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의 오류 - 던컨 폴리의 경제학사 강의
던컨 폴리 지음, 김덕민.김민수 옮김 / 후마니타스 / 201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미국 예일대학에서 수학하고 MIT. 프린스턴대학, 컬럼비아 대학원 등지에서 강의했던 던컨 폴리는 특히 ‘자본의 이해’라는 글로 경제학에서 큰 명성을 얻었는데요. 그의 책 ‘아담의 오류’를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온전히 주류경제학을 따르는 학자는 아닌 것 같았습니다. 다시 말하면 전통적인 경제학에서 보수적 이론을 추종하지는 않고 이를테면, 정부의 역할이나 개인의 이기심에 대한 재해석이 눈에 띄었습니다. 사실상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경제학이 인간 사회의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으며, 오히려 이기심의 확대가 인간 사회를 진보시킬 수 있다는 관점은 그것의 맹점이 어떠한지는 이미 많은 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바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폴리의 이 책은 유사한 방식을 갖고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얼마전에 작고한 조반니 아리기에 의해 우리가 통념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던 애덤 스미스의 실체를 알 수 있었는데요. 이 글의 서두에서도 폴리는 애초에 도덕철학자에 가까웠다는 평가부터 후에 명성을 얻게 되는 ‘보이지 않는 손’으로 표현되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요소들을 설명하고 있는데요. 특히 스미스와 관련해서는 그가 ‘사적인 부의 축적이 공적인 이익으로 생각했는지’에 대한 해석으로 ‘현대의 개인주의적 후생 경제학에서는 개인의 후생이 아닌 전체 사회의 후생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일관된 논지인데요. 이것은 대표저인 아담 스미스의 오류로 즉, ‘이기적인 행위가 자본주의적 사회관계에 의해 어떻게 해서든 공적인 기여로 전환될 것’이라는 주장에 이르게 됩니다. 개인의 이기심 추구를 기본적인 측면에서 선으로 여기고 그것이 결과론적으로 사회에 복이 될 것이라는 점은 그의 ‘자유방임주의’와 더불어 오늘날의 상황에는 복음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폴리도 이와 관련하여 자유 방임이 아니라 ‘한국, 대만, 싱가포르 등과 같은 아시아의 호랑이들은 관세 부과, 수출 보조금, 저금리 대출을 통해 성공적으로 유치산업을 육성해 왔다’고 언급하며 경제 개발 초기에 있어서 이들 국가들처럼 정부의 개입과 보조금의 활약이 있었고 이것을 스미스의 해석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중국도 그러했고 인도 또한 그 길을 밟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이어 우리에게도 유명한 데이비드 리카도와 긴밀한 교류를 해온 전업 정치경제학자이자 인구론의 저자인 토머스 로버트 멜서스의 대해 나아가고 있는데요. 그는 당시 인류는 비참함속에 살아가고 있으며, 수학적 필연의 결과로 이어지는 높은 사망률, 특히 높은 영아 사망률로 인해 당시 여성의 피임을 통한 성교가 자연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악’이라는 영국 국교회의 입장을 따랐습니다. 전체적으로 멜서스의 학문적 성향은 음울했다고 봐야하며 인구학적 균형과 빈곤율 문제에 대해 연구를 벌였는데요. 특히 “복지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멜서스의 정치경제학적인 접근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다”고 폴리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멜서스는 선구자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며, 리카도를 비롯한 당대의 경제학자과 때론 철학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것으로도 유명했습니다.

그리고 자본주의에 대한 엄격한 비판으로 알려져 있는 칼 마르크스에 대해서도 이른바 ‘혁명의 공포’로 인한 그에 대한 배외적 분위기가 있어왔지만, 과거 냉전 구도 시기에서 학문적 목적에서 조차도 마르크스는 금서가 되어 왔는데요. 여기에서 폴리는 그의 유명한 저작 ‘자본론’을 통해 자본을 만들게 되는 상품과 이윤 그외 토대들에 대해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거의 알려진 일반적인 내용들이라 새로운 것은 거의 없지만, 특히 기독교에 대한 비판인 “기독교는 죄와 사후의 삶에 대한 심리적 강박을 주입하면서 사람들을 직접적인 현실적 삶으로부터 괴리시켰다”고 여기는 것은 과거 냉전 시기 사회주의 국가들이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 대한 작은 실마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현대 사회에서 종교가 시민들에게 일정부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명백하며 물론 개선할 부분도 분명 있지만 종교의 자유는 개인의 선택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이념으로 봤을 때 충분히 보장해야 될 부분이라고 봐야겠죠. 다만, 이윤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명백한 그의 분석인 ‘자본이 이윤을 만들어내는 것인가, 아니면 노동이 만들어내는 것인가’에 대해서 충분히 생각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더욱이 폴리가 “마르크스에 따르면 임금은 노동자들이 이런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만 한다” 소개에서 실질소득이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해야 한다는 오늘날 많은 학자들의 이론적 토대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보는데요. 전체적으로 경제학에 있어서 자본의 구성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오늘날의 상황에 비교해 봐도 크게 떨어지지 않은 이론은 얼마간의 비판에도 써먹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어서 효율성 개념과 관련하여 한계주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요. “한계주의적 접근의 시각은 심각한 가상적 비약에 기초하고 있고, 한계주의자들은 개인이 자원을 합리적으로 배분함으로써 균등화되는 한계효용의 비율과 현실 경제의 실제 시장가격을 매우 유사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측면에서 폴리는 비판하고 이러한 한계주의적 관점이 부딪힌 한가지 난점은 “경제가 효용을 극대화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수많은 개인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라고 명백하게 분석합니다. 저는 이를 개인의 이기심은 각자가 최대를 누리려고 하며, 이들은 경쟁상태에 있다는 측면에서 이것이 한계 상태에 있는 자원과 관련하여 이를 원활하게 충족시키기란 더없이 어렵다고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에초에 이런 한계주의자들의 평면이론적 접근은 적절한 모델이 없다고 봐야하겠죠.

결국 존 레이너드 케인스가 활동하던 시기 이후 고전적인 경제학의 관점이 개선되어졌고, 적절한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여긴 그의 주장에 대해 많은 전통 경제학자들이 비판을 가했지만, 거대한 신자유주의적 경제 사조에도 불구하고 케인스에 대한 많은 연구와 분석이 이뤄졌고 현실에서도 적극 그의 이론이 고려되었습니다. 폴리는 그의 여러가지 입장 중에서도 “화폐임금과 화폐 물가의 연속적 하락은 상당한 수준의 실업을 겪고 있는 경제가 취할 수 있는 최후의 해결책이라고 설득력 있게 주장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개념적으로는 이를 물가론과 결합시켜 화폐 발행에 대한 선택이 필요하고 이러한 매커니즘은 잘 작동할 수 있어야만 올바른 것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경기 순환과 관련하여 사회의 실업 문제는 어디서나 심각한 문제일텐데요. 거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자본주의적 기조를 유지해 나가고 있는 시점에서 시장의 가격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다소 무리해 보인다 하더라도 기업에 제공하는 노동력의 가치를 오로지 시장에 일임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을 너무 과신 하는 것이며 공급과 수요에 대한 일차론적인 입장에 급급해서는 오늘날 복잡한 사회 문제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 현대 사회에 경제 논리에 입각한 수단들은 엄밀한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이 책의 전체적인 입장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마찬가지로 폴리는 한때 자유주의의 부활과 융성을 부르짖었던 하이에크와 같은 입장은 단지 다른 방식으로 아담 스미스의 오류를 표현하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결국엔 이 아담 스미스의 오류를 벗어나는 것에 경제학의 운명이 있지 않은가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거의 결론에서 폴리는 다루고 있는데요. 종내에는 인간이 경제학을 탄력적으로 수용하여 사회에 필요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균형적 발전에 힘을 쏟음으로써 그 역할을 경제학이 해야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반니 아리기는 “경제학이 사회에 개입하여 발생하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어느 학문이나 사상에서 마찬가지겠지만 맹신을 하지 않는 것을 제일 가치로 삼아야 하며, 끊임없이 탐구하고 개선하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결론지어 봅니다.

끝으로 이 책은 저의 짧은 경제학 지식으로 일독이 오래 걸린 책중에 하나가 되었는데요. 여간 집중하기 어려워서 후에도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속해 있는 사회의 경제적 역사와 그 논리에 대해 꽤 명쾌하게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가를 내리고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