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 개천마리 기자 박상규의 쿨하고도 핫한 세상 이야기
박상규 지음 / 들녘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
살면서 한번쯤은 누구나 이런 말을 해본적이 있을듯하다. 엄마 때문이야~ 라고. 어릴때는 특히 더 그렇고. 우리 아이도 악의 없이 엄마 때문이라는 말을 했던적이 있고 그 때문에 조금 놀란적도 있다. 뭐가 엄마 때문이라는 거지? 내가 뭘 어쨌다고? ㅎㅎ. 아무튼 독특한 제목 때문에 관심이 생겼다. 청계산 보신탕집 '오작교'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글을 깨우쳤고 초중고 내내 줄반장 한번 못해보고 내신 14등급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는 저자 박상규. 재수해서 합격한 대학은 평점 2.55로 마쳤으며 엄마는 어린 막내를 남겨두고 누나들을 데리고 오작교를 건너 새 삶을 시작했단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똘똘 뭉친 어린날의 그가 눈에 밟혀 아팠지만 유쾌하게 써내려간 그의 집안 내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살며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꽃게 한바께스에 얽힌 엄마와의 일화,개천마리라는 필명을 가지게 된 사연(필명이 하도 독특해서 처음 봤을땐 뭔가 심오한 뜻일줄 알았는데 글자 그대로 개 천마리...) , 아름다운 여자와 술,도박을 사랑했던 아버지와 담배를 지독히도 좋아하는 엄마의 외로움을 아들은 곁에서 지켜보며 엄마와의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초반부를 읽어갈 때는 짠한 마음이면서 동시에 살며시 터지는 웃음 때문에 조금 어이없는 경험을 했더랬다. 시인 백석,고정희를 좋아하는 중년의 그. 그의 일터인 오마이뉴스에서 공채로 합격하게 된 사연들이 전반부를 이끌어가는데 책을 읽다보니 그가 썼던 기사를 찾아 읽어보고 싶어진다. 어린 그에게는 세상의 끝이라 생각되는 오작교와 창신여인숙의 엄마 방. 그 곳에서 그는 꿈을 꾸고, 엄마 아빠가 따로하는 추억을 만들었다. 낡은 아버지의 오토바이 소리가 반가운 아들. 산속에서 몇일을 혼자 있어야하는 어린 아들의 외로움. 그리움.. 그 모든 것을 뒤로하고 저자의 추억담은 참 유쾌하다. 그당시야 유쾌한 상황이 아닐테지만 그렇게 추억을 풀어내는 저자는 삶을 달관한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이게 다 엄마 때문이다>는 저자의 어린시절을 시작으로 발로 뛰며 경험했던 기자수첩과 비슷하다. 사실을 객관적으로 풀어내어 써내려간 건조한 수첩이 아니라 저자가 바라보는 소외된 이웃, 폐교 위기에 놓인 동호정보고교와 주민들, 청소 노동자, 철거민의 아픔, 노숙인, 고3 취업 실습생, 한번도 주류에 속하지 않았던 저자를 포함해 비주류라 불리우는 우리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꼼꼼하게 기록된 기자 수첩. 사람냄새가 물씬 풍겨나는 그의 입담과 그가 만났던 이웃들의 모습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