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어 생각한다 - 남과 북을 갈라놓는 12가지 편견에 관하여
박한식.강국진 지음 / 부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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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에서 태어나 해방시기에 평양에 있다가 분단이 시작된 1945년 이후에 남한으로 내려와 학업을 마치고 도미, 미국 조지아대에서 2015년까지 국제관계학을 가르친 박한식 전 교수의 북한문제와 남북통일에 관한 글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구해 읽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한국 경제 4대 마약을 끊어라’와 유사한 인터뷰 집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서울신문 강국진 기자가 논의할 주제에 대한 질문자로 참여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니 예상치 못한 정보를 접하기도 했는데요. 박한식 교수는 과거 김일성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만남에 중재를 한 것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와 평양을 중재한 카터 전 대통령을 박한식 교수가 중재한 셈이 되었네요. 카터는 박교수에게 통역으로 참여해 달라 요청했는데 그것은 거절했다고 뒤이어 밝히고 있습니다.

다 읽고나서 드는 느낌은 “돈 많고 능력 있고, 잘생긴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손을 먼저 내미는 것이 맞다.” 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배려있는 에티켓성 금언이 생각났습니다. 북한과 북한 사람들에 대한 글쓴이의 온정과 온건의 마음이 여기저기에 나타나 있는데요. 혜안이 느껴지는 부분이 분명 있었지만, 또한 다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했는데요. 전체적으로 한국과 한국민이 북한과 평양 정권에 대해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며, 그것이 정치적으로 혹은 여론의 복잡한 입장에서 본질이 왜곡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바로 잡기 위한 목적이 있어 보였습니다.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동질성과 현재 분단되어 있는 상황에 대한 분석과 앞으로 통일에 대한 필요성 등을 꽤 설득력 있게 저자는 쓰고 있는데요. 북한도 자주 왕래했고, 미국 정치권에 북한에 대한 여러 조언을 했던 것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어떤 부분은 생생한 현장 경험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사실 우리 한국인들에게 북한이라는 의미는 사람마다 느껴지는 것이 다르고 더욱이 한국 전쟁의 경험 때문에 다소 부정적인 기류도 있습니다. 최근의 핵문제는 말할것도 없고요. 그리고 북한을 한 국가로서 마땅히 인정되는 정권이 해당 주민들을 통치하고 있다고 전제해 받아들이면, 북한의 정권이 그다지 이성적이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측면은 과거를 통해 입증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버마 폭탄 테러라든지, 대한항공 여객기 폭발 사건이라든지 문득 머리속에 떠오른 것만 해도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 여부가 명시적으로 드러난게 없다고 해서 장성택을 비롯한 고위층의 숙청과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을 살해한 배후가 북한 혹은 김정은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은 그야말로 말장난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숙청은 정치투쟁이 연계되어 발생하는 일이라고 저자는 정의 내리고 있는데, 그것이 정상 국가라면 반대 세력의 정치인이거나 권력의 걸림돌이라고 여긴다면 아마도 법의 테두리 안의 수단에서 찾아볼 것입니다. 즉각적인 인명 탈취의 방법은 사용하지 않겠죠. 악으로 규범짓고 비도덕적인 잣대로 상대방을 해석하는 것은 물론 옳지 못한 일이겠죠. 그렇지만 북한의 사례는 과거의 명백한 증거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어찌됐든 오해의 측면이 있다고 다시 재해석하고 전환시키는 것은 최근의 핵과 미사일 문제 등으로 불안을 느꼈던 한국인들이 발상의 전환을 하기에는 다소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저자가 김정은 국방위원장과 친분이 있어서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그러한 의도가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북한 정권의 권력 속성과 집단 지도체제 및 근간의 주체사상에 대한 연원에 대해 설명을 하긴 했습니다만 북한 인권을 악용하는 정치인들의 존재를 감안하더라도 북한 정권이 다수의 정치범 수용소와 인간의 기본권과 여러 자유를 박탈하고 있는 상황이며, 사유재산 체제가 거의 근본적으로 부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 몇년간 기근으로 30만명이 넘는 아사자가 나온것은 명백하게 북한 정권의 반절 넘는 책임이 있는 것은 당연한 건데, 그런것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미국과 남한의 경제적 봉쇄와 같은 정치적 상황에 기인한 것도 있다고 밝히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정치범 수용소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의 인권 문제는 어떠한 식으로든 옹호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요.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도 있겠죠. 다만 저도 김정은을 단순히 미치광이로 몰아가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찬가지로 차후 북한이 붕괴한다면 독일이 아니라 시리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도 지극히 동의하는 부분입니다.

북한의 핵문제는 클린턴과 김일성 간의 정상회담 이후 엘 고어 부통령이 차기 정부의 수반이 되었다면 어쩌면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해결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김대중 정부가 미국의 부시 행정부를 더욱더 설득에 나서 제네바 합의를 조금 손보는 차원에서 북미 대화를 권유하거나, 최근의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과의 4+1 합의처럼 이란 핵위기와 유사하게 북한의 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1994년부터 지금까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기회는 몇 차례가 있었는데, 국제 정치와 외교의 속성상 어떻게 보면 이론대로 흘러가지는 않는 것이겠죠.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제가 적잖은 비판을 한 것 같은데요. 이 점을 제외하더라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대북 퍼주기 논란’과 관련된 실제 지원 방법에 대한 상세한 자료와 ‘북한과 중국간의 관계에 대한 근원과 두 나라의 공감대와 동류의식 등’을 다루고 있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이 충분히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현재 통일과 관련해서는 경제적 리스크가 분명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니 지금의 위기를 잘 관리하여 좀 더 뒷세대에 통일 과제를 유산으로 넘기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분단 상태의 기간이 적지않게 흘러가서 민족의 동질성까지 해치지 않게 될까 우려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북중 관계라든지 주한 미군의 존재 여부 등 단순히 통일을 통해 얻게되는 심리적 만족감 보다는 주변의 제반사항이 우리 한국 정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길게 보고 생각해야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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