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 우파는 부도덕하고 좌파는 무능하다??
조지프 히스 지음, 노시내 옮김 / 마티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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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 나라에서도 출간되어 큰 반향을 일으킨 ‘혁명을 팝니다’의 공저자 조지프 히스의 일반인을 위한 자본주의 경제에 대한 글인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이들을 위한 경제학’ 을 일독했습니다. 이 책의 원제는 Filthy Lucre - Economics for People Who Hate Capitalism 로서 지난 2009년 출간된 것 입니다. 책의 저자인 히스는 몬트리올 맥길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위르겐 하버마스의 밑에서 조교로 일한 경험 등으로 원래 경제학을 공부한 사람은 아닙니다.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점에 대해서 자신이 여러 경제학서를 바탕으로 공부한 내용으로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자신도 경제학을 독학을 배운 것만큼 우리 독자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 듯 했습니다.

국문으로 번역된 제목대로라면 세계의 유일한 사회경제적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은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좌파들에 대응하는 글 정도로 추측되지만 히스의 이 글은 자본주의를 해석하는 우파와 좌파 양쪽의 선입견과 확대해석 및 오해 등을 우리에게 매우 밀접한 실제 생활에서의 사례로 각각의 근거를 세우고 있는데요. 공공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가 세금에 대해 비판하는 것을 저자가 옆에서 “당신이 그 세금 때문에 생활할 수 있는 것”이라는 등의 우리가 충분히 공감할 만한 대화나 사례들을 글 곳곳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은 꽤 훌륭하다고 여겨지는데요. 물론 마찬가지로 많은 경제학자들과 사회학자들도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 보이는 저자의 논점은 크게 보면 ‘자본주의하의 시장이 분명 필요하고 반대로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내적 모순과 불안점은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는 식의 균형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에 1부는 우파가 저지르는 오류에 대해 2부는 좌파가 저지르는 그것을 각각의 동일한 비중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우파는 감세가 경제 발전을 추동한다, 국가 경쟁력이 중요하다, 인세티브의 중요성, 그리고 도덕적 해이를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을 비판하고 바로잡고 있습니다. 자유 방임주의자들에서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우파는 시장에서의 개인의 이기심이 합리적으로 발휘된다는 잘못된 믿음에 근거하여 정부가 시장에 무분별하게 개입하지 않고 야경 국가에 국한된 형태를 선호한다와 같은 주장들은 거의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바와 거의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기심을 통한 개인의 행동을 더욱 긍정적으로 유발시키는 인센티브와 관련된 입장에서도 과도한 해석을 하는 부분과 사실상 인간 이기심을 합리적이라고 단언하는 등의 내용은 우파가 얼마나 이 신고전주의 경제학과 연관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한 사회의 양상은 각 개인이 내리는 선택의 총효과이며, 개인의 선택은 지역의 사정과 상황에 상당히 민감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관건”이라고 저자가 언급하는 것은 그만큼 인간의 이기심을 포함한 행동들이 상황에 따라 변화되는 것 자체가 인간행동학에서 말하는 인간 행위의 단순 수치화가 어렵다는 측면의 해석과 개인이 합리적이라고 해서 집단이 무조건 합리적이라고 여기는 것은 오류에 가깝다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각의 이기적 개인들이 참여하는 시장에 있어서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이것을 간단하게 수치화해서 국가의 참여를 어느 정도까지인가로 말할 수는 없지만 완연한 법과 제도의 완비와 함께 국가의 역할이 분명 필요한 것은 오늘날 신자유주의 시대에서도 앞의 가치가 거의 동일할 것입니다.

애덤 스미스가 조심스럽게 예측한대로 이기적 인간들이 합리성에 도달하기란 말 그대로 일어나기 어랴운 일이고 자유방임주의 자체가 직관에 기초한 논리인 만큼 이들간의 엄밀한 분리가 분명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측면에서 ‘개인의 이기심과 공익은 조화시키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 점일 것입니다. 토크빌은 이미 오래 전에 개인의 이기심을 조절하지 않으면 사회가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예견한 바가 있습니다. 공익이라는 대의를 사익인 이기심이 과연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나아갈 수 있는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겠죠.

뒤이어 좌파가 저지르는 오류에 대해 저자는 시장에서의 시장 참여자들이 가격을 조절하려는 욕망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과 돈버는 일이 나쁘다고 주장하는 것, 자본주의의 고도화는 결국 내부 모순으로 인한 붕괴로 이어진다는 전통적인 입장, 하향평준화는 평등의 방법으로는 옳지 않다는 등 좌파들의 이런 주장들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사실살 자본주의에 대한 좌파들의 비판은 자주 도덕주의적 원칙론과 같은 입장으로 선회해 그 목소리의 한계가 분명해 보입니다. 현실 상황에 합당한 비판들을 해야하는데 아직도 계급에 대한 입장에 돌아서지 않고 자본주의 자체를 타파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 좌파 지식인들이 많아 이런 부분의 자기 수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과잉 생산이 소비주의의 근원’ 이라는 주장이 얼마나 현실과 다른지 충분히 우리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자본주의를 무조건 옹호하는 사람들의 반대편에 서서 이것을 건전하게 비판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것입니다. 레이건과 대처 이후로 시작된 신자유주의 시대에 좌파가 그 비판 세력이 되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것은 히스의 이 글에서도 보이듯 너무나 그 비판이 도덕적이고 이념적이어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러한 태세를 전환하여 시장과 자본주의에 대해 경제적 타당성을 우선하여 끈질기게 비판해 나가는 것이 앞으로 좌파들의 여러가지 선결 조건 중에 하나가 되어야겠죠. 히스도 이런 입장의 문장을 글에 담고 있습니다.

다만, 빈곤층에 대한 히스의 도덕적 태도가 저는 약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요. 이 뿐만 아니라 매우 값싸게 생산되는 전력에 대해 낭비되는 자원을 막아보고자 계층의 상황과 상관없이 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도 뭔가 납득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빈곤의 절대적 문제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문제라고 이제는 받아들여야 하는데 좀 더 힘든 노동에 처해 마땅한 댓가를 수용하고 있지 못한 하층의 노동계층에 대한 이해도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었습니다. 이런 몇 가지를 제외하면 다른 자본주의 경제론에 대한 여타 글보다는 충분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군요. 특히 앞서 언급한 대로 실제 생활로 많은 사례를 들고 있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되는 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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