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탄생 - 21세기 군주론 : 권력과 그 사용법에 대한 도발적 주장
레슬리 겔브 지음, 원은주 옮김 / 지식갤러리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워싱턴 소재의 중도 성향의 미국 외교 협회 회장(CFR) 인 레슬리 겔브의 이 책은 지난 2009년 Power Rules 를 번역해 국내에 출간한 것인데요. 국내 출판은 1년 뒤인 2010년에 이뤄졌습니다.

약간 이해하기 힘든 부제인 ‘21세기 군주론’ 이 드러나 있어 상당히 본래의 글의 의도를 왜곡하고 있는데요. 사회학에서 주로 다뤄지는 기본적 권력 이론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정치에서 미국이 발휘해 온 영향력 내지는 그 권력에 대한 분석이 주된 글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배경이 되는 시기는 약 1945년 경인 트루먼 행정부 시기부터 최근의 조지 W. 부시 행정부까지이며, 미국의 대외 영향력과 여러 정치적 개입이 벌어진 결과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그에 따른 저자의 판단 등이 주를 이루며 논의를 뒷받침하고 있는데요. 한마디로 말하면 냉전시기의 미국 정치 외교사가 바탕이 된 당시 국제 정치에 대한 미국의 인식과 앞으로 미국이 나아가야 할 정치 외교적 방향이 되겠네요.

이에 저자는 이처럼 도입에서 권력에 대한 해석을 ‘사람들이나 단체들이 원치 않는 무언가를 하도록 만드는 것이며’ 더불어 저명한 민주주의 이론가인 로버트 달의 권력에 대한 정의 ‘A가 B로 하여금 B가 원하지 않은 일을 하도록 만들 수 있을 정도로 B에 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는 것’ 이라는 것을 덧붙이며, 이를 바탕으로 냉전시기부터 여러 미국 행정부의 당시 국제 정치에 대한 개입과 권력 유지 차원의 정치 외교적 활동에 대해 설명합니다. 미국 독립 혁명 이후 해밀턴의 현실주의적 입장, 제퍼슨의 이상주의적 입장에서 분화된 보수주의와 자유주의 입장의 이론가들 정책기획자들, 각료, 학자, 싱크탱크 등으로 분석하고 있고 일련의 미국 정부의 국제정치적 개입에 대한 긍정과 한계를 독자들에게 밝히고 있는데요. 또한 쿠바 피그만 침공과 이란-콘트라 사건, 걸프전, 9.11 테러 등과 같은 사건들의 정치적 배경 또한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특히 이와 관련해 “보수주의자들은 보편적인 원칙보다 자국의 이익을 강조하고 (레이먼주의자들과 신보수주의자들은 원칙 또한 강조) 설득보다는 압력을 강조한다.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의 방법이 항상 옳은 방법이며, 미국의 적들은 틀리거나 사악하고 이성적으로 협상해봐야 극악무도하고 믿을 수 없는 놈들의 손에 놀아나는 꼴이라고 믿는다”며, 이와 달리 자유주의자들은 이런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에 일목요연한 관점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추상적인 대응으로 일관해 주도 게임에서 항상 밀려왔으며, 조지 W. 부시 행정부시 시기에 신보수주의자들의 지리멸렬한 입장이 이들에게 막연한 정치적 부전승을 갖다줬을 정도로 무력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수주의와 자유주의를 오가는 정권 교체가 전체적으로 미국의 패권과 세계 정치에 있어서 발휘되는 영향력의 변화무쌍으로 나타났고 각각의 행정부 임기 기간에 각 정부가 지향하는 국제정치적 입장으로 인해 성공과 실패가 오갔다고 봐야겠죠. 이러한 세계 권력의 구조를 피라미드로 구성해 제일 위에 미국이 그 다음에 중국, 일본, 러시아, 영국, 프랑스, 독일, 브라질을 놓고 미국을 비롯한 이 9개국이 서로 협력이 가능하다면 대 테러 문제와 인종 폭력 및 여러 심각한 갈등 등을 주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UN의 상임이사국의 거부권과 핵보유국의 기득권 등으로 인한 본질적 문제가 있다고 분석합니다.

이러한 국제 정치에서의 외형적 구조속에서 앞으로 미국의 패권과 이익에 위협이 되는 국가는 러시아와 중국이며 전자의 러시아가 천연가스와 석유 등 자원 패권으로 미국의 이익에 반하게 되고, 후자의 중국의 경제적인 배타성과 남중국해의 영유권 시도 등이 문제가 될 것이라 시도하며 이를 위한 미국의 군사권력과 경제권력에 대한 여러 수단 등으로 그 영향력 대체에 대한 방안을 보여줍니다. 사실 여기에 인용된 사례들중에 리비아와 이란, 시리아, 북한 등의 현실 문제는 최신의 것이 아니어서 해석상의 한계가 있고, 븍한을 인도와 파키스탄과 같은 핵보유국으로 보는 등과 같은 논란이 제법 있습니다. 더군다나 “뉴델리가 미국의 원자로를 구입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대가로 인도의 군부가 운영하는 핵시설을 국제 사찰에서 제외하기로 동의한 부시의 결정이 좋은 거래인지 나쁜 거래인지 확실히 평가 내릴 수 없다”는 표현은 미국 등이 주도하는 핵의 비확산 체제에 대한 근본적 부정으로 여겨지는데요. 어쩌면 이러한 접근이 오늘날의 비확산 체제를 우습게 만든 인도의 핵보유 인정의 바탕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파키스탄에 산재해 있는 탈레반 잔존 세력과 파키스탄의 핵무기에 대한 유출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크나큰 위협이라고 평가하고 있는 것은 반대로 정확한 인식이라 여겨졌습니다.

결국 오늘날의 미국 주도의 패권이 과거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언급한 “우리는 필수불가결한 국가다” 라는 것은 클리셰와 유사하지만 그것보다도 “미국과 미국의 동맹국들이 필수불가결한 관계”이며 어쩌면 미국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는 길은 동맹들간의 협조와 연계가 우선되는 것이 아닌가 짚어봅니다. 동맹은 연루의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오늘날의 국제 사회에서 국제기구와 같은 거버넌스와 함께 국제 레짐을 비웃는 러시아와 중국 등의 행위를 정상 범위 내로 끌어안기 위해서는 미국 스스로의 영향력이 아니라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국가들과 밀접한 공감대를 만들어 공동의 이익을 위해 함께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끝으로 이 책의 미덕은 과거 미국의 행정부와 그 시기의 대통령들의 굵직한 행적을 요약해 찾아볼 수 있고 이들에 대한 꽤 객관적인 접근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미국 정치에서 여러 이익집단들에 의한 금권 정치에 대한 우려를 인식하는 등의 간간히 보이는 정치적 통찰력도 엿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유익했습니다. 물론 몇가지 논란이 될만한 것들도 있으므로 그와 관련된 부분 또한 독자들의 지적 판단을 요구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고 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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