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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 핵무장국가 북한과 세계의 선택
이삼성 지음 / 한길사 / 2018년 4월
평점 :
현재 한림대학교 정치행정학과 교수이자 국내의 국제정치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는 이삼성 교수의 최근 출간된 ‘한반도 전쟁의 평화’를 약 5일에 걸쳐 읽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이삼성 선생의 글을 접했던 것은 당대에서 출간한 ‘미래의 역사에서 미국은 희망인가’ 와 지금은 절판된 한길사판 ‘세계와 미국’ 정도 입니다. 앞의 ‘미래의 역사에서~’ 의 출간물은 당대총서 시리즈로 조희연, 김동춘, 도진순 등 당시에 주목받던 학자들의 연구물로 나름 유명했는데요. 저도 그때 약간의 시류에 편승에 관련된 여러 책을 구입해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세계와 미국’ 역시 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 교수의 글로서, 읽기를 한번으로 끝내서 지금에는 잘 기억이 희미합니다만 대체로 저자의 입장이 ‘용미주의와 이념에 상관없는 미국에 대한 객관주의적 시각을 피력’했던 것으로 생각납니다. 사실 지금도 우리 정치권과 정치인들이 이 ‘용미’가 잘 되지 않아서 문제인데요. 이 분단의 시기라는 것이 이렇게 국가간의 외교와 국제정치에서도 객관적인 태도가 불허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이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 는 여러모로 의미가 되는 글이 되었는데요.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서 매우 우리의 현실과 상황에 대한 면밀하고 객관적인 분석을 통해 독자들에게 작금의 모습의 이해를 도와주고 우리가 그것을 평가할 수 있게 아주 적절한 시기에 나온것을 먼저 뽑아 보고요. 이 주석과 출처를 포함한 900페이지가 넘는 상당한 분량의 이 선생의 글은 정말 많은 자료와 저작들, 또 곱씹고 복습해 볼 수 있는 여러 사건들과 이론들을 아주 잘 버무려서 우리의 시각에 간혹 덧칠해져 있는 것들을 제하고 객관적으로 현실을 볼 수 있는 큰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고 감히 언급하고 싶습니다. 아마 평생의 시간을 들여 관련 연구를 끊임없이 해 온 저자의 노력과 열정이 이러한 결과물을 내놓았다고 여겨지는데요. 여러모로 의미있는 출간물이 되지 않았나 저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여겨집니다.
전체적인 이 책의 내용은 재래식 전쟁의 종말이라고 볼 수 있는 핵무기 개발 역사와 냉전, 여러 국가들의 핵개발 역사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미국이 몇몇 국가들을 상대로 선제 핵공격의 독트린을 강조한 것은 다른 핵보유 국가들보다 핵무기 우위서고, 그것을 국제 정치 상황에서 유리한 카드 내지는 미국 패권의 수단으로 사용했던 것이고 그러한 배경에서 아마도 북한의 핵개발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북한이 그렇게 심각한 다년간의 경제 위기 상황에도 체제 안전이라는 미명하에 줄기차게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나선것은 아마도 핵 보유가 갖는 상징적인 의미와 자신들의 발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진지한 대접을 바랐던 것이라 볼 수 있을텐데요. 과거 우크라이나와 리비아의 사례를 봤을 때, 핵의 보유는 북한에게 있어서 중요한 학습 효과를 불러 일으켰고, 북한 정권의 사활적 안정과 유지라는 체제적 특성으로 비춰 봤을 때 주민들의 일반적인 상황을 도외시하더라도 그 특권과 안정을 절대 놓칠 수 없기에 그러한 논리로 아주 집요하고 끈질기게 핵개발에 나섰다고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과거 콘돌리자 라이스 전 장관이 “북한 주민들이 영양 실조와 억압 그리고 고립에 시달리면서도 김정일 정권에 반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했듯이 과거 백악관과 네오콘들, 지난 10년 간의 우리 보수 정권이 북한의 붕괴를 철썩같이 믿어마지 않았지만, 그 예측된 결과는 정반대였고, 오히려 일본과 같은 경우는 정권의 차원에서 북한의 핵개발을 자신의 안보와 해결되지 않은 역사 문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원을 받아 점차 보통국가화에 나섰고, 또한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또한 별다른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의 ‘군산복합체’를 ‘군산정복합체’로 지칭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미국의 군산정복합체의 이익 또한 북한의 붕괴나 남한에 의한 점진적 흡수 통일 보다는 현실 유지가 꽤 이익인데요. 이것은 지난 몇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한국의 무기 구매가 반영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체적으로 이러한 매카니즘은 한미간의 군사동맹과 이를 바탕으로 미국이 한국에게 적잖은 안보를 제공하지만 이것은 절대 공짜가 아니며 그만큼 직간접적으로 미국의 이익이 되기도 하는데요. 북한의 ICBM 개발이 오로지 괌이나 로스엔젤레스 또는 시애틀의 위협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과 한국을 안보 울타리에 더욱 긴밀히 포섭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동북아시아 지역의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데 이용되어 왔습니다. 저는 이것을 양가적 특성이라 지칭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삼성 선생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북한의 핵개발과 그에 따른 배경 및 미국의 정치적 예측과 동북아시아에 대한 지정학적 정치 행위를 여러 사례들을 통해 독자들에게 주지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핵무기에 의한 정치가 어떠한 파국을 일으킬 수 있는지, 몇가지 이론들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요. 과거 1995년에 노르웨이가 쏘아올린 기상 로켓을 미국이 잠수함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로 오인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핵가방을 열고 고민했던 사례를 들며 케네스 월츠가 주장한 전세계 핵무기의 확대가 그만큼의 균형을 가져다 준다는 주장을 이처럼 여러 사례를 통해 반박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책에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과거 오바마 대통령은 파키스탄의 핵무기를 가리키며 ‘무엇보다도 잘 관리되고 있다’고 언급했는데요. 여러 글들에서 읽은 각국의 정보 단체에서 평가하는 파키스탄의 핵무기는 테러 단체에 ‘더티 밤’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섞인 목소리로 비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핵억지라는 미명하에 불안정한 정권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그것 자체로 억지가 되지 않으며, 2001년 9월 11일에 목격된 이슬람의 교조주의적 테러가 일반적인 국가간의 직접적인 무력 대응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경험으로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테러 행위에 핵무기가 동원된다면 그것의 결과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교수가 밝힌 파키스탄의 핵개발 대부 압둘 카디드 칸의 북한 핵무기 개발에 도움을 줬다고 밝힌 과거의 자백에 대한 입장이 번복이 있었다는 점과 그 자체로 파키스탄 정보부가 미국측에 자백했다는 식의 전언에 불과하다는 점이 충격이었는데요. 저는 그동안 압둘 카디드 칸의 북한 핵개발 연루설이 나온 책들을 수없이 접해왔습니다. 정설이 사실이 아닐수도 있다는 점에서 혼란스럽더군요. 그리고 이삼성 선생은 조심스럽게 과거 천안함 사태에 대해 재조사가 필요하다고 피력하고 있는데요. 사실 여러 각계에서 이와 관련된 미심쩍은 증거를 밝히면서 재조사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압니다. 다만 저 개인적인 의견은 사실 여부와 관련없이 재조사는 하지 않는게 아주 조금 한국의 국익에 부합되지 않나 싶습니다. 재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어떤 후폭풍이 생길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것이 저어되어 생기는 걱정입니다.
앞서 언급해드렸지만 이 책에는 정말 이 교수의 자료 수집이 대단할 정도로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정밀한 글들이 놓여 있습니다. 어느 한 부분 그냥 넘어가지 못할 정도로 대단한 흡인력을 갖고 있죠. 어쩌면 북한이 왜 쓸데없이 그런 핵개발을 하느냐에 대한 언론 기사의 판에 박힌 대답들 보다 더 정확한 대답을 독자들에게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부분에서 저자의 노력이 저절로 보이고, 각자의 주장들이 실상 전혀 판에 박히지 않아 적지 않은 생각할 거리들을 갖게 해줍니다.그래서 아마 많은 분들이 지금도 이 책을 읽고 계시리라 추측해봅니다.
끝으로 남북간의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으로 그동안 수없이 읽었던 관련 서적들과 보낸 시간이 뭔가 추억으로 남을 심산이 커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아쉽거나 원망스럽기보다는 정말로 이러한 진정스런 평화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감격스럽기도 합니다. 선생은 책의 끝부분을 제법 공들이면서 앞으로 우리 한국이 추진해야 될 대책들과 균형적인 시각을 밝히고 있는데요. 북한의 비핵화와 안전보장 수단에 대한 문제, 한국 정부의 유연한 대북 정책과 강대국들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 주체적인 태도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요. 궁극적으로 우리 후세대들이 핵무기가 없는 환경에서 살게 해야된다는 사명감과 핵무기 체제 자체가 전혀 억지 전략으로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학자의 경험으로 비추어 그것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것이겠죠. 한편으로는 스스로 실소를 금치 못하는 것은 미국의 백악관 주인이 된 트럼프 대통령을 저는 너무나 예측 불가하고 충동적이라 가뜩이나 국제 정치 무대에 어떠한 문제를 만들어낼지 그와 관련된 책들을 읽으면서 고민해 봤는데요. 그동안 누구도 해보지 않은 북한 정권의 일인자와 선뜻 대화에 나선다니 제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백악관의 정치가로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러한 한반도의 ‘급격한 전환’ 이 과연 어떻게 끝맺음을 하게 될지는 약간의 기대를 하면서 지켜볼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여러분도 그 길에 동참해보시는 게 어떨까 감히 제안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