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번영 - 비판적 경제 입문서
다니엘 코엔 지음, 이성재.정세은 옮김 / 글항아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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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고등사범학교의 경제학 교수로 재직중인 다니엘 코엔의 이 책은 유럽 출신의 경제학자 답게 자본주의에서 무분별한 성장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담겨 있는데요. 인류가 수렵 문화에서 정착지에서의 농경으로 인한 수확 경제를 확립한 이후 인간의 욕망의 차원에서 소비가 어떻게 해석 및 발전되어 왔고 그것의 영향이 어떠했는지를 세계 자본주의 발전의 역사와 함께 서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된 배경은 유럽이 되고 있는 관계로 곁가지로 유럽 전체의 역사를 함께 조망하고 있습니다.

우선 저자는 문명의 발전이라는 과정에서 발생한 전쟁과 전염병, 수많은 폭력에 대해 어떤 계몽주의적 접근보다는 매우 직설적인 방법으로 이를 해석하고 있습니다. 멜서스의 이론을 제법 많이 인용했듯이 자연적인 인구 증가와 전쟁과 대규모 전염병에 의한 인구 감소 등에 직접적인 인간들의 희생이 간혹 인간사회를 구원했다고 보고 있는데요. 뒤에 전쟁이 근대 사회에서 경제 성장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케인즈의 이론을 인용한다든지 산업혁명 이전의 영국의 인구 증가가 부양 인구를 효과적으로 감당하게 되었다는 측면의 해석은 인간으로 비롯된 사회 자체를 기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 보였는데요. 경제 이론 자체를 경제 성장을 주로 잡고 그로 인한 사회 경제적 번영을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것은 주로 적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갖고 있는 태도로 보여집니다. 인간의 욕망에 기대어 소비가 촉진되는 것이 자본주의의 병폐이냐 아니면 자연스러운 성장 요소로 볼 것이냐는 분명 오래된 질문입니다만 저자의 입장이 정확이 어느쪽인지는 다소 판단하기 어려웠습니다. 다만, 의사들의 진단 결과를 환자들이 딱히 반박하기 여려운 현실과 그에 따른 비용 청구, 이와 관련하여 보험 회사의 적절치 않은 비리가 더해지면 이중 고리에 의한 의료보험제도의 방만이 이루어지는데요. 이처럼 이와 비슷한 현재 미국의 현실을 꼬집고 유럽의 각 정부는 이러한 시스템의 방임을 인정하지 않은 채 적절히 관리하고 있는 현실을 자본주의의 시장 방임과 관련하여 해석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기에 따라 다소 애매한 주장들이 얼마간 글을 이루고 있어서 저로서는 판단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물론 유럽의 자본주의적 역사에서 케인스가 이룩한 이론과 몇가지 유럽의 실패를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중국과 인도의 사례를 들며 이들 국가가 앞으로 번영에 이르게 되는 비유럽 국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부분은 완전히 ‘유럽주의자’라고 볼 수는 없으나, 미국에 비해 기술의 발전이 상대적으로 더디는 것으로 여기며 아직도 유럽이 이에 미치치 못하다고 주장하는 요지가 정확히 무엇인지 어렵기도 합니다. 단순히 MS와 애플로 해석되는 기술 우위가 단순히 부러워 할 만한 것도 아니고 현재 유럽은 최소한 미국과는 달리 시민을 위한 보장이 그나마 갖춰지고 있는데 그런 미국을 긍정하지 않는것은 또 뭔가 주장이 정돈되지 않아 보이긴 합니다.

자본주의가 고도화되면서 금융 시장의 비이성적인 발전과 2008년에 이르러 발생한 시장의 붕괴, 개도국들이 폭발적으로 경제 발전에 나서면서 가까운 미래의 중국인들이 개인의 욕망을 충족하려 각종 소비재들의 요구가 늘어나면 과연 지구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의 문제, 지금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환경 파괴와 ‘성장이 오로지 미덕’ 이라는 주변을 배려하지 않는 이 이기적인 가치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글 후반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어느 정도 번영의 길에 들어선 선진국들과 그렇지 않은 개도국들의 욕망을 무조건 무시하기란 어려운 현실이 있으며, 앞으로 중국인들과 인도인들의 생활 수준이 급격히 향상되면 거기에 따르는 폭발적 수요가 앞으로 큰 문제로 다가올 것입니다. 물부족과 같은 환경 문제나 세계 인구의 증가 또한 우려할 만한 상황일 것입니다.

인간의 거대한 탐욕이 세계사적 입장에서 4번이나 도래하여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한 전력이 있는 만큼 자본주의가 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강화시켜 나갈것인가 아니면 정부가 전통적인 야경국가만의 기능을 요구하는 반대편의 의견을 귀담지 않고 개입하여 적절히 조절할 것인가는 앞으로 우리가 직면해야 되는 문제일 것입니다. 물론 여기에 소개되는 주장들이 다소 교과서적인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우리들에게 주위를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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