과 불평등’을 다룹니다.

이 ‘평등과 불평등’에는 앞서 설명한 범주적 불평등이 저자가 분석하는 대표적 원인이 되고 있는데요. 여기에도 저자의 고유한 입장이 드러나 있습니다. 즉, ‘정치적 과정들이 일상적인 범주적 불평등이 공공정치에로 직접 반영되는 가능성을 축소할 때 민주주의는 더욱 효과적으로 운영되며 민주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라는 인식입니다. 기본적인 불평등이 민주화와 체제 변화에 대한 원동력이 된다는 취지일텐데요. 그런데 민주주의 체제에서 토크빌의 말대로 기본적 불평등이 우선적으로 제거되어야만 하는데 이 인식은 정치 행위 자체가 소수의 독점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앞선 틸리의 문장은 범주적 불평등이 민주화를 이끄는 요소이기는 하나 그 자체만으로 시민의 고통을 초래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베네수엘라 차베스의 사례에서 경험하듯이 내전과 쿠데타는 급격한 탈민주화로 귀결시킨다는 7장의 내용은 차베스와 같은 포퓰리즘 정치가 궁극적으로는 시민들에게 민주주의를 박탈시킨다는 점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포퓰리즘 자체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전체주의와 같은 결과를 보인다는 점에서 오늘날 민주주의에서 익히 알려진대로 ‘위험한 사생아’로 보입니다. 결국 정부의 집중된 손쉬운 여러 권위주의 수단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력과 관련된 부분, 각 개인에게 보장된 기회의 평등 그리고 시민 사회의 신뢰 네트워크의 확산 등이 민주주의를 좀 더 시민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선 ‘범주적 불평등’을 보편적으로 제거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군요. 끝으로 틸리 교수가 전제한 민주화에 대한 세 가지 필수 조건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1. 개인간의 신뢰 네트워크의 공공 정치로의 통합
2. 범주적 불평등으로부터 공공 정치의 분리
3. 공공 정치에 대한 일반인의 영향력과 국가 행위에 대한 공공 정치의 통제력을 강황함으로써 자율적이고 강제력을 통제하는 권력 센터를 제거 또는 무효화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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