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이란 - 무기 수출과 석유에 대한 진실
존 W. 가버 지음, 박민희 옮김 / 알마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조지아 공대의 국제관계학 교수인 존 W, 가버는 중국-이란, 중국-파키스탄 관계에 대한 연구로 미국 내에서 명성을 갖고 있는데요. 또한 중국과 북한 관계에 대한 연구 실적도 대단하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도 중점으로 논하고 있는 중국-이란 관계 뿐만 아니라 이란에 대한 미사일 기술 협력과 무기 지원을 암묵적으로 맡은 북한의 역할에 대해서 비교적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 복합적인 연구물은 읽는 내내 유익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선적으로 이란의 핵관련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개안적으로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전 이란은 왕정으로서 특히나 미국과 깊은 우호국이었는데요. 이란 왕정 자체가 대체로 권위주의적이었고 정권의 정당성 자체가 의심받는 상황이었지만 미국이 지원하는 여느 권위주의 정부들처럼 (미국의) 이익과 관련해 중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국가였습니다. 미국의 역외 균형 전략에 의하면 이란과 같은 지역 강대국은 견제를 받을 수 밖에 없었지만, 중동 내 미국의 혈맹인 이스라엘의 존재와 이란의 석유 등에 의해 (이란은) 미국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국가였습니다. 그러한 상황이 이슬람 혁명으로 완전히 뒤바뀌게 되었습니다. 이란이 신정국가화가 되면서 이슬람 근본주의를 주장하게 되자 중동에 대한 미국의 개입을 규탄하게 되었고 이러한 배경에 석유 수출입의 중요한 호르무즈 해협을 이란이 봉쇄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미국이 적극적으로 이란을 굴복시키게 하는 강한 요인이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중국은 과거의 미국과 함께 이란의 오랜 우방국이었고 이란의 혁명 이후에도 특히 군사 기술, 무기 수출 및 핵기술 지원 등을 통해 ‘봉쇄국 이란’의 유일한 숨통이 되면서 미국의 외교 수단에 반하는 결과를 수차례 낳게 됩니다. 이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중국에 타이완 카드를 지렛대로 삼기 전까지 중국의 암묵적인 이란에 대한 다채로운 지원에 대한 무력화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중국에게 있어 아프리카나 중동에서 이슬람 국가가 핵 능력을 갖는 상황이 서구의 군사적 힘을 이 지역에 얽어매고, 서구가 동아시아에 집중할 능력을 약화시킨다는 인식이 전제된 것이다”로 가버는 이를 이런식으로 해석하고 있는데요. 어떤분들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경제적 이득이 바탕이 된 중국의 현실 외교로 여러가지 차원의 고려가 있었겠지만 기본적으로 앞의 해석이 아주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중국과 이란의 숨겨진 비밀 외교는1997년 미 클린턴 행정부의 대만에 대한 F16 전투기 판매로 얼마간 변화가 이뤄지고 2004년에 중국이 MTCR(미사일기술통제체제)에 서명함으로써 공식적으로는 이란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지원이 해소되기 시작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존 가버 역시 언급하고 있지만 중국에게 있어서 이란과의 관계는 비슷한 상황의 파키스탄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는 점이었습니다. 중국은 인도를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파키스탄을 거의 준동맹국에 가까운 취급으로 미사일을 포함한 군사 기술 뿐만 아니라 핵심적인 핵기술까지 지원에 나서 오늘날 파키스탄이 핵무기를 보유하는데 큰 일조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중국에게 이처럼 파키스탄과는 다른 이란에게 있어서 중국에 의한 인식의 한계가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중국이 미국이 주도하는 현 국제 체제에 대한 인식이 어떠한지 이 책을 통해 알 수가 있었는데요. 즉 MTCR체제가 미국과 서구가 주도한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한 기술 습득 제한’이 이러한 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 수많은 개도국들에 대한 미국과 같은 서구 선진국들의 공격 가능성을 포함한 매우 불평등한 조치라 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제한 조치가 본질적으로 세계 평화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중국인 미국의 대 타이완 카드와 수많은 압력에 의해 MTCR에 가입했지만 근본적인 인식은 미국과 서구 유럽에 의한 국제 체제에 기본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고 자신들이 논의에 참여하지 않은 이러한 레짐을 아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으며, 자신들의 경제 발전으로 인한 근본적인 국제 사회에서 지위 향상을 획득하고자 하는 열망과 맞물려 앞으로 중국이 어떠한 길을 가게 될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지 않나 싶습니다.

“중국 지도자들이 페르시아 만과 이란에 대한 미국의 정책을 혐오한다는 데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고 저자는 단호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중동에서의 석유와 관련해 중국 또한 강력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으며 말라카 해협과 같은 석유 수송로에 대한 중국의 인식은 전체적으로 미국이 고려하고 있는 자국의 이익과 비슷하게 그 궤가 유사합니다. 즉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차원의 일방적인 미국의 오판과 개입이 아니라 중국 또한 이란과 파키스탄에 대한 군사적 협력 및 지원 등이 미국과 거의 다를바가 없다는 점입니다. 어떤 헤게모니에 대해 이를 윤리적 기준으로 해석해 상대방과 자신을 차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현실주의 외교에서 매우 황당한 처사라고 볼 수 있겠죠. 결국에 MTCR과 NPT와 관련된 미국의 인식과 행동은 거의 국제 안보에 유익한 것이며 핵확산 금지와 관련하여 미국이 인도와 파키스탄에 보인 모순된 행동에도 기본적으로는 핵무기 확산에 대한 제한이 법적이고 공식적인 합의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국가의 안보를 위해 대량 살상 무기가 될 수 있는 기술들을 자위권의 차원에서 무조건적으로 배척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중국과 같이 이해하는 것은 세계 안보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케네스 월츠처럼 ‘핵무기의 확산이 국제 평화에 이바지한다’고 여기는 경우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핵무기 확산은 그 위험성을 거의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고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이 책은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과 이란의 관계를 해석한 것이 아니라 중국과 이란 두 양국의 입장에서 거의 반세기가 넘는 시기에 대한 분석을 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주 현실적인 외교적 수단들과 이들의 역학 관계 및 중동의 정세와 중국과 이란의 입장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고 있습니다. 저는 앞서 언급하긴 했습니다만 오늘날 이란의 핵기술 개발에 대한 거의 정확한 이해를 독자들에게 제공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책이 지난 2011년 출간됐음에도 현재 절판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유의미한 책이 더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없다는 사실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출판사 측에서 앞으로 재간행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주를 포함해 500여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일독하는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꽤나 즐겁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연구물이 학자로서 온전한 평가로 남을 수 밖에 없는 독자들의 역할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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