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로한다 - 서로에게 서툰 가족을 위한 치유의 심리학
오거스터스 네이피어.칼 휘태커 지음, 남순현.원은주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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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서툰 가족을 위한 치유의 심리학: 가족을 위로한다>

가족이란.....?

언제나 함께인 가족. 서로 사랑하고,믿고,의지하며 최후의 보루가 되어주는 가족... 내게 가족이란 그렇다.

그러나 살면서 충돌이 일어나고,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고 , 그냥 덮어두었던 일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가족의 평화를 위한다는 커다란 명분 아래...

 

가족치료 전문가인 칼 휘태커와 오거스터스 네이피어가 데이비스 브라이스 가족을 치료하는 과정이 상세히 기록되어있다. 재미있는 이야기기 아님에도 몰입이 가능했다. 우리에게도 10대 아이들이 있고, 보이지 않는 벽을 느끼고 있기에  데이비스 가족의 위태로운 상담 과정이 남다르게 느껴졌던가..? 아니다. 어쩌면 덮어두었던 마음을 치유하고 공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가족치료 상담실을 찾는다면 어떤 구조로 앉게 될까? 자리배치는 구조적 가족치료의 일환이라고 한다. 아버지와 10대인 딸 클라우디아는 나란히 앉았고 엄마는 홀로 앉았으며 가까운 곳에 6살 로라가 앉았다. 부모는 각각 떨어진 의자에 앉아 딸 한 명씩 곁에둔 배치. 무의식에서 발현된 가족의 의지.

 

자살 충동을 느끼며 엄마와 항상 어긋나는 클라우디아. 소리치는 엄마. 이쪽에도 저쪽에도 갈 수 없는 아버지와 아들 돈. 그리고 로라. 표면적인 문제는 엄마와 딸의 갈등이지만 그것은 가족 내부의 소리나는 외침이었고 그 외침의 희생양으로 클라우디아가 전면에나선것이라는데,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차츰 차츰.. 이해할 수 있었다.  10대의 클라우디아는 가출과 방황을 일삼고 엄마에게 대들기를 반복한다. 엄마는 그런 딸이 걱정되어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에 안테나를 세운다. 그런 엄마가 못마땅한 딸은 폭력적인 언어와 비언어적 행위로 침묵과 일탈, 싸움으로 맞받아치고 아버지는 싸움의 초기에는 딸의 편에 서서 옹호하고 이해하려하지만 어느 순간 아내와 한 편이 되어 딸의 반항에 제제를 가한다. 든든한 지원군이자 동반자로 여겼던 아버지의 변화에 딸은 외로움을 느끼고 혼자만의 방법으로 반항을 일삼는다. 또한 클라우디아의 남동생 돈은 부모와 누나의 심각한 싸움에서 살짝 비껴나간듯 보이지만 가족구성원 누구보다도 더 깊은 관찰자의 눈으로 모두를 보고 있었다.

 

엄마는 왜 딸과 끊임없는 전쟁을 벌이는 걸까? 딸은 왜 부모의 뜻과 다른 방향으로 엇나가기만 하는 걸까? 아버지는 모녀 사이에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나? 부모와 누나의 싸움에 상관없이 제 길을 가듯 성장하고 있는 돈과 로라는 이 복잡한 환경에서 어떤 상처를 입고 있을까?  놀랍게도 가족치료 전문가들은 부모에게 그 원인이 있다고 한다. 부부에게 어느 순간 냉각기가 찾아왔고 서로를 깊이 사랑하면서도 의존적인 그들은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면서도 덮어두는 쪽을 택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큰딸을 아내의 대용품으로 삼았고 그 결과는 부인의 질투로 이어졌으며 딸과 엄마의 싸움으로 번졌다. 아내와의 관계가 소원해진 남편은 클로디아에게 정서적 밀착이 나타나고 이러한 과정은 부적절한 근친상간(정서적)의 기색을 띄게 된다.

 

그리고 딸은 무의식적으로 부모의 갈등에 희생양이 된 것이 아니라 동참하게 되었고 그 선택에서 클로디아는 권력을 얻었다. 그것은 은밀한 동업자인 아버지의 힘을 빌려 엄마에게 반항하고 준성인의 위치에 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조금 어렵다. 치료전문가의견해와 데이비스 가족의 상황과 우리 가족을 곰곰히 생각해봐도 정말 어렵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견해가 조금 놀라웠다.  이해와 공감을 넘어서 한번도 이와같은 생각을 해보지 않았기에 놀라웠는데 그것은 내가 비전문가이기 때문인가보다.  모든 가정에는 조금씩 문제가 있다.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누고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우리 가족도 가끔씩 보이지 않는 벽 때문에 힘들고 외롭다. 다만 데이비스 가족처럼 굵고,거칠고,다양하며,서로를 향해 물어뜯고 물어뜯기는 단계가 아니기에 작은 일이 발생될때마다 덮기에 바쁘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 가족구성원 모두가 평온을 위해 서로의 존재를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가족은 서로에게 너무 의존적이고 서로의 지지를 잃을까봐 두려운 나머지 직감적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말자고 합의한다. 경직된 방식으로 가족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각 개인의 개성을 담보로 복잡하고 고통스러운 일상생활을 지탱한다 -  179p-

 

딸과 엄마의 갈등, 부부의 냉각기, 부모와 자녀 사이에 발생된 문제의 원인은 부모들의 성장기 기족이었던 원가족에 그 첫 번째가 있고 , 부부와 자녀들로 구성된 현재의 가족구성원에게서 또다른 부모, 혹은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에 갈등의 골이 깊어진다는 말이다.자녀가 말썽을 부리면 우리는 대부분 자녀의 행위에 초점을 맞춘 채 비난하기에 바쁘고 자녀가 제 위치로 돌아간다면 이전처럼 평온해지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했었고. 그러나 전문가는 말한다. 부부에게 첫 번째 원인이 있고 자녀는 그 희생양으로 선택된 것이라고. 부부 문제 이전에 원가족, 즉 부모 개인의 성장기에 있었던 부모와 형제자매로 이루어진 원가족과 부모 모델이 그들에게 영향을 미쳤고, 그 영향은 부부가 만든 또 하나의 원가족인 현재의 가정에 또다른 형태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이다.

 

인정하든 못하든, 의식하든 의식하지 못하든 원가족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의 감정을 뒤돌아보고 이해하고 다독이면서 문제를 받아들일 때 치유가 이루어지고 개인적인 성장을 할 수 있다는데...공감이 가면서도 방법을 찾지는 못하겠다. 문화적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우리들의 원가족을 이끌 자신이 없기에..

 

클로디아와 엄마의 난폭한 싸움은 딸의 가출과 문란한 성생활,부모의 권위에 대듬. 침묵과 반항으로 날카로운 대립이지만 상담이 진행되어 서로를 이해하며 한층 더 가까워진 모녀사이가 될  무렵 시작된 10대 아들 돈과 부모의 갈등은 그보다 훨씬 더 위협적이면서 역동적이다. 각설하고, 데이비스 가족의 상담과 치료 과정은 한편의 심리극을 보는듯했다. 상담과정 중간중간 가족치료 심리학과 치료과정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조금 어려웠지만 그 전문적이고도 어려운 부분들은 상담 과정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다소 문화적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 혹은 일어나고 있는 부분들이었고 ,본문과 똑같은 상황이나 갈등은 아니지만 상담자들의 내면, 침잠되어 있는 뾰족한 불씨들은 일반적이기에 어느 가족이 읽더라도 도움이 될듯하다.

 

<가족을 위로한다>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재미있다. 전혀 재미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말이다. 오히려 서로에게 소원해진 부부 문제, 방황과 일탈을 거듭하는 10대의 아픔이 손에 잡힐듯 가까이 다가와 무척이나 안타까웠지만 나 자신과 우리 가족을 뒤돌아보게 만들었고 보이지 않는 벽을 어떻게 허물어야 하는지 생각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잘 만들어진 소설만큼 재미있었고 유익한 시간이기도 했다. 너무나 가깝고 , 너무나 사랑하지만 서로에게 서툴기에 상처받고 ,치유되는 과정인데 재미있다는 표현이 잘못되었다 말할수도있겠지만  나는 이 모든 상황들을 연극을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봤고 , 객석에 앉아 나와 우리가족을 돌아보며 공감하고 ,아파하며 생각하며 즐겼던 시간이었기에  '재미있다'는 표현이 저절로 나온다. 마치 한편의 심리극을 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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