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가능한가 - 새로운 정치 토론을 위한 원칙 현대의 지성 146
로널드 드워킨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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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와 옥스포드에서 수학하고 뒤이어 로스쿨을 졸업한 후에 세계적인 로펌에서 일하다가 런던 대학, 뉴욕 대학 등에서 강의한 로널드 드워킨은 CBS를 비롯한 방송에도 출연해 미국에서의 법과 제도에 대한 여러 유명한 강연을 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비교적 대중과도 친숙한 지식인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이런 측면에서 미국의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 거대한 정치적 양극화와 극심한 빈부 격차, 인간 기본권의 경시 풍조에 대한 건전한 입장을 담은 책 ‘민주주의는 가능한가’를 읽었습니다.

이 글은 크게 5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장은 이 책을 쓰게 된 저자의 의도와 목적이 들어가 있고 2장은 테러리즘의 시대의 미국 시민의 인권 3장은 종교와 존엄, 4장은 부시 행정부 시기의 과세주의와 과세 전반에 대한 분석으로 5장은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와 이에 다수결주의에 대한 이성적인 불용인과 미국 헌법에 대해 짧게 논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도입부에서 현재의 미국 민주주의에서 붉은 문화와 파란 문화의 두 부류가 있는데 이 들 두 부류간의 이성적이지 않은 논쟁이 오늘날 극단적 정치적 양극화를 가져왔다고 비판합니다. 그래서 이에 ‘인간에 대한 심오한 가치’를 전제하고 헌법이 규정하는 사람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으며 이러한 기본권을 먼저 전제하고 나서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양편에 있는 이들이 생산성 있는 토론에 나서야 한다는 원칙을 더불어 제시합니다.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인권이란 ‘권력자들로부터 개인의 삶에 본질적 중요성이 있고 삶에서 그 가치를 실현할 개인적 책임이 있다는 인정에 따라 취급 받을 권리’라고 저자는 규정하는데요. 과거와는 달리 정치인들이 자신들을 선출한 시민들을 위해 더이상 일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오늘날 만연된 미국의 금권정치가 더욱 이러한 시민의 기본권이 더이상 중요시 하지 않게 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앞의 양측이 정치적 생산성과는 거리가 먼 소모적이고 비생산적인 수준의 이념 논쟁에 돌입하여 결국 당면한 시민들의 현실 문제 해결과는 동떨어진 파급을 초래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즉 이러한 논의에 대한 것을 1장에서 전제하고 2장부터는 이러한 정치적 배경들을 하나하나 짚어가고 있는데요

즉, 2001년 뉴욕 발 테러로 인해 시민의 기본권과 국가 안보의 상충되는 부분을 어떤식으로 해결해야 되는지에 대한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졌고 이것은 미국의 정치 뿐만 아니라 입법기관과 사법기관에도 영향을 끼쳐 ‘심지어 개인의 동의 없이 도서관에서의 대출 이력까지 정부 기관에 제공’하는 등의 심각한 기본권 침해들이 발생했는데요. 이것이 고의적이든 그렇지 않든 정부 기관의 편의만을 위한 이러한 정책들이 오늘날 미국 시민의 심각한 인권 위협이 되고 있는데 이것을 정치권들은 너무나 편의적으로만 해결하려고만 한다며 미국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에 대해 저자는 다시금 강조하고 이를 원칙적으로 해결해야만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9.11 테러에 가담한 테러리스트들의 국적이 이라크라고 알고 있거나, 나토에 러시아가 포함되냐 포함되지 않냐는 등의 기본적 인식이 부족한 시민들의 무지도 이러한 상황을 방조했다는 생각이 저는 문득 들었습니다. 테러리즘과 인권이 무슨 관계가 있겠느냐는 문제에 대해 이라크 전쟁에서의 포로들을 제네바 조약에서 보장하는 전쟁 포로에 대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불법적인 고문과 제한없는 구금 상태에 있는 이라크인 포로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비판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이러한 부분들은 국가 안보를 무엇보다 우선하고 이를 배타적으로 받아들임에 따라 다른 중요한 것들을 주변부로 취급하는 경우입니다. 민주주의적인 정부가 이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선출된 권력의 매우 비헌법적이고 불법적인 행위인데 이것을 시정하지 않고 작위적으로 판단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포로 고문을 포함한 행정 명령은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이어 3장은 일찍이 리차드 호프스태터가 ‘미국은 거대한 종교주의 국가와 다름없다’고 언급한 부분과 일맥상통하는 교육계의 진화론에 대한 마찬가지로 소모적인 논쟁을 다루고 있습니다. 교회를 비롯한 많은 종교인들이 이미 과학적으로 충분한 설득력을 얻고 있는 진화론을 창조주에 대한 모욕으로 여기고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국교를 인정하지 않고 종교의 자유를 중요한 헌법적 가치를 가진 국가가 기본적인 과학에 불과한 진화론을 두고 이런 양상을 보인다는 것은 사실상 금권정치와 맞먹는 폐해라고 생각합니다. 정교분리는 매우 엄밀히 지켜져야 하는 가치이고 존 롤스가 ‘신앙이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의 신조를 번성시키지 못하고 심지어 위축시킬 수도 있는 헌법 제도를 지지할 수 있는가’와 마찬가지로 무분별한 종교의 세속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은 충분해 보입니다.

또한 과세에 대한 논의와 관련해서는 전통적인 두 정치적 부류의 입장과는 달리 ‘정부는 시민들을 그냥 내버려둬서는 안되며, 통치권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입장에서 시장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작은정부론’이 기본적으로 평등을 중요시하는 민주주의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고 더욱이 앞서 저자는 ‘자유와 평등’은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양자의 가치가 발전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후적 펻등’이라는 논의에서 평등이 기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보다 사후의 보다 탄력있는 제도 등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이처럼 그동안 너무나 이 ‘자유와 평등’을 대립적으로 고착화시켜 온 학계와 정치인들이 있었으며 정치학자인 로버트 달 교수 역시 이와 같은 측면의 ‘자유와 평등’에 대해 논한 바가 있습니다. “많은 보수주의자들 세금을 통해 실현하는 복지 프로그램을 축소하거나 폐지하기를 바라기 때문에 세금을 낮추고 싶어한다”고 저자는 이에 덧붙이는데요. 이 부분도 역시 언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토마스 프랭크도 동의하는 것입니다. 결국 과세와 평등에 대한 부분은 보수주의자들의 무차별적인 왜곡 논리에 맞서 이것을 정상적인 궤도로 돌리기 위한 다른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로널드 드위킨 교수는 글 서두에서 자신이 자유주의나 보수주의 어느 한쪽 편을 들지는 않겠다고 전제는 했으나 결국 누구의 편이나 누구의 입장에 서기보다는 좀 더 건강한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위해 제대로 된 토론과 활발하고 생산성있는 논의를 위한 양측의 태도가 우선되고 시민들 스스로도 올바른 정치에 대한 인식 개조와 민주주의에 대한 공부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음울한 지배적인 금권정치 영향력 하에 계속되는 소모적인 이념 논쟁은 양쪽의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인식하에선 앞으로 이 국면이 건전하게 타개가 될지는 명확하지는 않습니다. 일찍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민주주의의 맏형으로써 그만한 노력과 전세계에 대한 민주주의 확대의 책임이 있다고 매번 밝혀왔는데요. 선언적이고 현실을 도외시한 정치인의 주장은 귀담아 듣기가 어렵지만 부시의 말대로 이것이 미국의 대의적인 가치와 목표라면 우선 미국 정치 내에서 불필요한 논쟁을 삼가하고 시민을 위한 정치에 대해 더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체질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우리는 거대한 정치적 불신과 정치 혐오가 내재되어 있고 마찬가지로 우리 정치권도 오래전부터 시민들을 위해 일하지 않는 정치인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더불어 이념 논쟁은 미국보다 더 심각했기에 로널드 드워킨 교수의 글은 일독하면서도 시사하는 부분이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미국 정치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지식을 갖고 있어야 이 책의 이해가 깊어질 수 있다고 보는데요. 복지에 대한 미국인들에 기본 인식과 미국의 종교주의와 미국 헌법에서의 기본권 보장과 같은 이해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들은 충분히 주변에서 습득하실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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