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결혼 이야기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윤희기 옮김 / 시공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앤드루 숀 그리어 <어느 결혼 이야기>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남편이나 아내. 우리는 그들을 잘 알고 있다. 때로는 우리가 바로 그들이 되기도 한다. 어느 파티에서 서로 떨어져 있을 때에도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우리의 생각이 아닌 남편이나 아내의 생각을 말하고, 음식이나 책에 관한 남편이나 아내의 취향을 알려주며, 우리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 남편이나 아내에게 일어난 어떤 일화를 들려주기도 한다. 우리는 남편이나 아내의 대화 습관이나 운전 습관, 옷 입는 방식 등을 유심히 관찰한다. -9p-

 

주인공 펄리와 홀랜드는 10대에 만났다. 같은 마을에서 소년과 소녀로 만나 전쟁이 발발했고 홀랜드를 전쟁터로 보낼수 없었던 어머니는 급기야 아들을 집안에 숨겨둔다. 그 외롭고 힘든 시간들을 보내던 중 홀랜드는 발각되고 징집되었다. 그리고 그시절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을 향한 질타를 이겨내지 못하고 펄리는 고향을 등지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어느날  공허하고 음울한 눈으로 펄리 앞에 우연이 나타난 홀랜드. 펄리는 홀랜드를 돌봐주고 싶어 결혼을 했다. 그의 고모들은 홀랜드가 기형 심장과 나쁜 피가 흐른다며 결혼을  한사코 말렸지만 두사람은 결혼을 했고 해넘이 마을에 둥지를 틀었다. 잘생기고 다정다감한 남편 홀랜드와의 사이에서 아들 서니가 태어났고 그런대로 행복함을 느끼던 어느날 백인 남성 버드씨가 등장하고 그에게서 남편의 충격적인 과거를 듣게된 펄리는 혼란에 휩싸인다. 그리고 선택을 해야할 시간이 왔음을 느낀 펄리는 갈등하는데...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때문에 실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누구든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설혹 놀라지는 않더라도 비통해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다는 게 어찌 힘든 일이 아니겠는가. 우리 손으로 직접 쓰고, 또 그렇다고 믿었던 우리 삶이 허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일인가. 침묵과 거짓말 . 내가 남편인 홀랜드를 잘 알지 못했다는 사실, 더 나아가 내가 누군지도 알지 못했다는 시실, 그래서 이 지구상에서 어느 누구를 , 단 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을 제대로 안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런 것들을 알게 된 그날 저녁 나는 무시무시한 외로움에 휩싸이고 말았다. - 77p-

 

<막스 티볼리의 고백>으로  잘 알려진 앤드루 숀 그리어의 <결혼 이야기>는 그렇고 그런 결혼 생활과 가끔 한번씩 찾아오는 위기 혹은 권태와 일탈에 관한 이야기라 짐작했는데 막상 펼쳐보니 생각보다 묵~직~하다. 큼지막한 돌덩이 하나를 가슴에 품은 채 작중 화자의 시선을 따라가보니 어느새 나에게로 와닿는다.  그렇게 화자인 펄리와 홀랜드의 결혼 이야기를 읽어가며 불현듯 나에게로 와닿는 그것을 느껴본다. 사랑과 결혼,삶에 대한 이야기를 떠나 조금 더 근원적인 나 자신에 대한 사유를하며 진행하다보니 언제부터인가 내 안에 머물지만 겉돌고있는 나의 생각 하나와 맞닿음을 느끼고 펄리의 마음을,시선을,사랑을,생각을 느껴본다.   나는 누구인가..., 나도 나를 모르는데 네가 나를, 내가 너를  어떻게 알까 싶은 꼬리표가 달랑달랑 매달린 채 나를 못살게 한지도 벌써 꽤 되었나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향해 나아가는지  자꾸만 되뇌이며 하루에도 몇 번이나 생각에 잠길때가 있지만 사실은 나도 나를 잘 모른다....더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도 내가 그들을 잘 알고있었는지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