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의 정치가 불신과 이념논리에 매몰되어 제대로 된 정치가 굴러간 적이 없었습니다. 1987년에 민주화는 이뤄졌지만 정치인들은 더욱 교묘해졌고, 겉과 속이 매번 일치하지 않는 것을 소위 정치력이라고 여기며 자화자찬들을 했었죠. 일찍이 버틀란드 러셀은 정치인이 도대체 사회와 국가에 무슨 도움을 주고 있느냐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매번 국민들은 현실 정치와 우리는 별개의 세계로 여겨왔습니다. 이런 엘리트 정치는 기득권과 결합하여 국민을 소돼지 취급을 했습니다.

정치인이 없는 정치가 과연 가능할 것인가에 대해 살면서 몇번이고 질문을 던졌던 적이 있습니다. 플라톤이 고대 민주제에 관해 간접적으로 혐오했던 것에는 방향성이 살싱되어 어리석은 정치가 도래할 수 있을지 모르는 가능성 때문이었죠. 하지만 오늘날 이런 전문 정치인들이 참여하는 정치가 이상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국민들의 바람과 요구가 현실 정치에서 실현되었느냐는 질문에는 여전히 부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정치인들이 만들어가는 우리의 정치는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이러한 정치 불신의 구축은 이렇게 한두가지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더군요.

23일, 출근하기전에 운동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부지런히 옷을 갈아입고 반복되는 하루를 시작하려고 마음 준비를 하고 있는데, 황망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짧은 속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016년 11월경, 백남기 농민 영결식에 추모를 하러 갔다가 심상정 의원의 짧은 연설을 보고, 우연찮게 아주 먼 발치에서 노회찬 의원을 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는 시국이 뭔가 터질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굳은 표정의 노 의원님을 뵈면서 저는 이상하게 아무 이유없이 적잖게 안심이 되었던 기분이 들더군요. 사실 한가지 더 고백을 하자면, 노 의원님이 과거 조선일보 창립 90주년을 맞아 참석을 했던 것에 개인적으로 당시에 크게 실망을 했더랬습니다. 정치인들이 으레 하게되는 행사로 여기라고 하는 말들이 많았습니다만 저는 그렇게 마음의 혹으로 남더군요. 아마도 그래서 백남기 농민의 영결식에서 노 의원님을 그냥 먼 발치에서 뵌 것이 오랜 기억으로 남은 것 같습니다.

노회찬 의원의 영정이 있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일반인 조문객을 받는다는 소식을 듣고 이따 강남에서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에게 노의원님과 같은 정치인이 있었고, 말씀하셨던 말들이 어떠했는지는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통해 사람들이 입을 통해 전해지겠죠. 지금까지도 훌륭하셨고, 존경받을 만한 삶이셨습니다. 부디 아무 걱정 마시고 하늘 나라에서 평안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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