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과 제도 - 한국형 민주ㆍ복지ㆍ자본주의 체제를 생각한다
김순영 외 지음, 최태욱 엮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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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정치경영연구소 소장인 최태욱 교수가 ‘왜 한국에서는 경제성장과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사회 갈등이 심화 및 확대되어 왔는가?’ 라는 불유쾌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민주주의와 경제, 복지, 제도 등에서 합리적인 답을 찾기 위해 여러 필자들과 함께 ‘갈등과 제도’라는 제목으로 책으로 엮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처음 접하자마자 깔끔한 디자인의 겉표지 눈에 들어왔는데요. 또한 ‘우리시대 학술연구’라는 이름으로 후마니타스에서 꾸준히 내고 있는 연구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딱히 큰 수입이 되지 않으리라 봐도 무방한데, 이런 노력을 하고 있는 출판사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이제는 연구 주제로 곧잘 회자되는 우리 나라의 경제 성장 과정은 정부 주도의 경제 개발로 시작하여 1990년대 OECD 가입과 GDP 3만불을 달성함으로서 선진국에 준하는 기준 지표를 달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경제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모두의 삶이 일반적인 행복의 기준에 도달하는 지향이 되지 못하고 있는데요. 오랜 시간 분단되어 정치가 이념화되어 과거에는 반공 이데올로기로 적지 않은 시민들이 고초를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1987년에 민주화가 되었지만 민주사회의 계급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고, 1997년 외환 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를 거치면서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과 빈부 격차가 여실히 심화되면서 한국 사회 자체가 상당히 파편화과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에서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갈등은 있을 수 밖에 없고, 이것을 억누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갈등들이 올바른 방법으로 조절되고 협의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는 그러한 현실적 배경이 존재하지 않지요. 이것의 원인과 배경은 과연 무엇일지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여기에 참여하고 있는 학자들의 글이 될 것입니다.

1장은 한국의 사회 갈등의 모습과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에 관하여 개괄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면서 2장의 경제적 측면의 한국 자본주의의 과정과 결론, 3장은 노동문제, 4장은 복지체제, 5장은 한국의 절차적 민주주의의 문제와 해결 가능성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혜경 선생의 글인 2장이 마음에 들었는데요. 한국의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이식되고 각 시기의 정부에서 이뤄진 경제 정책과 분석을 비교적 독자들이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정부 주도의 개발 경제와 그 시기즈음에 대폭적인 지원을 통해 성장한 대기업들이 소위 한국식의 자본주의를 이끌었지만 미국과 영국의 주주 중심의 수평적 이사회 제도가 한국에서는 재벌 총수가 자신의 행사하는 권한에 상응하는 법률적 책임을 지지 않는 파행적 소유 지배 구조를 (일반적인) 주주 자본주의로는 설명할 수 없으며, 개발 연대의 유산인 대기업 중심의 제조업과 수출에 의존하는 성장 모델이 정권의 성격과 개혁 의도와는 상관없이 국가의 자율성에 구조적 제약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은 거의 한국 사회의 경제 불평등에 관한 내용으로 봐도 무방했습니다. 대기업들이 무차별적으로 각 분야로 확장하여 중소기업 내지는 소규모 상인들의 분야까지 침범하는 현실은 경제 기득권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의 영리를 사회경제적 균형에 맞게 자생적 조정으로는 명백하게 불가능하며, 마찬가지로 그것을 정부가 제대로 해내기란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소수의 대기업이 막대한 부를 수집하는 우리의 상황은 현실적으로 경제 기득권들의 권력을 더욱 강화시켜주는 일이 되어버렸고 정부의 과세만으로는 그 한계가 틀림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대기업 위주로 오랫동안 한국 경제가 견고하게 재편되면서 노동계의 존립 또한 여러 태생적인 요인들로 한계가 있었는데요. 특히 1997년 위환 위기로 그동안의 고용 안정성 무너지면서 김대중 정부가 노사정 협의를 제안하면서 기업의 노동자 해고를 법제화하고 노동계의 입장을 잠정적으로 거부한 상황은 당시의 우리 기업들의 현실이 그들이 언급하는 사활의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서구 국가들보다 정부 주도의 일방적 친기업 정책이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특히 이후 정규직-비정규직을 갈등 표면화 시켜 일종의 무차별적 프레임화에 노동계가 분열되고 아직까지도 비정규직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경제 안정성을 해치는 일이 되었습니다. 원할한 해고, 기업들의 인건비 감축의 측면에서 비정규직 확대는 실로 일방적으로 사회에 그 부담을 전가시키는 결과였다고 봐야겠죠.

여기에다 소수 정당인 노동 정당이 원내에 진입하기 어려운 소선구제 상황, 절차적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 그리고 실질적인 복지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 현재의 복지 제도와 더욱더 소외되고 외곽으로 밀려나는 경제적 약자들의 상황이 왜 우리 나라는 잘살게 되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느끼지 못하게 되었는가 라는 의문의 배경들이 되겠죠. 실로 민주주의가 가치를 권위적으로 배분함으로서 사회적 갈등을 관리, 조정하는 제도라고 말한다면 그 민주주의 본연의 기능을 우리 사회에 적용시켜야 할 때입니다. 이미 기득권과 그렇지 않은 사회 구성원들의 권력 차이가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기울어졌으며, 이것의 심각성과 문제를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고 갈등의 갈등이 도처에 확산되고 피폐화되어 사회를 끊임없는 충돌로 파산시키기 전에 의회 정치 뿐만 아니라 갈등을 조절하고 서로간의 협의에 이를 수 있게 하는 제도적 장치와 공감대가 시급히 조성되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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